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이자 유일한 나이프 수집가 한정욱씨는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걸었던 취미 생활을 이제 세상과 함께 공유하려 한다. 척박한 환경과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몇 십년 동안 도검을 수집한 그는 인생의 철학을 칼에서 찾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 엄마의 자궁 밖으로 나오면 가장 먼저 의사와 접촉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는 메스로 탯줄을 자르죠. 칼은 인간 생존의 시작이며 인류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합니다.”
국내 최고의 나이프 수집가인 나이프갤러리 한정욱(52세) 대표의 말이다. 평생을 칼과 함께 한 그의 말 하나하나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있었다. 오랜 세월을 하나로 집중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꼿꼿함이 그에게서 풍겨 나왔다.
한 대표의 나이프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몰랐지만 왠지 칼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중·고등학교 때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며 다양한 칼을 접할 수 있었다. 그의 보이스카우트 활동은 칼을 수집할 수 있는 좋은 핑계였으며 부모님들도 이해심을 갖추고 있어 ‘무서운 아이’로 손가락질을 받은 건 아니였다.
그러다 칼과 검에 대한 본격적인 수집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발동이 걸렸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한 검도는 그의 칼에 대한 애정의 연장선상이었고 일본도를 접하면서 검의 철학을 이해하며 한국도와 일본도를 모으기 시작했다. 졸업을 해서도 애정은 식을 줄 몰랐고 직장 생활로 경제력을 갖춘 후부터는 왕성한 열정에 불타올랐다.
해외 출장을 다니며 진귀한 칼을 수집했고 고가의 도검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00년 문화일보 국장을 그만두면서 그는 자신의 취미 활동을 생업으로 연계하려고 마음 먹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무섭도록 진행되는 명퇴 바람과 불황은 그에게 칼을 통한 희망을 보게 했다. 그래서 그는 평생 수집한 칼과 검으로 인사동에 나이프 갤러리를 오픈하기에 이른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도검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거부감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요. 처음 이 갤러리를 오픈할 때도 경찰의 허가를 받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일단 오픈하고 나니 많은 분들이 여기를 방문해 저도 놀랐습니다.”나이프(knife)는 단검(dagger)과 단도(sword)가 포함된 포괄적 의미다. 여기에는 부엌칼(kitchen knife)의 뜻도 들어가 있으며 포괄적으로 바스타드(bastard) 등 전투용 칼과 검도 모두 나이프에서 기원을 찾는다. 그래서 나이프갤러리라고 이름을 정했고 칼이나 검 수집가가 아니라 나이프 콜렉터로 불리워지길 원한다.
날이 한쪽에만 있으면 칼이라 칭하고 날이 양쪽에 있는 것을 검으로 분류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런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결국 모든 도검과 창은 나이프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수집품은 돌도끼부터 시작해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검, 전투 나이프, 주문 제작되는 커스텀 나이프, 쿠크리 용병에게 지급되는 서비스 넘버 1, 사냥용 나이프 등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칼은 다 있다. 뿐만 아니라 1800년대 영국 관통창, 케냐 삼부르족의 사자 사냥용 창, 나기나타(일본식 창의 종류), 야리(일본식 창의 종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무기와 방어구, 킬빌의 한조 스워드, 람보가 사용한 나이프, 하이랜더 가타나 등 없는게 없다. 모두 직접 허가를 받고 수입한 진품이다.
당연히 시퍼런 날이 서 있으며 판매도 한다. 이런 위험한 무기들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게 사실 위험하지는 않을까? 한 대표는 결코 아니라며 잘라 말했다.
“모든 도검류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 수입합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시면 알겠지만 무기에 의한 사고는 거의 부엌칼에 한정됩니다. 일본도나 군용 전투용 나이프, 대형 도끼는 무겁고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에 장식용이 대부분이죠. 그런 일은 극히 드문 현상입니다. 조폭들이 괜히 사시미칼을 들고 다니는게 아니에요.”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저에게 칼과 검은 취미생활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나이를 먹어 주위를 둘러 보니 취미란 정성을 다하는 것이더군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차를 사모으고 비싼 패물을 수집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성이 없는 단순한 돈 자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진정한 취미는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많은 부분을 희생해서 노력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뚜렷한 취미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사실 크다. 한 대표는 자신이 힘을 다해 수집한 작품들을 조금이라도 성의있게 봐 달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이프갤러리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칼과 함께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달려온 인생, 바로 한정욱 대표였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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