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을유년이 게임업계에 던지는 책무

을유년 새해가 밝았다. 을유년은 우리 역사의 영욕이 교차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45년 을유년은 우리나라가 36년 동안의 일제 속박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뜻깊은 해였다. 그러나 그 직전 1885년의 을유년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는 있지만, 영국함대가 우리 영토 거문도를 불법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진 불운한 해였다.

 새해를 맞은 게임업계도 이런 역사에서 배울 게 많다. 을유년은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틀을 닦아야 할 해이자,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대외 공세로부터 우리 시장과 산업을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국가적으로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제정되는 등 법·제도적인 지원 틀이 완비될 것이다. 업계는 자체 개발 경쟁력과 수출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 사활이 달린 과제를 안고 있다. 과감하면서도 우호적인 업체 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해야 하며,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게임 개발 및 플랫폼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기술 측면의 자산을 국내에 보전하고 지킬 수 있는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외산 온라인게임의 국내 시장 강타, 중국 게임유통 업체에 의한 한국 개발사 인수 등 잇단 대외 공세가 온라인게임의 절대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위상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지금까지처럼 무사안일로 버틴다면 ‘간 쓸개’ 다 빼주고 집 안마당까지 비워 줘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동안 ‘돈벌이’와 ‘놀이’로만 인식돼온 게임을 산업으로 키우고, 나라 경제의 밑천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정부·업계·학계 공동의 프로젝트로 진행돼야 한다.

 사업이 그렇듯, 정책과 지원에도 시기가 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업계가 어떤 비전을 갖고 밀어붙이느냐, 정부가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그 귀착점이 달라질 기로에 서 있다. 60년 뒤 2005년 을유년을 ‘게임 중흥의 한 해’로 기록되게 만들 역사적 책무가 밝은 해처럼 떠올랐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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