세계게임시장의 격변이 시작됐다. 미국과 일본이 기득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 신흥강국인 한국은 온라인게임을 내세워 중국과 동남아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올 한해 세계게임시장은 이같은 세력판도하에서 밀고 밀리는 싸움이 한층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온라인게임의 여전한 득세 속에 해외시장 개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비디오게임과 모바일게임도 그동안 쌓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 눈에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은 배급사들의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일본은 휴대형게임기의 세대교체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5 세계게임시장 전망세미나’의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플랫폼별 국내시장 전망
◇온라인게임=서원일 넥슨 사장
온라인게임시장 경쟁 구도는 해외시장 진출, 다양한 대작게임, 새로운 게임포털의 등장 등 3가지 요소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해외진출은 국내 시장 포화와 해외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저변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 어느 게임업체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 과제가 됐다.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중심 진출구도에서 북미, 유럽 등 공략지가 확대되는 것도 특징이 될 것이다.
개발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글로벌 수준의 기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한국 게임산업의 큰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외산게임의 무차별적인 한국시장 공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아야하는 이중적 과제가 업계 앞에 놓여있다.
게임이 장르와 형태면에서 모두 전통적인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의존형 구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커다란 긍정성으로 꼽힌다. 천편인률적인 판타지적인 세계관이 무너지고 새롭고 다양한 MMORPG가 속속 득세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캐주얼게임이 온라인게임의 주류시장을 평정하고, 3D를 과감히 탈피해 2D를 고집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야흐로 ‘생산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진화하는 단계인 것이다. 2005년엔 이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게임포털 또한 단순한 고스톱 중심의 게임퍼블리싱에서 벗어나 캐주얼과 MMORPG, 이용자 커뮤니티가 조화롭게 구성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게임포털이 ‘원스톱 게임솔루션’으로 발전한 2세대 포털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비디오게임=조시형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차장
비디오게임시장 돌풍의 핵은 ‘모바일화’에 있다.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닌텐도듀얼스크린(DS) 등의 시장 각축이 본격화되고, 이용자들도 휴대형 비디오게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이는 ‘모바일성’과 함께 비디오게임의 플랫폼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긍정성을 갖는다. 집에선 고정된 비디오게임을 즐기다가 이동중에는 또 다른 휴대형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연속성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개발사들도 이전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 출시 당시에는 누리지 못했던 전세계적인 동시성 효과를 노리고 PSP용 타이틀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는 특히 개발 자체가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국내 게임산업의 확대와 해외진출 강화에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 PS2용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X박스용 ‘킹덤언더파이어:더크루세이더즈’가 가져다 준 성공사례가 한국 개발사들에게 더욱 커다란 의욕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상반기중에는 엑스포테이토의 3D 코믹스포츠게임 ‘컴온베이비 1&2’,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사이베리아2’ 등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소니가 ‘제2의 워크맨’ 신화로 밀어붙이고 있는 PSP용 타이틀 개발에도 한국의 50개 업체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며, 최소 17종의 타이틀이 올 봄 PSP 한국출시와 동시에 런칭될 예정이다.
◇모바일게임=송병준 게임빌 사장
모바일 게임 시장은 매년 40%씩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약 2000여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전체 게임시장의 10%다.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비중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이용자가 포화상태가 되고 업체의 난립이 매출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지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투자 위축→게임 질 저하→이용자 이탈→시장 축소→투자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일단 시장 왜곡 요소를 제거하고 업체 주도의 B2C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이동통신 3사 동시 서비스를 추진하면 자유경쟁을 통해 곧 산업이 재편된다. 이어 대형 킬러게임이 등장하면 ‘공격적 투자→게임 질 향상→1인당 매출액 증대/신규 유저 유입→시장 확대→공격적 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
향후 휴대용 게임기와의 컨버전스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성능 게임전용폰의 등장으로 휴대용 게임기와의 성능차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게임폰은 일부 마니아들에게 제한적인 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대신 게임용량 1∼3MB의 미들레인지 게임이 하위 게임 유저를 흡수하면서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DMB폰의 등장도 변수다.
우리나라 시장규모가 전세계의 10%에 불과하므로 모바일게임 업체에게 해외 시장 공략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국가별 전망
◇미국=에릭 베스키 고페츠 사장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비디오게임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비디오게임시장은 거대 시장이며 그 규모는 이미 박스오피스(영화)의 흥행수익을 크게 넘어섰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수익은 대형업체에 편중되고 있다.
대표격인 일렉트로닉아츠(EA)는 스노우보드 게임개발에 140명의 인력을, PC용 반지의 제왕 개발에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또 블리자드의 경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개발에 약 1억달러를 투여하고 런칭에 맞춰 약 600만달러 상당의 서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미국시장은 이제 완전히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이며 인수합병을 거쳐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몇몇 배급사만 남게 됐다. 이 때문에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가급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메트릭스, 반지의제왕, NFL 등 이미 인기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블록버스터만 원하는 풍토가 조성, 새로운 창작게임의 개발은 저조하다.
한국게임업체들은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니온라인의 경우 일부 프로그래개발과 그래픽을 인도의 인력에게 맡기고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더 나은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서구에 알려야 한다.
또 한국은 온라인 캐주얼 및 미니게임 개발에 있어서 현재 세계 선두 주자이다. 이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배급사들이 이러한 비즈니스를 이해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테스트 서버를 구축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하마무라 히로카즈 엔터브레인 사장
지난해 일본 게임시장은 하드웨어의 경우 소폭 감소한 1116억엔, 소프트웨어는 소폭 증가한 3163억엔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에는 각각 1627억엔, 3216억엔 규모로 총 4844억엔 정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내년에는 총 5000억엔을 돌파하게 될 전망이다. 메이커별 소프트웨어 판매현황을 보면 닌텐도·스퀘어에닉스·코나미의 순으로 전년도와 변함이 없다. 올해에도 이러한 판도가 예상되지만 전년도 8위에서 4위로 뛰어오른 포켓몬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3강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드웨어 플랫폼의 경우 누적판매대수는 소니의 PS2가 1700만대, 시장 점유율 80.4%로 압도적이다. 이어 닌텐도의 게임큐브가 367만대(17.4%)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는 46만대(2.2%)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휴대형게임기는 여전히 게임보이어드밴스가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말 출시된 닌텐도DS와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이 각각 146만대와 56만대의 판매대수를 기록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는 점은 한국업체들이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한국의 소프트맥스가 개발한 ‘마그나카르타’가 18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산 게임으로는 예전에 ‘서풍의 광시곡’과 ‘토막’이 발매된 경우가 있지만 판매가 극히 부진했던 점을 감안해 보면 이같은 판매실적은 한국게임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양리 게임스팟 차이나 사장
중국 게임산업은 정부 차원의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신식산업부, 문화부, 신문출판총서 등 관련 기관은 시장 감독 관리 및 온라인게임산업 육성에 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범용엔진 연구 및 시범제품 개발’ 등 2개 프로젝트는 과학기술부의 863 계획으로 선정돼 총 투자금액만 500만 위안에 달한다. 앞으로 5년 내에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온라인게임 100편이 제작될 것이다. 중국 온라인게임 사용자 수는 3000만 명이다. 개인재산순위 10위 안에 온라인게임 관련 기업인이 4명이다.
싱글게임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2억7700 위안 규모였으며 콘솔 시장은 밀수품 범람으로 통계 잡기 힘들다. 모바일게임 시장도 아직 형성단계이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54.5%의 성장률을 보이며 2004년 29억6000 위안 규모를 형성했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게임은 81개, 중국게임은 50개, 기타지역게임이 33개일정도로 여전히 한국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중국 게임은 정부로부터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용자의 인정을 받을 것이다.
중국 게임 시장의 문제점은 장르별 발전이 불균형하고 불법 복제 및 운영이 만연하며 높은 한국 의존도로 저작권료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진출하려면 정부 관리부문의 업무분담 현황과 정책 및 법규를 숙지해야 하며 중국 측 합작파트너와 산업교류의 창구와 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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