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새해 예산안의 핵심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 중 경기활성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IT 및 사회간접자본 분야는 증액됐고 당장 시급하지 않은 공적자금 상환자금은 대폭 깎였다. 특히 정부가 최근 선언한 ‘벤처 활성화의 원년’을 이룩하기 위해 △국가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기반 인프라 구축사업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사업 등 IT분야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은 주목할 만하다.
◇IT분야 집중 투자로 ‘제2의 벤처 붐’ 조성=국회는 정부의 ‘제2의 벤처 붐’ 선언을 받아들여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조기에 청년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디지털 국력 강화대책에 힘을 실어줬다. 증액 예산규모는 총 2562억원으로서 기상정보DB 등 국가 DB 구축에 1347억원(행정자치부 1113억원, 정보통신부 234억원), ITS기반 인프라 구축에 957억원(건설교통부 638억원, 경찰청 239억원, 정보통신부 80억원),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조기구축 258억원(행자부) 등이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 종합대책 사업예산은 원안보다 2130억원이 늘어났고 도로·철도·댐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도 2764억원이 늘어났다.
◇뭐가 깎였나=여야 간 최대 쟁점이었던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금은 정부가 편성한 2조3000억원에서 무려 1조원이나 깎였다. 이 출연금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쏟아부은 공적자금 가운데 재정부담분을 25년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2조원씩 일반회계에서 기금에 출연토록 돼 있다. 그러나 올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빚 상환은 천천히 하자는 데 여야 의원들의 인식이 모이면서 올해 출연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불황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차원에서 공공부문 예산도 군살빼기의 칼질을 비켜가지 못했다. 우선 기획예산처에 편성된 예비비 3069억원이 감액됐다. 올해 신규로 170억원이 반영된 행정서비스 혁신능력 개발사업도 41억원이 깎였고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지원단 관련 예산도 122억원이 삭감됐다.
◇경기활성화 예산 조기집행엔 차질 우려도=새해 예산안이 해를 마감하기 불과 한 시간 남짓 남겨두고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면했지만 통과시점이 너무 늦어 올해 예산 조기집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만 재정의 59%인 100조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 중 50조원은 1분기에 집중 투입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집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자리 창출 등 주요사업의 상당수는 제대로 집행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부처에서는 당초 정부가 발표한 대로 ‘상반기에 59% 집행 계획’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월별 집행계획을 짜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 실무자들이 밤을 새워 계획을 짜더라도 1, 2월 집행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사업은 해당부처의 사업계획서가 준비되지 않아 시간에 쫓기게 됐고 지자체 보조사업도 본예산을 잡지 못해 올해 상반기를 허송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공모사업도 사업기획과 공고, 신청 등을 거치는 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해 연초에는 사업이 힘들게 됐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표. SOC·IT투자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확대 내용
(단위: 억원)
구분 증액 내용
SOC 시설 투자 2764 도로(1699), 철도·지하철(776억), 재래시장 경영현대화 및 활성화(110) 등
디지털 국력강화대책 2562 기상정보 DB구축 등 국가 DB 구축(행자부 1113, 정통부 234), ITS기반 인프라 구축(건교부 638, 경찰청 239, 정통부 80),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조기 구축(행자부 258억) 등
고유가 시대에 대비 에너지 절약시설 및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2130 신재생에너지 보급 융자 확대(500→870), 에너지절약 위한 융자 확대(3080→4580) 등
자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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