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005, 우리의 숙제

 2005년 을유년 새해다. 한 해가 가고, 다시 온다는 게 시간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한 해를 맞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희망이라는 불빛이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기에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 아마 우리 국민 대부분의 희망은 경제가 제자리를 찾아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고, 청년실업도 해소돼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는 것일 게다. 그러나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면 당연히 여기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제회복이라는 국민의 염원이 한데 모여 이 같은 희망이 실현되는 역동적인 을유년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T제조업이 무역 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IT제조업의 총노동생산성이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하는 등 IT의 국가 기여도가 OCE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IT산업의 회생 없이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IT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따라서 IT산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급선무다. IT투자를 유도해 수요를 창출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고, 여기서 다시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구조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새해를 맞아 IT산업 종사자의 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경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뒷받침 없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는 허약할 수밖에 없다. 채산성 확보를 빌미로 중소기업을 옥죄는 과거 방식의 사업구도로는 정상적인 산업발전을 유도할 수 없다. 벤처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미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책으로 벤처들이 뛰놀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됐다. 이를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 것은 벤처기업가의 몫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기업윤리와 도덕성이다. IMF라는 위기를 극복한 벤처들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벤처가 2005년 희망으로 다시 떠올라야 한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많은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지만 생색내기용 정책, 정책만을 위한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예산의 조기집행과 뉴딜정책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단순히 양로원 건설 등 일부 건설경기 부양 쪽으로 치우친다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IT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IT경기의 회복이 우리 경제활성화의 지름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기술부총리의 도입은 정책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지를 충분히 살려야 한다.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 부처의 노력이 전제돼야만 전자정부 구축, 행정 효율화, 기업육성책 등 다양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IT산업 활성화의 근저에는 R&D투자가 있다. 이미 글로벌경제에 포함된 우리의 IT산업은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반도체와 휴대폰의 뒤를 잇는 한국의 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IT산업이 활성화되는 데는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IT인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IT는 그들만의 산업이 아니다. 단순히 수요 측면에서 바라보는 제조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요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하려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난날 단순히 매출확대를 위한 과도한 IT투자 유도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음을 깨달아야 한다. 사용자들이 외면하면 IT활성화는 요원하다.

 우리의 가슴에는 2년 전 월드컵의 감동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꿈은 실현됐고 한국의 저력은 세계만방에 떨쳤다. 월드컵 이후 세계인에 각인된 IT코리아의 명성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새해를 맞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월드컵에서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우리의 IT파워가 2년이 지난 지금, 세계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찾는 게 2005년 새해 우리의 숙제다.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