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년특집]미래의 현장(기업 R&D)-디티브이·넥슨·한성크린소재

◆디티브이인터랙티브

 지난해 10월 10명으로 구성된 R&D센터가 ‘광대역통합망(BcN) 비디오 계측 센터’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디지털방송 솔루션업체인 디티브이인터랙티브가 향후 통신·방송융합시대를 이끌기 위한 전초기지라는 웅대한 포부를 담아 설립한 R&D센터다.

 원충연 디티브이인터랙티브 사장은 “BcN은 우리나라가 먼저 제시한 망이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표준이 없다”며 “네트워크 분야의 모니터링 및 분석시스템을 연구해 표준 제정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실 디티브이인터랙티브는 디지털방송용 모니터링 및 분석시스템 시장에서 작은 신화를 만들어낸 회사다. 매출 규모는 100억원도 안 되지만 그동안 텍트로닉스 등 외산 계측업체들이 100% 점령해온 시장에서 저가 장비들을 공급하며 선전, 최근 2년 새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디티브이인터랙티브에 있어 ‘BcN 비디오 계측 센터’는 새로운 도전인 셈. 방송시장에서 쌓아온 모니터링 및 분석시스템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IP 네트워크 시장에 진입하는 첨병이기 때문이다. 15평 정도의 연구실에 들어가면 가장 안쪽 자리에 최대석 DTV솔루션팀장이 IP 네트워크상에서 방송콘텐츠를 보내고 받으며 에러 발생률을 확인하고 있다.

 최 팀장은 “SD급, HD급 콘텐츠 모두를 IP 기반으로 주고받으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효리가 노래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화면에서 흐르는 동안 다른 화면에선 20개 파란 신호와 1개 빨간 신호가 들어와 있다. 빨간 신호는 에러다.

 BcN은 무선, 유선 등 그동안 나눠 있던 이종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기 때문에 향후 BcN망에서 방송콘텐츠가 흐를 때 어느 네트워크에서 에러가 발생하는지 알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BcN이 새로운 개념인 만큼, BcN망을 위한 계측장비 역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이다.

 “엔지니어로서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은 영역을 연구하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최 팀장. BcN망을 위한 계측장비 개발은 국내에선 디티브이인터랙티브가 유일하다. 어쩌면 10명의 연구원이 소속된 이 R&D센터가 세계에서 최초의 BcN망 계측장비 연구소일지 모른다.

 그만큼 원 사장은 크게 일한다. “올 6월까지는 표준 드래프팅 작업을 끝내고 이후 계측장비 개발에 나서 이르면 올해 말 실제 제품을 내놓겠다”는 원 사장. 한 발 더 나아가 BcN 환경을 고려한 어드벤스트 미들웨어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나와 있는 방송미들웨어인 MHP, OCAP 등은 1세대며 향후 미들웨어에서 PVR나 홈네트워크 제어를 지원하는 통신·방송융합 미들웨어인 1.5세대, 2세대가 출현할 것이란 설명이다.

 원 사장이 정의하는 대로 BcN 비디오 계측센터는 통신·방송 융합을 위한 R&D센터다. 벤처의 R&D센터가 하는 역할은 언뜻 무모해 보이는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다. 디티브이인터랙티브는 올해 이런 역할을 해낸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넥슨 `데브캣`

평일 오후 6시 테헤란로 사무실들이 하나둘씩 퇴근 분위기에 잦아들 즈음, 넥슨 본사 5층의 ‘데브캣’ 사람들은 서둘러 저녁을 챙겨 먹고 다시 일에 빠져든다. 흡사 이 때부터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되는 듯한 분위기다.

 ‘데브캣’은 온라인게임업체 넥슨(대표 서원일)이 독자적 게임스튜디오 개념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사내 개발 조직이다.

 지난해 6월 상용화한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2세대(세컨드 제너레이션)편이 완성된 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60여명의 데브캣 식구들은 초창기 게임벤처 모습처럼 같이 먹고, 함께 뒹굴며 밤늦도록 일로 불을 밝힌다.

 데브캣을 이끌고 있는 김동건 실장은 지난 2000년 넥슨에 입사한 후 5년째 넥슨 개발작들의 중심에 서 있다. 입사 후 2년째이던 2002년 초, 김 실장은 세계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 유수의 스튜디오만큼은 아니더라도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의사를 결정하는 스튜디오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경영진에 내놓았고, 경영진이 그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 ‘데브캣’의 출발점이 됐다.

 설립 후 데브캣은 ‘마비노기’ 개발에 줄곧 매달렸고, 지난해 상용화와 함께 한국 온라인게임의 새지평을 열었다는 호평을 얻었다. 첫 번째 작품으로선 기대 이상의 성과다.

 일본에서 1월 말 클로스베타서비스, 3∼4월 오픈베타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마비노기’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데브캣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출발이 그랬듯 한국에서 만족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데브캣의 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일본 다음으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까지 ‘마비노기’의 거침없는 행보는 올 한해 계속될 전망이다.

 개발작의 세계 시장 확대만큼 중요한 것이 개발작의 소스와 차별화된 기술을 어떻게 지켜내느냐는 점이다. 이를 위해 데브캣은 중국 진출 이전에 모든 기술 침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 아래 ‘안티크래킹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담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 게임개발과 기술보호가 함께 이뤄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데브캣은 5년 후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글로벌 게임 크리에이터’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굳이 넥슨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데브캣의 이름이면 게임으로도 통하는 그런 스튜디오로 커 나가겠다는 비전이다.

 김동건 실장은 “E3 같은 세계적 쇼에 데브캣의 개발작을 출품하고, 그것이 세계 개발자들에게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 데브캣이 존재하고,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한성크린소재 기술연구소

강원도 원주시에서 조금 벗어나면 아담한 건물 하나를 만나게 된다. 무심코 지나칠 정도로 허름한 건물이지만 이 곳에서는 첨단 기술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언뜻 보면 학교 실험실처럼 보이지만 은나노에서 폴리우레탄까지 다양한 소재를 기반으로 미래 제품을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 곳이 바로 한성크린소재 기술연구소다. 연구소 옆에 공장이 있어 랩에서 개발한 기술은 바로 생산라인에 접목된다.

임영학 소장은 “갈수록 재료와 소재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며 “연구소에서는 단순히 약물 배합 수준을 넘어 앞으로 국내와 해외 시장을 주도할 핵심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한성크린소재는 반도체 등 첨단 생산라인에서 사용하는 기능성 장갑 전문업체다. 삼성전자 등 최첨단 생산라인을 가진 업체에서는 빠짐없이 한성소재의 장갑을 발견할 수 있다. 장갑하면 흔히 ‘한 물간 사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한성소재는 재빠르게 산업용 쪽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제2창업에 성공했다. 오히려 지금은 일반 상품 보다도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능성 장갑은 몇 가지 까다로운 기술 기준을 넘어야 한다. 정전기 방지는 물론 항균 처리 등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위생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신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연구소는 이를 위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항균 처리가 가능한 소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장갑을 세탁해도 비브리오균· 포도상구균·대장균 등 인체에 유해한 각종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신소재가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임영학 소장은 “국내 산업체의 35% 정도가 이미 한성의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며 “정전기와 코팅 소재 기술에 이어 이번에 항균 기술까지도 개발에 성공해 사업 전망이 밝다” 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능성 장갑은 해외 수출에도 일조하고 있다.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코팅 처리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이미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부터 수출을 시작해 2007년 경에는 3000만 달러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에 생산과 마케팅에 눈을 돌릴 때 오히려 기술에 욕심을 부리고 연구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한 덕분입니다. 또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점도 주효했습니다.”

임 소장은 “앞으로 원주 기술연구소를 주축으로 다양한 소재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제품을 개발하겠다” 라며 “국내 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를 높여 나가겠다” 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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