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이슈](6)제2의 벤처 붐

 ‘제2의 벤처 붐, 더 이상 꿈은 아니다!’

 새해 들어 마침내 고대하던 벤처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 코스닥 시장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벤처업계의 표정도 ‘확’ 바뀌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좌절감에서, 이제 다시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IT버블 붕괴와 극심한 경기부진 여파로 나락으로 떨어졌던 벤처들이 제2의 비상의 희망에 차 있다. 숱한 시행착오와 실패의 아픈 기억들을 뒤로하고 IT강국을 위한 성장엔진에 힘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정부, 제2 벤처 붐 주도=정부는 경제의 활력 회복, 성장동력 확충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벤처’가 희망이라고 판단, 본격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9년간 제자리에 있는 1만달러대 국민소득을 2만달러로 높이기 위해서는 벤처가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차원에서도 이번에 나온 벤처 육성 종합판인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은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포함돼 있는 지원 내용은 놀라울 정도로 업계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난해 11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마련한 ‘벤처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나온 정부의 정책방향역시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벤처업계가 제안한 ‘벤처 활성화 10대 어젠다’ 내용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세부내용에는 세제·금융지원 등 원천적인 내용에서부터 △코스닥시장 활성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 △벤처캐피털의 안정적 재원 확보 및 투자자금 회수 지원 △벤처 패자부활 프로그램 도입 △신기술제품 및 SW 수요기반 확대 등이 망라돼 있다. 이 부총리가 간담회 후 밝힌 ”벤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쏘시개만으로는 안되고, 휘발유를 뿌리든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다.

 김성진 중소기업청장도 지난해 말 벤처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개월 동안 전문가들을 모아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대안 모두를 한번 이상씩 점검했다”며 “정부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IT뉴딜 정책 역시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는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ITS) 등 각종 정보화 프로젝트를 포함, △첨단 IT콤플렉스 조성사업 △홈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사업 △나노종합팹 구축사업 등이 담겨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 벤처기업들이 IT뉴딜로 실질적인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바톤은 벤처업계로=정부로서는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해 나름의 의지를 충분히 표명했으며 또한 그에 걸맞은 지원책을 내놓았다. 물론 이들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의지, 그리고 산업·민간 등의 반응으로 봐서는 결코 일련의 움직임들을 단순한 제스처 이상의 그 무엇이 확실히 읽힌다는 분위기다.

 이제 ‘제2의 벤처 붐 조성’의 공은 벤처업계에로 넘어간 셈이다. 이 같은 정부내 분위기에 대한 벤처업계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종합대책에 대해 “정부가 벤처업계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이제 벤처업계가 파이팅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벤처 붐 조성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벤처산업의 윤리성 및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나름대로 그 동안 쌓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동시에 지난 벤처 붐이 갑자기 사그라지는 주요 요인이었던 윤리성 시비를 사전에 막겠다는 목표다.

 이의 일환으로 벤처기업협회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윤리경영에 나서자는 의미에서 △벤처기업 윤리강령 △윤리경영 실천규범 △윤리경영 자가진단표 등으로 이뤄진 ‘윤리경영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보급한다. 또 윤리경영 분위기 확산을 위해 윤리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윤리경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벤처가 단기간에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가 윤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도 그동안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투자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반기 중 ‘창투사 투자활동 공시제도’를 도입한다. 이 제도의 골자는 벤처캐피털업체가 경영·재무상황, 조합 운영현황, 위법사항 등을 공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2 벤처 붐 가능성은 충분=전문가들은 제2의 벤처 붐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여기에는 지난 2000년 전후의 벤처 붐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지난 번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져 봤던 경험이 벤처업계의 분발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리란 분석이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은 “벤처업계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슬기롭게 극복했다”며 “이들 벤처업계가 그때의 과오를 기억하면서 다시 한번 벤처정신을 발휘한다면 제2의 벤처 붐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에 대한 재해석도 벤처산업 발전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전후 잇따라 터진 각종 ‘벤처게이트’로 인해 벤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벤처의 잠재력에 대해 인정하고 재인식하는 분위기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3년 기준 25.3%로 중소기업 5.4%, 대기업 6.6%를 크게 능가했다. 벤처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과 수출증가율 역시 각각 8.3%와 38.6%로 대기업(8.2%, 39.2%)과 중소기업(8.3%, 24.5%)보다 앞서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그리고 이에 맞춰 다시 샘솟듯 일어나고 있는 벤처업계의 불굴의 벤처정신. 2005년은 분명 제2의 벤처 붐이 조성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전문가 5인의 ‘제2 벤처 붐’을 위한 제언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정부와 산업계가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을 선별할 능력을 꼽고 있다. 또 벤처기업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도록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창업보육센터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울러 벤처기업들이 기술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큰 비중을 크게 둬야 한다는 점이 꼽혔다. 벤처관련 전문가들의 ‘제2 벤처 붐을 위한 제언’들을 요약한다. (인물 가나다순)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상무=90년대 말과 다른 내실 있는 벤처 붐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은 지나치게 기술을 과신해 시장을 도외시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술 동향 및 발전 경로는 물론 사회적 요구와 이에 따른 소비자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는 껍데기뿐인 벤처기업들이 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원 일변도의 정책을 지양하고 지원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벤처지원포럼 회장)=1997년 이후 중소기업청·정보통신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전국에 개설한 창업보육센터의 수가 291개(2003년 말)로 급증했다. 숫자가 너무 많다. 숫자가 많다 보니 운영실태도 매우 주먹구구식이다. 외부로부터 운영자금을 지원받고 염가의 건물 임대료 및 관리비를 징수하여 공간임대 사업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 벤처보육센터의 현실이다. 창업보육센터를 재점검해 잠재력 있는 벤처의 발굴에서 보육, 졸업에 이르는 과정을 프로답게 운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서령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산업자원 전문위원=‘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통해 모태조합이 결성되고, 이에 따라 각종 투자펀드들이 양산될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벤처캐피털의 펀드매니저들이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벤처기업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정확히 파악해 투자하는 일이다. 투자에 대한 신뢰성이 높을 때만이 벤처 붐이 형성될 것이다. 또한,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기술평가기관에서도 기술평가를 정확히 해 우수 기술을 지닌 벤처기업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역차별 현상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제2의 벤처 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1의 벤처 붐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능이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특히 민간 벤처캐피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캐피털 기능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벤처투자펀드에 지속적·안정적으로 출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출자규모가 과다해 오히려 벤처캐피털시장을 망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지난 벤처 붐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욕만 앞서고 역량이 미치지 못한 점이다. 즉 벤처창업자들의 ‘의욕과 역량의 차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다. 제2의 벤처 붐을 위해서는 무모한 도전과 잘못된 지원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실패 사례를 줄여야 한다. 전문적이면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사업의 성공가능성은 최대화하면서 도덕적 해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 및 자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또한 관련 전문가 집단도 길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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