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술직 공무원 채용 규모가 소폭 줄어든다고 한다. 수적으로는 지난해 496명에서 올해 489명으로 7명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전체 공무원 채용에서 기술직 비중을 보면 지난해 17.2%에서 올해 15.7%로 1.5%포인트가 낮아지는 것이다. 정부가 이공계 전공자들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직 공무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뭔가 문제가 있어도 보통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올해 공무원 선발 예정인원이 작년보다 1만여명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기술직 공무원 채용 규모는 현상 유지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정고등고시를 거쳐 임용될 5급이나 7급 기술직의 채용 규모는 조금씩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5·7급 전체 선발 인원에서 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보면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져 이공계 공직자 확대 정책과 배치된다.
특히 공직자 중 그야말로 맨 아랫단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일꾼이라 할 수 있는 9급 기술직 선발 예정인원은 작년보다 무려 11.8%나 축소됐다고 한다. 전체 선발 예정인원이 그대로인데 이처럼 기술직을 대폭 줄이니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년보다 2%포인트나 떨어져 겨우 14.8%에 불과하다. 지난달 열린 국과위에서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연도별 기술직 신규채용 비율(2005년 30.1%)을 감안하여 2005년도 공무원 충원계획을 수립한다’고 결정했지만 이것이 고려된 흔적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술직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 참여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국정과제로 삼은 것은 물론,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여러 가지 이공계 우대정책을 내놓았고 실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과학기술 정책 수장을 부총리로 격상하는가 하면 얼마 전 실시된 개각에서는 교육부총리에 이공계 출신을 임명하는 등 지금까지 어느 정부보다도 내각에 이공계 출신을 많이 등용했다. 이런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이공계 채용목표제도 올해부터 시행하는 등 과학기술자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들이 거의 정책에 반영되다시피 했다. 이쯤 되면 과학기술자들의 사기가 진작돼 신바람 날 만도 한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이공계 우대 정책들이 이곳저곳에서 삐걱거리며 본래 의도대로 시행되지 않는 등 과학기술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번 2005년 공무원 채용 계획에서 기술직 선발 인원 비중이 줄어든 것도 과학기술자들이 정부 정책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어느 특정 부문을 배려하는 것도 문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기반사회로 달려가고 있고 행정서비스 역시 전문화돼야 하는 시대다. 또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작정 색안경으로 쳐다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5급 이상에 대해서만 짜여진 이공계 채용 확대책을 이젠 5급 이하 기술직에 대해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 하위직 이공계 공무원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해 차후 고위직으로 올라갈 경우 그동안 논란이 돼온 차별 문제도 자연스레 사라지고 행정서비스도 고급화되며 이공계 우대 효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기술직 공무원들의 정책관리 능력향상을 위한 교육훈련도 과제다.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기술을 담당하는 사람도 행정적 소양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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