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구정을 평양에서 맞이했었다. 평양에서 새해 명절을 맞으며 기대했던 것은 이제 사라졌다. 한 해가 지난 지금 평양에서 추진되던 사업은 6개월이 넘는 남북의 단절로 대부분의 대북 투자기업이 사업을 포기했거나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우리의 땅, 평양의 긴 밤은 언제 아침을 맞을 것인가.
오래 전 추운 겨울 중국 심양을 지나 낡은 택시를 타고 단둥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의 아침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붉은 장막을 열고 맞이하는 베이징의 아침은 이미 밝아오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지금 중국은 세계를 향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굳게 닫혀 있던 붉은 문이 모두 열리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오는 투자기업과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랑팡시 특구개발 프로젝트에 유치된 수백개 기업의 성공적 결과를 보며 그 황폐한 땅에 수백만명의 대도시와 거대한 산업단지를 이루어 나가는 중국인의 저력에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랑팡시의 대학성에는 무려 40여 유명 대학 분교가 한 곳에 모여 6만명의 학생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교육적 시너지 효과를 높여가고 있다. 그곳에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칭화대학은 무려 260만평의 제 2캠퍼스에 100만평의 산·학 기술협력 경제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 남북경협의 상황은 능력 없는 사업자라도 자꾸 들어가기만 한다면 좋을 것 같은 상황이다. 특히 남북경협의 가장 큰 걸림돌인 핵문제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국민적 의식전환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남북경협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 일방적으로 핵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보다는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미 협상의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어려워질수록 남북의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결국 남북의 문제만이 아닌 국제적 문제로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은 한·중 관계다. 지금 우리는 위기와 절호의 기회를 함께 맞고 있다. 한류 열풍이 중국을 휩쓸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시위를 할 것이 아니라 조용한 협상을 통해 중국의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지리적 장점은 물론, 동일 문화권인 우리 기술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고속철이나 핵발전소 등 국가적 대형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보다 발전된 한·중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다.
대북사업에 있어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이 필요하며 경제는 경제전문가인 경제인,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남북 간 경제협력 부분에서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잘 구별해 진행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위험부담이 있는 사업은 대부분 정부가 민간에 위탁해서 추진하고 있다. 규제와 통제를 중심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이론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불편이 발생할수록 사업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늘어나며 기업인의 관심은 없어진다. 우리가 남북, 남남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중국은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 정부, 기업은 물론 학계와 국민 모두가 전력을 다하고 있음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끝없는 남북, 남남의 갈등과 집단 이기주의는 통일은 고사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꿈을 향한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북 당국의 갈등이 심화되어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며 안정적, 지속적으로 납북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과 가장 좋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과 한·중 경협의 새로운 기반을 만들어 남북경협의 활로를 모색하는 일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북에서 오는 반가운 편지를 언제 다시 받아볼 수 있을지. 기다림의 날이 지루하기만 하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 ce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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