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가 지적재산권을 적극 행사하기 시작한 데는 기술 특허로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세계 최대PC생산국인 대만의 업체들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력에 기반을 둔 삼성과 LG전자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또 이미 보편화한 기술인 데스크톱PC 대신에 노트북PC와 관련해 적극적인 특허 권리 행사에 나섬으로써 해당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숨겨져 있다.
◇노트북PC 특허 어느 정도인가=사실 PC와 관련한 기술 특허는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다. PC설계 기술 자체가 2, 3가지 기술로 구현되는 게 아니라 수백 가지의 다양한 컴퓨팅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PC 아키텍처와 설계 기술에서 MPEG·데이터 전송 기술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자칫 이 점 때문에 보편 기술로 인식돼 쉽게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특허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노트북 PC와 관련해 1500∼2000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명확하게 특허권을 주장할 만한 독특한 기술이 아니면 국제적인 판결에서 승소하기가 어렵다.
삼성과 LG전자가 대만업체에 특허소송을 제기한 데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삼성과 LG전자는 모두 고속 데이터 전송 방식 중의 하나인 PCI 기술의 소유권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PCI 기술은 원래 미국 왕컴퓨터가 개발한 기술이며 삼성과 LG전자는 지난 92년 미국 왕컴퓨터에서 이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와 삼성은 이번 소송에 앞서 이들 특허를 기반으로 이미 일부 업체에서 특허료를 받거나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는 데 활용해 왔다.
◇왜 대만업체인가=국내 업체가 유독 노트북PC 특허와 관련해 대만업체를 겨냥한 데는 노트북PC의 제조 공장으로 대만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대만은 미국·일본 PC업체로부터 위탁 생산이 늘면서 노트북PC 분야에서만 올해 세계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는 등 독점 체제 구축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으로 이전한 조립공장의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생산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대만 콴타는 올해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한 1200만대의 출하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계 노트북PC 출하대수(3951만대)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또 세계 2위인 컴펠도 800만대를 출하할 계획이다.
◇전망은=삼성전자는 이번 특허 소송에서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LG전자도 비록 1차에서 배심원이 참석하지 않은 약식 판결 결과 기각됐지만 항소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이번에 제기한 기술과 관련해 인텔 등 일부업체에서 로열티를 받는 등 독자 기술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LG전자는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특허권 행사도 준비할 정도로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산은 대만과 중국에 밀리고, 기술은 일본과 미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이번 특허 소송을 국내업체의 기술 우위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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