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이슈](10.끝)IT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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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새해 국민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일하고 부족하지만 그 열매를 서로 나눠가질 수 있는 경제적·정신적 넉넉함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총체적 경제 난국을 합심해 이겨냈지만 2000년 IT버블을 정점으로 반짝했던 경기는 여전히 되살아날 줄 모른다.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올 주요 국정운영 목표도 바로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집중돼 있다. 서민경제를 안정화시키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 IT뉴딜(디지털국력강화대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세밑 국회를 통과한 예산 증액분 2562억원을 합쳐 총 4171억원의 정책자금을 마련했다. 정부는 2월 대학생 졸업시즌에 맞춰 상당수 사업을 발주하고 상반기 조기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목마른 IT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을 지, IT체력이 얼마나 강화될 지 기대가 집중됐다.

◇‘디지털 국력’을 높이자=정부가 IT뉴딜(디지털국력강화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초. 당·정·청이 침체된 경제살리기를 위해 ‘한국형 뉴딜 정책’을 IT중심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는 정부 주도로 투자를 확대해 불황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였다.

정부가 이같은 판단을 한 근거는 올해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와 실업 증가로 인해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7%로 , IMF와 골드만삭스는 4.0%, 모건스탠리는 3.8%로 각각 전망했다.

결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고용 창출을 이끌기 내기 위해 종합투자계획을 수립, 추진해 올해 5%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IT분야는 상당한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대규모 재정투자는 IT 인프라 개선과 경기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창출이 목표=정부가 IT뉴딜 정책을 수립하면서 함께 중장기 정책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올해 잠깐 추진되는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IT체질을 바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각 부처가 마련한 중점 사업들은 △경제일반의 디지털화 등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고용창출 및 소득창출 효과가 높고 △통합전산환경 구축 등 재정투자 효율성이 높은 것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구축, 범정부통합전산환경 설립, 지식정보자원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각 부처는 또 이들 사업을 모두 다년간 계속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결국 국가 IT인프라를 개선하는 중장기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정보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사업 추진하나=우선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국가 DB 확충이다. 흩어져 있는 행정 정보를 디지털 DB로 구축하면 행정 업무의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를 제고하는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 역사, 문화 등 국가적으로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은 지식정보자원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행정, 국유재산, 주택가격, 지식정보를 DB화하고 검색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총 2206억원이 투입된다.

국민의 일상 생활에 필요한 교통정보 수집도 이뤄진다. 또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텔레매틱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통·물류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광역도시권내 국도 ITS 인프라와 도시 간선도로 교통정보 기반을 확충하고 ITS 정보 표준화 및 통합DB 구축에 총 957억원을 소요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각부처에서 분산 관리되고 있는 전산환경의 통합 관리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전산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국회 예결위원회에서 증액된 258억원을 포함, 1008억원의 예산이 올해 집행될 예정이다.

◇예산 확충과 중장기 플랜이 필요=문제는 IT뉴딜을 위한 예산이 국회 최종 심의과정에서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중장기 계획의 사업 수행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과 심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의 도시간선도로 교통정보기반 구축사업용 예산은 당초 행자위에서 올린 417억원이 239억원으로 낮춰졌고 건설교통부의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인프라 구축 예산도 638억원으로 절반이나 깎였다. 특히 소방방재청의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구축 예산 700억원은 아예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사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키고 부족한 예산은 5월 이후 경기 상황을 봐서 추경 예산 등에 반영한다는 생각이다.

김준호 정통부 정보이용촉진과장은 “각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상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보완작업을 추진중”이라면서 “초도에는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인프라가 개선돼 디지털 체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IT뉴딜` 이렇게 추진하자

정부의 IT뉴딜 정책 집행에 대한 기대감 못지 않게 비판의 여론도 뜨겁다. 업계 일각과 야당으로부터 근시안적 취로사업이라든지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만큼 보완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취로사업이냐, 인프라 개선이냐=비판의 골자는 IMF때 실시한 1차 뉴딜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대규모 DB 구축과 같은 IT취로사업을 들고 나왔으며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일시적 고용효과만 낼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IMF 당시 구축한 호적DB 등이 전국민의 행정 편의를 높이는 기반이 됐다는 것. 이번 IT뉴딜에는 범정부통합전산환경 구축, ITS 표준화 및 DB 구축 등 장기적인 인프라 개선 사업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는 특정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 보다 사회간접자본(SOC)이 될 하드웨어 투자가 수반되고 무형의 지식자산 축적이 많은 만큼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장기 수요 창출을 위한 새 아이디어를 내자= 말그대로 디지털 국력을 강화하려면 중장기적인 비전도 따라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편적인 IT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표준 기술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해야한다.

이를 위해 IT 사각지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직도 정보화의 손길이 덜 미친 분야를 집중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와 ‘군대’가 대표적이다. 두 곳의 IT 인프라는 개선할 소지가 많으며 파급 효과도 크다.

◇기업의 투자 유도가 과제=정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소나기’여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고용창출이 목표라면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또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활성화도 필수적이다. 일부 대기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면 ‘부익부 빈익빈’현상만 심화한다.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원 상무는 “철저한 중간 점검과 사후 평가로 신규 수요와 투자를 이끌어내는 보완 계획이 잇따라야한다”고 평가했다.

*국회 운영 파행 재난예방 `발목`

지난 연말 국회 행정자치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IT뉴딜에 관한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4대 개혁입법’ 등을 놓고 여야 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국회 운영이 파행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고도화 사업’ 용도로 소방방재청이 올린 700억원의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지난해 12월31일 밤 정부 예산을 급하게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상임위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700억원의 예산은 전국의 70여만개 주요 건물 및 시설에 대한 위치와 전기배선 도면 등 각종 소방정보를 기존의 종이(문자)에서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에 쓰일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셈이다.

이형래 한국후지쯔 차장은 “e재팬 전략에는 ‘방재전자정부’를 위한 세부사항이 마련돼 있을 정도”라며 “지진·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일본은 이미 90년대부터 방재 행정 무선망을 가동중에 있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소방방재청은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에도 불구, 재난과 안전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이 날로 커져가는 것을 감안해 일반예산과 타부처 출연금 등을 통해서라도 핵심 과제들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소방청은 오는 3월 ‘국가안전 2단계 BPR/ISP’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2009년까지 5개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방청은 현재 본 예산 108억원과 행정자치부의 전자정부 출연금 30억원을 확보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이재민 통제 시스템을 비롯해 △내부 관리자용 시스템 △외부사용자 접속 시스템 △부처 모니터링 시스템 △재난종합정보 허브센터 △재난정보 의사결정지원 시스템 등을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에 예산이 삭감된 사업은 단순 DB구축 사업의 성격이 강해 전체 국가재난 고도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디지털 데이터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는 만큼, 추경 예산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게 소방청의 계획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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