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갔으면 떴는데…”, “콜했으면 먹었는데…”
어느 포커판에서든 흔히 들려오는 하수들의 푸념이다. 포커란 천하의 고수라 해도 매 판마다 정확한 선택을 할 수는 없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더러는 공갈에 당하기도 하고 더러는 잘못된 판단으로 큰 기회를 놓치거나, 또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고수들은 잘못된 판단으로 큰 피해를 입더라도 금방 그 일을 잊고 게임에 몰두하지만, 하수들은 그날 게임이 끝날 때까지 머릿 속에 남겨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참으로 허다하다. 즉, 그 후유증으로 게임을 그르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매판마다 정확한 선택만을 한다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이러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한 영원히 포커판의 사냥감 신세를 면하기 어려우리라.
필자의 전성기 때 이야기이니 벌써 오래된 일이다. 당시는 필자가 상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붙여만 달라”고 큰소리치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일류들이 모인 빅승부가 벌어지게 됐고 필자도 선수로 참여하게 됐다. 게임의 초, 중반까지 그럭저럭 선전을 펼쳐 필자는 6명의 멤버 중 2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반으로 막 접어들 시점에 필자의 포커 인생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판이 벌어졌다. 게임은 세븐오디.
필자에게 들어온 카드는 A, A, 5였다. 5를 오픈했는데 4구에 5가 떨어져 A-5 투페어가 됐다. 상대들의 액면은 같은 무늬 2장을 깔아놓은 사람(이후 S로 표현)이 한 명 있었을 뿐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필자가 베팅을 하고 나가자 한집이 죽고 그 옆에서 레이스가 나왔다. S는 바로 콜. 나머지 두 사람은 카드를 꺾었고 필자는 다시 레이스를 하여 판을 키웠다. 두 사람은 콜을 하고 따라왔다. 그리고 5구째 카드가 돌았는데 필자와 S에게는 평범한 카드가 떨어졌고, 한 명은 액면으로 Q원페어(이후 T로 표현)가 됐다. T가 베팅을 하고 나왔고 S는 콜을 불렀다. 필자는 찬스라고 생각해 레이스를 외쳤고 두 사람은 모두 콜을 하고 따라왔다.
그 후 6구째 카드가 떨어졌는데 필자와 T에게는 쓸모없는 카드가 떨어졌고 S는 액면으로 하트가 3장이 되었는데, 플러시가 메이드 된 듯한 느낌이었다. 6구에서 T가 미리 베팅을 하고 나왔다. 그러자 S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레이스를 하며 판을 한껏 키웠다.
이렇게 되자 필자는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5구째까지 이미 판이 많이 커져 있었기에 6구에서의 베팅과 레이스를 받고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필자가 콜을 했을 때 T가 또 레이스를 할 수도 있었기에 몹시 아쉬웠지만 카드를 꺾었다. 실제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카드를 꺾는 게 정상적인 플레이였다. 그런데….
T가 콜을 하고 히든카드가 돌아갔는데 필자는 아무 생각없이 ‘나한테 올 카드가 뭔가?’하고 다음 카드를 뒤집어 보았다. 카드는 A였다. A를 확인한 순간 필자의 기분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결국 그 판은 T가 Q풀하우스, S가 플러시를 잡아 T의 큰 승리로 끝났는데 만약 필자가 6구에 콜을 하고 들어갔으면 아마도 필자의 30년 포커 인생 중 가장 큰 승리가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아쉬운 판이었다.
필자는 그 판 이후 심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무너지고 말았는데 필자가 후회한 것은 6구에 카드를 꺾은 점이 아니었다. 쓸데없는 미련 때문에 마지막 카드를 뒤집어본 그 행동이었다. 상황은 이미 끝난 것이기에 그 카드를 뒤집어 보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건만 아쉬움과 미련 때문에 카드를 뒤집어보고 스스로 게임을 그르치고 말았던 것이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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