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던 세계 최강의 일본 부품 산업이 올해는 정체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부품 산업은 올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상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전까지 국내 부품 산업이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이뤄낼 경우 대일 의존도를 줄이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5년 만의 정체 예상=최근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가 발표한 ‘2005년 전자공업생산전망’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한 자릿수 정도의 성장을 유지하던 일본 부품 산업이 올해는 정체가 예상된다.
JEITA가 예상한 올해 일본 부품 산업의 생산액은 3조32억 엔으로 작년 3조22억 엔에 비해 제로에 가까운 0.03% 성장할 전망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항기, 콘덴서, 수정부품 등이 포함된 일본의 수동부품 산업은 작년에 비해 소폭이나마 성장이 기대되지만 커넥터나 스위치 등의 접속부품과 인쇄회로기판은 성장세가 꺾여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또 최근 계속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마그네틱헤드나 소형 모터 등의 변환 부품은 하락세 지속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에 대해 JEITA는 “부품 일부에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전반적인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컴퓨터나 휴대폰에 집중돼 있던 부품 수요가 가전이나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디지털 TV나 DVD 리코더 등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자제품 관련 부품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두 자릿수 성장세 지속=일본 부품 산업이 정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두 자릿수의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조사한 ‘디지털전자산업 2005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자부품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12.6% 성장이 예상된다.
이 수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것이다. 반도체가 경기 하락 추세이고 디스플레이는 생산 과잉이기 때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전자부품의 성장률은 오히려 조금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주요 전자 부품 품목을 살펴보면 우선 디지털 가전 수요 증가로 인쇄회로기판의 생산 규모가 2004년 약 7조원에서 올해는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콘덴서 역시 작년 약 9000억원에서 올해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이에 대해 “2004년과 같은 급성장은 아니지만 올해도 디지털 TV와 휴대폰 등의 호조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평판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과 휴대폰 부품 가운데 일부는 50% 이상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와 기회는 공존=이러한 일본 부품 업계의 정체와 국내 부품 산업의 성장은 한일 FTA 체결을 앞두고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줄 전망이다.
우선 국내 부품 업체는 양적인 성장을 앞세워 재투자의 발판이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았던 부품 중 고부가가치 인쇄회로기판이나 휴대폰용 카메라모듈 등의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격차는 올해 더욱 좁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체의 수출이 크게 늘고 있는 인쇄회로기판이나 커넥터 등의 분야에서 일본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부품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일본 부품 업체의 생산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국내 부품 업체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부품 업계의 대일 경쟁력이 가격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부품 업계의 가격 공세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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