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年頭)’는 말 그대로 한 해의 첫 머리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한 해 국정 기조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희망’을 담은 많은 정책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관념적이긴 하지만 ‘시간’이 새롭게 시작되는 자리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것만큼 달콤한 건 없다.
연두회견은 그래서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정권의 주요 정책과 현안을 국민에게 직접 알리고 설명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정치적 이상과 현안이 단골 이슈였다. 정치라는 게 언제든 이상을 얘기하기 좋은 메뉴이기 때문이다. 남북 문제가 좋은 예다. 미·중·일·러 등 열강과 특수 관계가 있는 만큼 이상과 위기감을 적당히 섞으면 그만이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은 지난 74년 연두회견에서 ‘남북 상호 불가침조약 체결’을 제의했고, 전두환 대통령은 80년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 회담’을 제안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를 쏟아냈다.
새해 벽두부터 부총리 인선과 도시락 파동으로 얼룩진 올해는 예외인 것 같다. 4대 입법, 남북 문제니 하는 정치 현안을 비켜갔다. 거창한 정치적 비전도 제시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3만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지역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 육성, 부품·소재산업 획기적 육성, 벤처기업 육성, 지식산업 육성,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견인 등이 그것이다.
후속 대책도 내놓겠다고 한다.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에 이어 종합 투자계획을 수립, 내수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분배만을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시켰다.
일각에서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환영한다. 비전이 없다거나 허황된 말 잔치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연두회견 대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는 점에서 기업과 서민의 호기심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연두회견이 말 잔치로 끝나지 않고 경기회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말’보다는 ‘실천’이다. 대통령과 정부·기업·국민이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함은 물론이다. 새해에는 마음에 안 들고 싫더라도 좀더 많은 희망과 노력을 얘기했으면 한다. 그런 희망이 현실화하길 기대해 본다.
IT산업부 박승정 차장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와 함께 열어가는 의약품 신속 허가
-
2
[사설] 로봇기업 영세성 넘어야 피지컬AI 꽃핀다
-
3
[데스크라인]'K-보안'에 거는 기대
-
4
[ET톡] K-뷰티의 방주, 올리브영
-
5
[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42〉교육감 선거제 개선, 민주당 주도의 입법권 행사의 적기
-
6
[김태섭의 M&A인사이트] 〈18〉총은 줬다, 총알은 없다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2〉주식폭등 시대, 월급쟁이 애상곡
-
8
[기고]AI 에이전트의 시대, BI는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
-
9
[기고] 전분야 마이데이터, 내 손 위의 정보가 나를 돕는 시대
-
10
[김동현의 AI 시대와 한국의 선택] 〈4〉0.1%의 핵심기술과 한국 AI의 생존 방정식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