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이슈](2)환율 불안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경제연구소 올해 경제전망 수정 현황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인 수출이 달러화·위안화 등 외화 환율의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환율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외환딜러들이 환율변동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 위안화 절상분위기는 기업에 경영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한다’는 수준의 극단적 경영 불안감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연간 400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의 무역적자에 재정적자까지 가세한 쌍둥이 적자에 시달린 미국의 달러화 약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

 하지만 예상 외로 가파른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는 국제적인 유가·원자재가 인상과 함께 더욱 더 우리 경제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요인이 당장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맞추기 △중장기적으로 품질향상·가격인상을 병행한 수지타산 맞추기 등의 방법으로 대응책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원달러 강세는 과거 고도성장기에 수입가격 하락 및 물가 안정을 통해 내수 살리기 효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작금에 와서 원달러 강세는 새해 우리 경제의 최대복병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적 우량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달러당 1150원선에서도 이미 100원 이상 떨어졌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업종별 대표 수출기업 392개를 조사한 결과 70∼90%가 출혈수출 위기에 놓여 있음을 밝히고 있어 새해 무역환경은 더욱 악화되리란 전망이 불 보듯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환율위기에 따른 새해 경기의 불확실성 가중과 투자심리 냉각이다.

 게다가 중국발 위안화 절상 문제까지 겹칠 전망이어서 우리 경제와 증시에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엔화·원화도 동반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수출경쟁력과 채산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태 삼성증권 투자분석부 부서장도 “위안화 절상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는 등의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중국수출 감소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무역수지 적자의 40%가 발생하고 있는 동아시아 4개국에 대한 통화절상 및 통상압력을 더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사실상 위안화 절상을 위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한국은행 측은 중국이 이미 환율제도 변경을 위한 기초 작업을 완료하고 연내 위안화 절상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재정·무역적자와 달러 약세 용인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을 이유로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주요 투자기관은 내년 말까지 엔화는 달러당 90엔대 중반, 유로화는 유로당 1.35∼1.40달러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환율전망치인 1000원을 적용했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은 환율요인으로만 약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달러화가 세계경제 흐름에 충격을 줄 정도로 폭락하거나 환율 변화폭이 커진다면 과거의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위의 결과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는 국제환율 변동성을 감안해 급격한 환율변동을 억제하되, 국제외환시장의 추세에는 순응하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과 원화 강세 분위기에서도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etnews.co.kr 

*기업들 어떻게 대응하나

국내 기업들은 새해 원달러 환율 비율의 하한선을 연평균 1050원대로 잡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도 올해 경영계획에 1050원 기준의 원달러 환율을 책정, 반영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보다 더 낮춰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1000원대 붕괴를 상정한 단계별 경영 기획안을 만들어 놓고 상황 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1000원대 붕괴에 대비해 생산거점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과 중국의 변동환율제 시행 등에 따른 ‘널뛰기’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이미 1000원대 붕괴 기정사실화=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을 1050원대로 상정해 경영계획안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내년도 3%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내부에서는 1000원대 붕괴에 대비한 비상 경영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로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전선 구축에 들어갔다. 여기에 기술 유출 위험성이 적은 생활가전분야와 정보통신 부문의 글로벌화를 앞당길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1050원대 원달러 환율을 상정했으나 최근 환리스크 증폭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주요 시나리오는 헤징 비율과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외화예금과 매출채권을 줄이며, 외화의 수입 및 지출을 감소시키는 방식이 유력하다.

 LG전자는 환율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에 대비해 제품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다원화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수출기업, 수익성 보장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대우일렉트로닉스도 원달러 환율 1000원대가 붕괴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선물환 거래 등 외환관리시스템을 가동, 결제 수단을 모두 엔화나 유로화로 바꾸고 있다. LG화학은 미래 전략사업인 2차전지 분야에서 핵심 재료인 양극재와 전해액을 국산화하며, 음극재와 격리막 등 아직 국산화되지 않은 것은 개발 업체를 지원, 국산화로 돌려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른 기업들도 내수 침체와 유가 급등, 달러화 약세와 국제금리 인상, 이른바 네 가지 경제악재로 인해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에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체들은 달러가 약세일 때 해외 결제 비율을 높여 환리스크를 줄여가고, 향후 달러 대신 유로화 등 결제 수단을 다양화해 위험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은 선물환이나 환율변동보험 등의 상품을 이용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반도체·가전·정보통신·자동차 등 수출비중이 큰 기업들의 첨단 기술 확보와 사업부문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예측불허의 환율 

 구랍 31일 우리나라 외환시장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새겨졌다. 원달러 환율이 7년 만에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00원선을 깨고 1035원대까지 떨어졌다. 1040원대 붕괴를 우려하던 기업에는 ‘올 것이 온’ 셈이다. 내수부진 속에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추락과 출혈 수출에 따른 심각한 경영위기가 눈에 보인다.

 지난 1997년 11월 24일(1085원) 이후 7년 만에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경제연구소는 지난달 올해 환율과 경제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수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적자 및 경상수지적자 확대 등에 따라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23.7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분기별 환율은 1분기 1045.80원, 2분기 1030.90원, 3분기 1016.50원, 4분기 1001.50원 등으로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올 4분기에는 10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또 위안화 등 동아시아 통화가치 절상 요구 등이 예상보다 강화될 경우 1000원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 평균인 1140원보다 약 110원 하락한 1030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역시 하향 수정이 잇따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4.4%에서 4.1%로 하향 수정해 발표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앞서 발표한 4.5%보다 0.5%포인트 낮은 4.0%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은 “환율은 시장 심리와 투기적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외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도 50 대 50이라는 대답밖에 얻지 못할 정도로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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