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cience Fiction)를 ‘공상과학’이 아닌 ‘상상과학’으로 불러 달라는 국내 최고의 SF 마니아 표도기씨(32)를 만났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은 SF이며 그 중에서도 ‘스타워즈’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표씨는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에 대한 전문가였으며 각종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적 갈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하이에나였다.
# 상상의 출발은 사실과 지식
“좁고 편협된 지식보다는 넓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저의 기본 자세입니다. 항공모함에 나사가 몇 개더라는 식의 지식은 아무 소용없어요. 실제로 항공모함이 전술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전 SF와 관련된 어떤 콘텐츠도 거부하지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SF 마니아로 알려진 표도기씨의 말이다. 표도기씨는 여러 매체에 게임과 영화, SF 등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자유 기고가이자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그 역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취미 활동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직업으로 연계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외부에는 SF 마니아로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지식은 SF에만 국한되지 않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역사 등 폭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최근에 그는 게임개발원 산하 게임 아카데미에서 ‘게임 소재론’ 강의를 맡았다.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표도기씨에게 탁월한 선택이 된 셈이다.
# 모든 것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의 SF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됐다. 어린이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면서 어린이용 SF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SF 소설은 어렵고 난해한 것이 많은 편인데 1970∼1980년대에 어린이용 SF 소설의 붐이 일어나 많은 해외 소설들이 번역돼 국내에 보급된 시기가 있었다. 그 때 접했던 수백권의 SF 소설이 표 씨를 자극했고 ‘과학자’라는 꿈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는 SF 팬들에게 상상과학의 절정을 느끼게 했고 표씨의 인생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중학교과 고등학교 시절은 잠시 SF를 벗어나 일본 애니메이션과 무협지로 외도를 감행했다. 국내 작품들과 차원이 달랐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과학의 무한한 가능성과 콘텐츠로서의 재미를 엿보았고 무협지를 통해 자극적인 소설이 무엇인지 배웠다.
국내에서 PC 통신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표씨는 천리안 시뮬레이션 동호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지식의 보고였던 PC 통신으로 SF에 대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키워 나갔고 1998년에는 국내 최고의 SF 홈페이지 SF 워 클럽(www.sfwar.com)을 오픈할 수 있었다. 이 홈페이지에는 ‘스타워즈’부터 ‘오버맨 킹게이더’까지 SF라면 없는게 없다.
# 상상과학, 그 가능성의 세계
“SF의 힘은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실제 현실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죠. 아이작 아시모프와 데시카 오사무를 연구하면 미국과 일본의 문화에 어떤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알 수 있어요.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SF소설 ‘로봇’으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을 생활에 쓸모가 많은 실용적인 도구로 생각했지만 ‘아톰’을 창조한 데시카 오사무는 사람의 친구로서 로봇을 창조했다는 것.
그래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영향을 받은 서구 과학은 로봇을 굳이 2족 보행의 인간형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인간을 보조하는 의미로 산업용과 실험용에서 활용한다. 이에 비해 데시카 오사무의 일본 과학은, 로봇은 사람의 친구이며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는 영웅인 동시에 인간의 감정까지 가지고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오시아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는 이와 같은 개념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또 표도기씨는 ‘몬스터’와 ‘해피’ 등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가 최근 연재 중인 ‘아톰’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대적 의미로서의 아톰을 재해석한 이 작품에 대해 SF의 혁명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외에도 표씨는 ‘프라네테스’, ‘브레이크에이지’, ‘돌연변이’, ‘문라이트 마일’ 등의 만화와 게임 ‘멕 워리어’,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프리스페이스’, ‘홈월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X-콤’ 등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하며 대중 문화에 녹아든 SF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과학 지식이란 무엇일까?
“문화는 보석 장식구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액세서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원석이 필요한 것처럼,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아는 게 많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지식의 가장 처음이고요.” 역시 전문가다운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다양한 정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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