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박 혈투 승자는...

“프리미엄 챔피언과 포스트 저그왕은 모두 내 차지다.” 20명의 국내 최고 스타리거들이 장장 4개월 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KT-KTF 프리미어리그’ 통합 챔피언 결정전이 드디어 오는 23일 열린다.

결승에 오른 운명의 주인공은 촉망받는 저그 유저 박태민과 박성준. 일명 ‘박 대 박의 혈투’로 이름 붙여진 이번 통합 결승전은 ‘저그 대 저그전’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공격형 저그끼리 맞붙는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승리를 장담하고 있어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 폭풍 잠재운 박태민 VS 천재 누른 박성준

 ‘KT-KTF 프리미어리그’가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박태민(GO)만큼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도 없다. 지난해 말 메이 저리그 15연승이라는 절정의 기록을 만들어낼 정도다. 주변에서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새로운 퍼펙트 저그가 나타났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올 초 2년여의 공백기를 뒤로하고 복귀한 그는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위 예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미 110%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그족 특유의 공격적 성향은 물론, 타이밍과 수비까지 전체적인 게임 운영 능력이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다. 박태민은 “생각보다 빨리 감을 찾은 것 같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이겨냈고 이제 기회가 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이 가장 좋아했고 플레이를 보며 감탄해 마지않던 홍진호를 꺽고 올라온 결승이기에 자신감은 어느 대회보다 높다. “대 저그전에서는 누구에게도 안질 자신이 있다. 특히 저그전은 심리전이 중요하다. 상대인 박성준의 플레이 스타일과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 그가 말하는 결승전 전망이다.

박태민과 동족 혈투를 벌일 박성준(이고시스POS)은 질레트스타리그 챔피언으로 저그족 최초의 스타리그 우승자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갖고 있다. 당연히 홍진호, 조용호의 뒤를 잇는 차세대 저그왕 후계자로 꼽힌다. 박성준 역시 홍진호를 꺾고 올라온 박태민 못지않게 예상을 깨고 ‘천재테란’ 이윤열을 잡고 올라왔다.

박성준은 “홍진호보다는 박태민 선수가 올라온 것에 만족한다. (박태민은) 퍼펙트한 운영이 주특기다. 그래서 게임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집중 연구하고 있다. 빠른 빌드오더와 한발 앞선 체제전환을 통해 우승컵을 차지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일찌감치 플러스팀 박성준과 헥사트론드림팀 안석열 등에게 연습 상대가 돼줄 것을 요청, ‘박태민 제압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 물밑 연습량부터 혈전

박태민과 박성준의 공통점은 팀 내는 물론 외부에서도 알아주는 연습벌레라는 점이다. 박태민은 철저한 연습 스케줄에 새벽 4시까지 잠 안자고 연습하는 것으로, 박성준은 중요 경기를 앞두고는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 모두 연습으로 채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규남 GO팀 감독은 “태민이는 허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절대 없는 선수다. 상대가 없어 연습게임을 못할 때면 자신이나 상대의 리플레이를 보며 전략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통합 결승전에만 집중할 수 없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같다. 박태민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MBC스타리그 결승과 아이옵스스타리그 8강 진출을 위한 준비도 함께 해야할 처지다. 또 스카이프로리그 그랜드 파이널 진출을 위한 팀 성적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박성준도 마찬가지. 아이옵스스타리그 8강 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고개가 결승전 바로 코앞에 있기에 연습 시간 안배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박태민에 비해 그나마 유리하다면 저그전만을 앞두고 있어 대 저그 전략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팀이 이고시스POS로 재출발 때부터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이미 1.5배로 훈련량을 늘린 박성준은 이번 통합 결승전을 앞두고 훈련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3게임 하고 10분 쉬던 것에서 5게임 하고 10분 쉬는 식으로 연습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 그라운드 밖 ‘저그스런 심리전’

과거 A급 선수의 저그 대 저그전을 보면 초반 팽팽한 긴장 속에 출발해 서로의 진영을 견제, 탐색하다가 결국 한바탕 몰아치는 폭발적인 전투로 승부가 갈리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같은 빌드오더에 이은 저글링과 무탈리스크 대결이 많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양선수의 대결은 1차전 결과가 전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격 타이밍과 콘트롤, 체제 전환 등 무엇이건 경기 운영 면에서 한 발 앞섰다는 승자로서의 자신감과 패자의 자괴감이 이후 경기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태민의 경우 스타리그 복귀 후 처음 맞는 결승전이다. 따라서 지나친 긴장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또 최근 몇몇 경기에서 나타난 방심하는 자세도 경계해야할 모습이다. 현재 가진 능력 그대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가가 박태민 우승의 관건이다. 반면 박성준은 과거 한 차례 리그 우승 이후 바뀐 다분히 수세적이고 안정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어느 정도 빛을 발하느냐가 관건이다.

두 선수 모두 “초반 모험적인 러시 보다는 침착하게 중후반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공격적인 스타일로 알려진, 정말 ‘저그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양 선수가 정말로 수세적인 저그 플레이를 보일지 의문이다. 오히려 벌써 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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