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주 심의위원 로비사건에 대한 사과성명을 낸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사건이 터진 후에는 입장표명이 없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1주일 만에 뒤늦게 부랴부랴 성명을 내놓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표면화되자 가뜩이나 영등위에 불만이 많던 네티즌은 ‘물 만난 고기’처럼 영등위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여론이 영등위 입장에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일부 위원의 부패사건이 전체 위원의 비리로 비춰지자 영등위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졌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영등위는 이러한 여론을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겠지’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여론의 불만은 이번 사건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영등위는 그동안 일관성 없는 등급분류로 ‘고무줄 심의’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일관성이 생명인 기관이 일관성이 없을 경우 사람들은 당연히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영등위는 개혁 요구가 있을 때마다 개혁 시늉만 냈을 뿐 적극적으로 시스템 운용에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근본적인 해결을 미뤄 온 영등위가 자초한 사건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로비사건 후 “심의위원 위촉이나 심의과정이 로비에 취약한 구조”라며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들로서는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매출액 규모가 달라지는 판에 눈앞에 편법의 길이 보이는데 이러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으로 영등위에 대한 신뢰도는 사실상 땅에 떨어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영등위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심지어 ‘아예 없애라’는 목소리도 있어 문화부 등 상급기관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결국 이러한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주체는 감독관리기관인 문화부도 아니며 영등위가 되어야 한다. 예전처럼 임시방편의 해결책을 내놓아서는 안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영등위의 역할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공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다.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다시 거듭나게 될 영등위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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