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희망가로 끝나선 안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북한산이나 관악산 정상에 올라간 사람이건, 동해로 달려가 해맞이를 한 사람이건 2005년 을유년에 떠오른 첫 해를 보면서 각자의 가슴속에 한 가지씩 희망을 품고 다짐을 했을 것이다. 늦잠을 자느라 이불 속에서 새해를 맞은 사람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는 마찬가지였을 게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살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도 있겠고, ‘대박을 터뜨려야겠다’는 야심찬 포부나 ‘올해엔 담배를 끊겠다’는 작은 다짐도 있었을 것이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삶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기업이나, 나라나 모두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스스로 다짐한 목표에 이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확인하면서도 다시 거대한 목표와 꿈을 세우고 또 이를 실현하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일상에 빠져들면서 그 1년치 다짐은 금방 무디어져 가는 듯하다. 사실 개인, 가족, 직장, 국가 단위의 크고 작은 다짐이나 신년사가 무수히 쏟아졌지만 하루 이상 귓가에 맴돌 만한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정치인의 신년사가 특히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에는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해로 만들어 나가자”며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뛰자”고 호소했다. 작년에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정치 개혁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겠다는 정치계의 다짐도 마찬가지다. 해가 바뀌었지만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여전히 허우적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시끄럽기만 하다. 곳곳에서 ‘희망가’를 부르고 있지만 국민이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희망가’를 연초마다 되풀이되는 의례적인 구호와 소망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환율과 유가 등 원자재값 불안과 같은 대외 변수가 암초처럼 버티고 있다. 대내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올해 국정 운용의 우선 순위를 ‘경제’에 두겠다고 수차 말하긴 했다. 신년사에서는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까지 지적하며 개선을 다짐했다. 진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실천 의지가 강함을 알 수 있어 기대된다.

 이젠 경제 주체들이 정부 정책에 믿음을 갖고 함께 뛰는 일만 남았다. 또다시 희망이 희망으로만, 다짐이 다짐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연초의 희망가가 또다시 후회로 끝나게 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는 일관되고 믿음이 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경제 주체들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외부 환경만 탓하지 말고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헌재 부총리의 말처럼 ‘경제는 심리’다.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새 출발할 경우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경제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고 했다. 실제의 경제환경 이상으로 때론 악화될 수도 있고 예상 이상으로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이는 정책과 경제 주체들의 태도에 달렸다. 어렵다는 쪽을 강조하다 보면 경제 주체들의 의지마저 위축될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한다.

 올해 경제 환경은 좋지 않다. 하지만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힘겨운 시기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부와 각 경제 주체가 ‘경제 회생’을 공동 목표로 삼아 힘을 쏟는다면 예상을 넘어서는 성과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린다고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경제 주체가 함께 노력해서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년사가 단순한 ‘희망가’로 그치지 않게 하려면 더욱 그러하다.

 wcyo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