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년특집]땀·열정 그리고 도약

 “50년 이상 살아남는 기업이 되겠다.”

기업마다 규모에 따라 조금씩은 다른 비전을 갖고 있지만 50년 이상 영속성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는 같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정도로 부침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00년대 초 지난 30년간 미국 25대 기업의 잔존율은 32%에 불과하다. 이는 1969년 ∼79년 사이에는 잔존율이 68%를 기록했으나 1979∼89년에는 60%, 1989년∼1999년에는 40%에 불과할 정도로 시간이 흐를수록 잔존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국내 상황을 봐도 이는 마찬가지다. 1964년 상위 10개 대기업 집단 중 현재까지 동일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과 LG 2개 뿐이다.

이는 그만큼 대내외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은 공룡의 사멸처럼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디지털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당장 신경제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터넷 부문에서도 이미 1세대, 2세대를 넘어 3세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과 5∼6년 사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21세기를 IT기업들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품이라는 논쟁이 붙기는 했지만 현재의 기업 환경을 갖추도록 IT기업들이 기여한 바는 크다. 그러나 IT기업들은 다른 전통기업보다 더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전통기업들의 주변 환경에 비해 IT기업들의 대내외 환경이 더욱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벤처들이 설립되기도 하지만 시장에서 사멸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또 신기술을 갖고 시장에 선전포고를 시작한 벤처기업들이 있으며, 한 분야에서 실력자로 인정받는 이른바 ‘강소기업’들도 존재한다.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대거 눈에 띤다.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고객을 항상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또 명확한 비전과 이에 따른 끊임없는 개발과 투자를 하는 회사들이 성공의 대열에 진입할 것이다. 새로운 2005년도에 시장에 선전포고를 하는 기업들을 포함해 향후 10년 더 나아가 50년을 이끌어 나갈 곳이 어디인지 주목할 일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

 ‘이제 더 이상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은 없다. 대표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을 꿈꾸는 하나 된 의지만이 있을 뿐 이다.’

땀과 눈물로 ‘기적’을 일궈낸 하이닉스반도체(대표 우의제)는 경기침체로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는 대한민국 새해 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로 와 닿는다. 산업계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고 있다. 2005년 새 태양을 맞는 하이닉스 임직원의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2002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의 ‘헐 값’ 매각협상을 원점으로 돌린 뒤 겪었던 심한 불안감과 외부로부터의 비난은 ‘격려’로 바뀐 지 오래다.

무엇 하나 경쟁사 보다 나은 조건이 없는 상황. 그러나 하이닉스는 ‘적은 투자, 수율 향상’이라는 상반된 논리까지도 감내하며 묵묵히 일한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일궈냈고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세계 메모리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95년 수상했던 수출의 탑에 10년 만에 재도전해 ‘최대 영광인 금탑산업훈장을 포상, ‘장애인이 정상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라고 세간에 회자 되기도 했다.

재기에 성공한 하이닉스의 도전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올해는 세계 경쟁업체들과 비슷한 시기에 300㎜ 웨이퍼 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 또한 당초 예상보다 한 분기 이상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돼 하이닉스의 재건은 이제 초 읽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의 염원이던 중국진출도 올해를 원년으로 가속화된다. 경쟁사의 터무니없는 트집으로 발목을 잡혔던 상계관세 문제도 해결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의 부활은 ‘이천 공장단지(구 현대전자 단지)’를 희망의 땅으로 바꿔 놓고 있다. 이천 공장에 입주해 있는 하이닉스 형제업체들도 덩달아 진군가를 부르며 각각의 영역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영업이익 2조 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만이 달고 있는 ‘훈장’을 거머쥐는 하이닉스는 한 때 500%가 넘는 부채비율을 70% 정도로 낮추며 새로운 희망에 도전하고 있다.

더 이상 투자 없는 요행을 바랄 하이닉스가 아니다. 그러나 ‘반도체 시황이 하이닉스를 지탱해 주고 있다’는 평가에서 아직은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올해 하이닉스반도체는 이 같은 주위의 입방아를 무색하게 하는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한다.

 현대정보기술(대표 백원인)은 올해 큰 일을 겪었다. 미라콤아이앤씨 컨소시엄에 인수 된 것이다. 인수 완료 이후 현대정보기술은 내부적으로는 프로세스혁신 활동을, 외부적으로는 미래수익 창출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업계 상위권에서 밀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올해 ‘IT분야 기업평가 1등 기업’이란 비전에 맞춘 ‘전사 전략 9대 중점추진과제’라는 경영방침 덕분이다. 추진과제 중 핵심적인 것은 프로세스혁신(PI) 활동이다. 이 회사는 SI사업과 대외 ITO사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고 PI 전략을 수립, 지난 5월부터 현업 전문가들 30명으로 구성된 프로세스혁신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PI는 인력·문화·관리의 3대 부문 즉, 직원 개개인의 전문화(Professionalism),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혁신문화 정착(Innovation), 관리프로세스 선진화(Efficiency)에 걸쳐서 진행됐다. 이러한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IT서비스 관리에 특화된 국제표준인 BS15000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한국씨티은행을 포함 제일은행, 외환은행, KT 등 금융·공공분야 데이터센터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6월 아시아 최초로 IT서비스 관련 국제 규격인 ‘BS15000’ 인증을 획득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최대 첨단 데이터센터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았다.

현대정보기술은 해외 사업과 관련해, 2004년에도 파키스탄 중앙은행 4차 사업 수주를 포함해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등 기존에 활발하게 전개해온 해외 사업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무엇보다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를 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유비쿼터스 환경 선도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기존 신기술팀과 생체인증서비스 ‘바이오플렉스(bioplex)’ 인력을 확대, 개편했다. 업계 최초로 유비쿼터스 전담조직인 ‘유비쿼터스팀’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일렉트로닉스(대표 김충훈)는 그룹해체와 함께 침몰했던 대우전자의 부실 이미지를 벗고 뼈를 깎는 구조정과 경영정상화 노력으로 가전 3사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지난 1999년 이전만 하더라도 대우전자는 국내 가전 시장점유율의 30%를 차지하고, 매출액도 5조원에 이르던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기업이었다. 하지만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워크아웃 기업으로 지정되며 기업이미지와 매출에 막대한 손상을 입게 되었다.

이에 지난 2002년 사명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바꾸고, 새로운 CI를 발표하며 옛 ‘대우’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워크아웃 이전 1만여명의 임직원을 4000여명으로 60% 이상 줄이고, 25개에 이르던 사업부도 15개의 핵심사업부로 재편성하며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진 알짜 기업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때 전세계 100여개가 넘던 해외사업장을 핵심 권역별로 재정비하여 유럽, 미주, 아중동, 아시아 등 주요 거점에 지역본사를 운영하고 생산법인을 통폐합, 지난해에는 전세계 15개 전법인에서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괘도에 진입했다.

지난 2001년만 해도 8000억원에 달하던 경상적자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출범한 이후 2002년 1800억원대로 크게 줄였고, 작년에는 1028억원의 경상이익을 실현했다. 이같은 경영실적은 2001년 3조90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02년엔 2조6000억원, 지난해에는 2조70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속에도 경상이익을 달성한 것이어서 ‘내실 다지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 사장은 “2010년까지 현재 매출의 10배 이상의 실적을 올려 디지털 가전분야 글로벌 톱 10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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