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등급 분류 제도 이제는 개혁해야 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의 수뢰파문이 제기된 후 영등위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근 김수용 영등위원장이 위원직을 사퇴했지만 영등위를 향한 불신은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이번 사태의 핵심인 심의위원들의 자질 문제 뿐만 아니라 심의의 형평성, 심의 목적 등 게임 심의 전반에 대해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심의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영등위와 문화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
심의 개혁을 위해서는 대안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갈길이 바쁘다. 하지만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게임산언진흥법에도 심의와 관련된 내용은 “문화부장관이 심의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만 있을 뿐이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한 논의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눈을 조금만 외부로 돌려보면 많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보다 앞서 심의제도를 고민해온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심의나 등급분류의 핵심역할을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에 맞추고 있다. 특히 미국의 ESRB 등 해외 등급분류기관은 등급분류 고유의 업무에만 그치지 않고, 자료 정리와 이를 가공한 다양한 정보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등급분류기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웬만한 콘텐츠연구소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업계와 소비자들의 의식이 부족해 아직 완전한 민간자율로 넘어가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크게 양보해 우리 사회 시민의식을 얕보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현 심의제도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특히 영등위의 심의 절차는 ‘청소년 보호’라는 대의명분 아래 일제시대나 군사정권의 검열문화에서 비롯된 사전 심의를 채택하고 있다. 다원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제도 하나로 게임 문화를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 착오적이다.
문화부는 이제 게임 심의를 재정비하기 위해 민간과 업계가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포럼 등의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더이상 불필요한 논쟁과 불신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기에는 우리 게임산업이 그려나갈 비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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