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년특집]미래의 현장-교육기관(1)

◆KAIST 기계공학부 기계제어연구실

‘키 125㎝, 몸무게 55㎏, 이름 휴보.’

인간을 쏙 빼닮은 로봇 개발은 세계인들의 공통된 희망이자 염원이다.영화에서나 봄 직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이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탄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기계공학부)이 개발한 ‘KHR-3’가 그 주인공. 한국 휴머노이드 1호인 KHR-3의 공식 이름은 ‘휴보’(Hubo)로 명명됐다.

로봇이 탄생한 KAIST ‘기계제어연구실’의 문을 열자마자 눈이 부실 만큼 은빛으로 곱게 단장한 휴보의 실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박사 과정의 연구원들이 로봇의 막바지 성능 테스트 작업에 여념이 없다. 노트북으로 연신 로봇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잠시 5개의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뚜벅뚜벅 사람처럼 걸어나온다.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는 ‘로봇의 꽃’으로 불린다.

휴보가 탄생 전부터 국내 각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처럼 걷도록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모터와 컴포넌트, 베어링 등 원천 부품을 제외한 모든 부품은 센서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만들었지요.”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인간형 로봇 ‘아시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기억을 떠 올린 오 교수는 ‘우리도 한 번 해 보자’며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독려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달려왔다고 밝혔다.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보기에는 첨단 로봇이지만 실제 연구 개발 작업은 많은 일손이 따라야 하는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더티 워크(dirty work)’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로봇의 소프트웨어 보행 알고리즘 프로그래밍을 맡았던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의 김정엽씨(29)는 “휴머노이드를 처음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들 미쳤다고 했다”며 “기계금속 부품만 280여개가 넘는데다 이를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기계부 디자인을 맡았던 기계공학과 박사 과정의 박일우(28)씨도 옆에서 거든다. “우리처럼 학생이니까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일반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이 작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지난 3년간 설날과 추석 명절에도 집에 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거의 24시간 내내 로봇 개발에 매달렸으니까요.”

로봇 하체가 불안정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쓰러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불과 3년 만에 오 교수팀은 어느 부분에서는 아시모를 능가하는 휴머노이드 개발에 성공했다. 로봇 안에 41개의 모터를 탑재한 결과 손가락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먼 곳을 가리키거나 승리의 V자를 손가락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단순히 손가락 5개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아시모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아직 많다.

인간형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얼마다 부드럽게 걷느냐가 관건이다.아시모에 비하면 아직 80% 수준에 머물러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오 교수의 답변이다.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 궁극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함입니다. 또 하나는 인간형 로봇을 통해 국가나 기업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돼 있습니다.”

오 교수는 올해부터 ‘휴보’를 통한 다양한 로봇 전시 사업을 전개, 로봇 대중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람의 친구가 되는 로봇을 만들려 합니다. 과학관과 전시장은 물론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담 등을 겨냥해 다양한 장소에서 로봇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서울대 나노응용시스템 국가핵심연구센터 

서울대학교 후문에서 기숙사와 노천강당을 지나 계속 들어가다 보면 가장 깊숙이 자리한 302동 건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국가핵심연구센터(NCRC, National Core Research Center)로 선정된 나노 응용시스템 연구센터(소장 박영준 전기컴퓨터공학교수)가 있는 곳이다.

나노 응용시스템 연구센터는 지난 2003년 12월 서울대 물리, 화학화공, 재료, 전기, 그리고 생명시스템 분야 교수들과 삼성종합기술원, 한국과학기술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문을 열었다. 소장인 박영준 교수를 비롯, 박영우 교수, 이진규 교수, 조명행 교수 등 교수급 연구인력 27명과 박사후과정(Post-doc)을 밟고 있는 연구원 5명 등 모두 115명이 나노 전자소자와 나노 소재를 연결하는 10㎚급 나노회로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에는 정부 지원금 15억 원, 기업체 지원금 2억 원, 대학지원금 1억 원 등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모두 18억 원이 투입됐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총 7년 간의 프로젝트 중 이제 만 한 해를 넘기며 초기 준비 작업을 마친 나노응용시스템 연구센터는 을유년 새해에도 연구실 불을 밤늦도록 밝히며 실험에 몰두할 만큼 바쁜 여정을 재촉하고 있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영준 교수는 “나노 응용시스템 연구센터의 비전은 향후 7년 이내에 나노 단위기술을 결집해 국가 산업 및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응용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국가의 과학 기술의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가 추진 중인 주요 연구 분야로는 △annual C, S-chip(테스트 칩)을 기반으로 나노 소자/회로 연구자들에 의해서 추진되는 나노 정보소자의 회로/시스템화 △나노 분자 및 탄소나노튜브 등의 시스템 응용을 위한 연구 △나노 소자의 대량화 제조기술 △신규 나노 소재개발 지원 및 이를 기반으로 하는 나노 시스템 등이다.

이를테면 10㎚급 실리콘소자, 저차원 전자소자, 분자소자 등을 대상으로 3차원 구조와 분자 재료 기초 특성, 양자점 및 튜브의 기초 성질 등을 파악해 이들 각각의 구조를 연결 혹은 결합시킴으로써 실리콘 소자 구조 연결회로나 분자 소자 구조 및 연결 회로를 개발하는 것이다.

센터는 이와 동시에 나노 단위의 소재도 연구해 나노 입자, 필름을 이용한 신전자 광소자 및 회로, 나노 입자를 이용한 검출 시스템 및 바이오 회로 등 △나노 전자학용 소재 △나노 광자학용 소재 △나노 바이오 분야 소재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박영준 교수는 “나노 학문 분야를 집적하는 응용시스템을 정의, 연구개발하고 이를 참여기업을 통해 검증하는 순수 연구활동과 동시에 공동학제 대학원 프로그램을 통해서 ‘선진 다 학제 대학원 프로그램’ 모델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센터 사업이 완성될 2010년 경에는 다국적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나노 연구소를 설립해 시스템 응용을 이해하는 나노 전문가를 매년 500명 정도 양성하는 ‘나노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꿈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ICU 광인터넷연구센터

40여 평 남짓 돼보이는 평범한 실험실. 연말이 가까운 오후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의 예비 박사(박사과정 2∼5년차)들이 웬만한 대학에선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광통신 관련 첨단 장비와 어우러져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다른 한쪽에선 사용자가 보내는 데이터를 모아서 적절하게 전송, 교환하는 광버스트 합차 다중화기 테스트베드를 통해 막바지 광통신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들 성공 여부에 긴장감은 드러냈지만 부담은 없는 모양이다. 이미 여러차례의 사전 테스트를 통해 최적으로 구현되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한국과학재단의 우수연구센터(ERC)로 지정받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의 광인터넷연구센터(소장 강민호,http://www.oirc.org)가 요즘 공들이고 있는 실험이다.

실험실의 캡틴격인 유 학 예비박사(박사과정 5년차)는 “장비값만 50억원대에 이른다”며 “오는 2009년이 되면 셀프 라우팅 능력을 갖는 100테라급 광 패킷 라우터의 핵심 기술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 센터에는 소장인 강민호 교수를 중심으로 ICU 최고 교수진 8명과 박사급 인력 20명, 석·박사급 학생 120명이 100테라급 광 패킷 라우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실험실을 안내한 강민호 소장은 “캐나다의 노텔 네트웤스와 미국의 버추얼 포토닉스로부터 약 350만 달러 어치의 실험 장비와 시물레이션 디자인 툴을 기증받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첨단 분야인데다 국내선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국내·외 산학연 협력을 통해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광인터넷 연구센터가 가장 빈번한 교류를 하고 있는 해외 대학은 현지 연구실까지 설치해 놓은 호주의 시드니와 멜번대의 연구소인 AP-CRC와 CUBIN이다.

지난 2002년엔 강 소장 주도로 광인터넷 관련 국제 학술대회(COIN)를 창설, 아시아 권에서 우리 나라가 광인터넷 분야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제 표준화 기구 참여 및 활동은 물론 ETRI,KT,삼성종합기술원 등과 산·학·연 협력의 시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도 이 센터의 큰 자랑거리 중의 하나다. 특히 지난 2002년 삼성 종합기술원은 이 센터의 프로그램만 보고 선뜻 멤버 컴퍼니로 들어왔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특허와 기술들을 출자액 지분대로 공동 소유하기로 했다. 독특한 형태의 실질적인 산·학 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강 소장은 “워낙 첨단이어서 교과서 이론과 실제 현상이 맞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국제 학술대회에 파견하는 학생들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가져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등 국제교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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