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임요환 프로게이머

임요환이 달라졌다. 안경을 쓰고 약간의 추위에도 두툼한 담요를 걸친 채 플레이한다. 한마디로 황제의 권위를 벗었다. 최고의 지위는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지켜내는 것. 백지장 같은 실력 차이로 스타리그 우승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단 1승을 챙기는 것도 쉽지않은 상황이다.

한순간의 실수와 방심, 아니 섬세한 순간적인 판단과 미세한 손 놀림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기다. 황제 임요환의 변신은 전장에 나선 싸움꾼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승부를 펼치기 위한 준비, 바로 그것이다.

# 안경 낀 테란 담요 두른 황제

“경기 때는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팽팽한 실력차라면 찰라의 섬세한 감각이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죠. 롱 런 해야하는 프로게이머로서 몸 관리가 좋은 성적을 내고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임요환의 아이옵스 스타리그 16강 첫 경기 때 팬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안경 낀 그의 얼굴을 보았다. 합숙소나 집에서 때때로 필요할 때는 썼지만 시합 때만큼은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던 안경이다. 이미지 관리상, 또 움직일 때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때문에 착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매일 몇 시간씩 모니터를 봐야하는 프로게이머에게, 특히 경기 때는 눈 한번 깜박일 여유 없이 온 신경을 집중해 뚫어져라 모니터를 보기 때문에 직업병처럼 생긴 시력저하를 그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의례 ‘눈이 좀 피로한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경기장에서 느끼는 약간의 추위도 무시했다. 참을만 하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대부분 다른 선수들이 그냥 하는데 혼자 담요를 걸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더 나은 플레이를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 뿐 아니라 멋진 경기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은 연습과 이에 따른 전략적인 플레이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평소의 몸 관리, 그리고 시합 때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 플레이하는 것도 승부에 큰 영향을 주더라구요.” 고집스럽게 써온 볼 마우스를 최근 광마우스로 바꾼 것 역시 이 같은 목적과 다르지 않다. 미묘한 차이일 수 있지만 그것이 경기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바꾸고 적응해나가는 것이 프로가 갖춰야할 태도라 판단했다.

# 냉정한 마음 치열한 훈련

변화의 이면에는 ‘황제는 실력으로 오른 자리다. 지키는 것도 실력이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권위를 벗어던진 이날 임요환은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고 8강 안착 및 또 한번의 챔피언 등극을 위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정작 중요한 변화는 다른 곳에 있다. 냉정한 마음가짐과 배가된 연습량이다. “팀 동료지만 개인 리그에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경쟁 관계입니다. 같은 팀이라고 내가 가진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오픈한다는 것이 솔직히 바람직한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대회처럼 정말 급하고 필요할 때 발휘할 있는 남모르는 필살기 하나쯤은 감추고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다. 지난 EVER스타리그는 그에게 너무나 아쉬운 대회였고 결승전 패배는 그에게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교훈을 안겨주었다. 2002년 코카콜라배 우승 이후 기나긴 침묵을 깨고 2년여 만에 결승에 올라 황제의 부활을 꿈꿨지만 제자로 여겼던 최연성에게 무릎을 꿇었다.

경기 직후 흘린 눈물은 그동안 선수 생활을하며 흘린 눈물을 다 합한 것보다 많았고, 더 진했다. 선수인 이상 대회에 나가면 모두가 경쟁자이고, 평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가깝게 지낸 동료가 더 이기기 힘든 상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그는 승부에서 만큼은 냉정해지기로 결심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바로 밑바닥까지 밀리는 살얼음판 같은 곳이 프로게이머의 세계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곧바로 연습량도 늘렸다. “선수들마다 매일 해야할 연습 정량이 있어요. 올해 이 정량을 늘렸습니다. 지난해처럼 아쉬운 한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죠. 독하게 마음먹고 다시 한번 도전해야죠.”

# 전성기 때 모습 다시 찾고 싶어

국내 e스포츠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테란의 황제라는 닉네임 아래 수년간 스타리그를 지배해온 임요환이다. 연말에는 팬 카페 회원 수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55만을 넘어 또 한번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004년은 그에게 아쉬움이 유별났던 한 해로 기억된다.

“정말 너무나 아쉬웠던 1년으로 남을 것 같아요. 온게임넷 스타리그 3번째 우승이 물거품으로 날아갔고 팀 창단 후 팀리그 우승도 아직까지 못했죠. 특히 고참 선수로서 e스포츠 발전에 특별히 공헌했다고 할만한 게 없다는 점이 더 아쉽게 만듭니다.”

이제 그의 나이 26세다. 매년 연기해온 군입대는 27세까지 가능하다. 물론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2년이 전부가 될지도 모른다. “일단 군 입대 전까지 계속 선수로 뛰어야죠. 세번 째 우승도 해보고 싶고 팀 우승도 이끌고 싶어요. 특히 올해는 SK텔레콤과 재계약도 걸려있거든요. 계약만큼 중요한 게 또 있겠어요. 개인전은 물론 팀리그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주장으로서 동생들을 잘 리드해 더 나은 성적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저의 역할이죠.”

원광디지털대 2학년생으로 가슴 속 숙원인 대학졸업도 마쳐야 한다. 인기 연예인 못지 않은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미래에 대해 고민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슬쩍 미래의 꿈을 내비쳤다. “많이 생각하죠. 나중에 코치나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선수 시절에 해보지 못한 전략을 구상하고 엔트리를 짜고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해 조언해주는 그런 역할이요. 제가 직접 프로게이머를 발굴해 육성해보고 싶은 마음이요.”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들이라면 한번쯤 고려해보는 지도자의 꿈을 임요환도 꾸고 있다.

“올해가 가장 아쉬웠던 한해라면 2001년이 가장 잘나갔던 전성기 때로 기억합니다. 얼마나 더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쉬운 기억은 뒤로하고 올해는 다시 한번 전성기 때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는 변치않는 모습에 이전과는 달라진 변화된 모습을 한번에 보여드리겠습니다.”△생년월일 : 1980년 9월 4일

△게임 ID : SLayerS-‘BoxeR’

△수상경력 - Toona배 BIG 4 스페셜 우승

- KTF 비기 4대천왕전 우승

- 2002 KPGA 투어 1차리그 우승

- 제1회 WCG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

- 제1회 SBS 멀티게임 챔피언쉽 우승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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