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등급분류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여러가지 쟁점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등급분류를 하는 목표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원론적인 물음부터 게임 등급분류를 다른 콘텐츠와 분리해 다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 사행성이 강한 아케이드 게임을 다른 게임과 분리시키는 방안, 등급분류기관의 발전적 위상도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등급분류 본질이 무엇인가=지금까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도한 등급분류제도는 궁극적으로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명분을 갖고 실시됐다. 청소년에 유해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등급분류를 통해 사전에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전심의 제도의 뿌리는 일제시대나 군사정권의 검열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제 유지를 위한 하나의 규제책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군사정권의 검열문화는 10년전 공연윤리위원회로 제도화됐으며, 이후 위헌판정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최근 등급분류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등급분류의 궁극적인 목표부터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전등급분류 제도는 대외적으로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갖고 이뤄지지만 실제 내용면에서는 과거 검열문화를 답습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해외처럼 심의나 등급분류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늘날 청소년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산업개발원 김민규 박사는 “현재 영등위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청소년의 범위는 과거의 잣대를 고집하면서 현실과 상당히 괴리를 갖고 있는 측면도 있다”며 “10년전 청소년이나 지금의 청소년의 의식수준이나 문화환경은 매우 큰 격차를 갖고 있는 만큼 청소년에 유해한 기준도 시류에 맞춰 재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심의 분리 문제=콘텐츠의 특성상 게임 등급분류를 다른 콘텐츠와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온라인게임 등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콘텐츠를 음반, 영화 등 한번 만들어지면 끝나는 콘텐츠와 같은 기관에서 비슷한 등급분류 기준으로 심의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성신여대 황승흠 교수는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수시로 변하는 게임을 다른 콘텐츠와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게임의 경우 등급분류 결과가 게임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여부를 좌우하는 만큼 산업적 고려도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행성 게임이 난무하는 아케이드 게임 심의를 다른 게임과 분리하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사행성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비화돼 결국 게임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심의기구가 별도로 마련되면 사행성 심의의 전문성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등급분류기관 위상 제고=등급분류제도의 대개혁에 맞춰 등급분류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심의기구에만 머물지 말고, 다양한 정보 서비스기관으로 위상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영등위에는 게임뿐 아니라 영화, 음반 등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콘텐츠에 대한 정보가 우선적으로 제공됐지만 이를 축적하고 가공하는 업무는 꿈에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ESRB 등 해외 등급분류기관의 경우 등급분류 고유의 업무에만 그치지 않고, 자료 정리와 이를 가공한 다양한 정보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등급분류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웬만한 콘텐츠연구소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강원대 유승호 교수는 “등급분류기관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현재 국고보조금을 받는 영등위와 달리 스스로 운영비를 벌어들이는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며 “방대한 콘텐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면 소비자는 물론 업계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산업 경쟁력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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