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을 작곡할 때마다 개인 콘서트를 준비하는 기분입니다.”
씨알스페이스 사운드 프로듀서(PD)로 활약하고 있는 장훈(31)씨. 그는 게임 속 멜로디나 효과음도 창작정신과 고뇌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온라인 무협게임 ‘디오’의 음향을 담당한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 출신의 ‘음악전문가’다. 가곡 ‘비목’과 ‘기다리는 마음’을 작곡한 장일남씨의 아들이기도 한 장PD는 서울아카데미 심포니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게임음악을 작곡하면 할 수록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는 그는 “국내에서 게임음악하면 장훈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까지 한우물을 파겠다”고 다짐했다.
장PD가 게임음악을 본격 시작한 것은 2002년 8월 씨알스페이스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서울아카데미 심포니를 그만두고, 모 게임업체에서 온라인게임 음향을 담당했지만 업체가 얼마가지 않아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씨알스페이스 입사는 그가 습작으로 만든 음악을 게임개발자협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씨알스페이스에서 ‘디오’ 개발을 진두지휘하던 오용환 개발실장이 그 습작을 보고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해 왔다.
“처음에는 무협이라는 독특한 장르에 끌렸어요. 하지만 동양적 팬터지 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어요. 곡을 쓸 때마다, 효과음을 낼 때마다 동양의 신비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죠.”
온라인게임 ‘디오’ 속 20여곡의 멜로디, 수십종의 효과음은 이처럼 피말리는 산고 끝에 하나씩 태어났다.
“음악을 시작하고 이처럼 창작의 고통을 절감한 적도 없어요. 빡빡한 개발 스케줄에 맞춰 분초를 다투며 곡을 쓰고, 효과음을 구상했죠.”
그는 온라인게임 개발 스케줄상 맨 마지막에 놓여있는 음향은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디오’가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자신의 게임음악을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게임음악에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금은 ‘디오’속 배경음악을 벨소리나 컬러링으로 서비스해 달라고 조르는 팬까지 생겼을 정도다.
# 피할 수 없는 음악인생
시간을 거슬러 그의 음악인생은 94년으로 돌아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씨의 추천으로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경영학도를 꿈꿨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재능과 끼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버클리 음대에서는 정통 재즈와 블루스, 록을 주로 배웠어요. 몇몇 인기가수들 때문에 버클리 음대하면 현대적인 테크노 음악을 떠올리지만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고전에 가까워요.”
가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싸이나 조PD 등이 그의 후배들이다. 하지만 그는 이들이 배운 음악을 버클리 음대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섯손가락 맴버로 활약한 이두원씨, 수요예술무대를 진행하는 김광민씨 등이 버클리 음대 출신의 정통파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정통과 상업음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께서는 정말 클래식만 고집하셨어요. 처음에 게임음악을 하겠다고 했더니 반대했어요. 하지만 이제 게임이나 영화 속 음악도 상업음악으로 치부하기에는 예술적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어요.”
그는 게임음악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분야로 활동 반격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 이제 게임은 소리경쟁
2년 남짓 게임음악 전문가로 활약하면서 그는 게임이 나오면 멜로디나 음향효과부터 스크린하는 직업병이 생겼다. 온라인게임은 물론 외산 콘솔게임이나 PC게임도 가리지 않고 듣는다.
특히 최근 프리 오픈서비스를 한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를 보고는 잘 만든 영화음악을 듣는 듯한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서서히 음향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래픽에 비하면 여전히 찬밥 신세죠. 외국 게임업체들이 별도의 음향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 대부분은 값싼 외주제작으로 돌리고 있어요.”
그는 3D로 대변되는 게임 속 그래픽 경쟁은 정점에 왔다며 이제 음향의 미묘한 차이가 게임의 완성도를 가름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게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멜로디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 효과음을 통해 얼마나 타격감을 높여주느냐에 따라 게임의 몰입도가 판가름난다는 것. 이 때문에 게임 기획부터 사운드PD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협게임을 해봤으니 이제 스포츠, 캐주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게임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그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곧 업데이트 될 ‘디오’의 인연시스템 음향작업을 위해 종종 걸음치며 말했다.
“인연을 맺을 때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형상화해야 돼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많이 본 뉴스
-
1
中 BOE, 삼성 갤럭시S27 OLED 공급 불발
-
2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반도체 경쟁력은 사람"… 인재 양성 체계 구축 논의
-
3
삼성, 영남에 피지컬 AI 60조원 투자...일자리 20만개 쏟아진다
-
4
삼성 초기업노조 “호남 반도체, 정부도 회사도 우리와 협의해라"
-
5
KT, 5G·LTE 통합요금제 출시…이통 3사 요금제 개편 마무리
-
6
李 대통령 “영남, 글로벌 첨단 제조업 거점으로…우주항공이 새로운 먹거리 될 것”
-
7
방사선에 무너진 장 되살릴까…엔지켐생명과학, EC-18 치료 가능성 중동물서 검증
-
8
첫 결재는 '30분 평택'…최원용 시장, 생활권 재편 속도
-
9
타타대우모빌리티, 중형 트럭 '하이쎈' 1호차 고객 인도
-
10
단독'미토스 쇼크' 파장…KB국민은행 AI 내부통제 강화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