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IT신화 세계에 심는다’
CDMA, 초고속인터넷을 통해 일궈낸 IT신화가 한류 열풍을 타고 지구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KT·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도 내수기업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사업에서 속속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지난해에는 태국·이란·방글라데시 등의 기간통신사업자와 초고속인터넷 및 통신망 구축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에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컬러링시스템 수출, 베트남 S폰 가입자 10만명 돌파 등 잇단 결과물은 우리 업체들이 더는 우물안의 개구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통신시장 양대산맥인 KT·SK텔레콤은 해외로 경쟁의 장을 옮겼다. 최근 2∼3년간 통신시장의 급격한 정체로 사업자들은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됐지만 중국·동남아 등 성장기에 있는 국가들이 우리나라처럼 IT를 통한 경제부흥을 모색하면서 우리기업, 정부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KT는 작년 9월 베트남·태국에 이어 이란과 알제리로부터 초고속인터넷 25만회선 공급계약을 따냈다. 올해는 본격적인 구축작업이 진행돼 KT의 실력을 현지에 전파할 계획이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12만5000회선의 통신망 구축 계약을 따내 3년간 28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유선뿐만 아니다. 러시아 현지 이동통신 자회사인 NTC 투자를 통해 지난해 연간 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극동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하고 현지 정부와 협의중이다. 또 자회사와의 역할 분담을 통해 KT는 해외 이통사업자 지분 투자를, KTF는 기술협력과 대상업체 선정을 맡아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이미 몽골과 베트남 사업을 본격 궤도에 올렸다. 몽골은 워낙 경제규모가 작은 탓에 가입자 6만명에 그쳤지만 지난 2년간 연속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베트남 현지 이동통신 자회사 SLD텔레콤은 작년 하반기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 성공사례로 입증됐고 올해는 조직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말 인도 엑셀콤 지분 인수에도 나섰던 경험이 있는 SK텔레콤은 올해는 동남아·미국 등을 중심으로 현지 사업권 확보를 위한 지분 인수에 보다 적극적 행보를 보일 계획이다. 또 중국 3세대 이동통신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현지업체와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용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두 사업자 모두 해외 사업자 컨설팅과 솔루션 수출에 이어 올해는 현지 사업을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나 지분 투자를 통한 고부가가치 달성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후발·중소벤처 현황
KT·SK텔레콤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뿐만 아니라 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후발사업자 그리고 중소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유무선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자연스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
이들 사업자의 해외 진출 전략은 국내에선 통신·방송, 유·무선 등의 컨버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은 수출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과거 국내 통신업은 선진기술의 놀이터로 인식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도 해외 진출 ‘호시탐탐’=하나로텔레콤(대표 윤창번)은 지난 2002년 7월 인도네시아에 고객관리솔루션인 코러스를 수출한 데 이어 고객도우미시스템(CCS), 품질관리시스템(HiQMS), 트래픽관리시스템(HiTMS)이라는 3대 품질관리솔루션을 자체 개발, 동남아 수출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에는 제주도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통신사업자의 CTO를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하는 등 선진 시스템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9월 ITU 행사에서도 초고속 인터넷 분야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협력 및 컨설팅을 요청해와 이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데이콤(대표 정홍식)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제2 통신사업 컨소시엄인 ‘베인(BAYN)’과 함께 데이터 통신기술 컨설팅 사업에 진출했다. 컨소시엄 사업권 획득을 위한 컨설팅 대가로 140만달러를, 세부계획 수립 대가로 170만달러를 받게 된다. 데이콤은 베인과 2억달러 규모의 통신설비 구축·운용 지원 및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업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동 진출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애니유저넷의 도전=인터넷전화(VoIP) 전문업체 애니유저넷(대표 송용호)의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애니유저넷은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 약 200만달러 규모의 VoIP 플랫폼 수출 계약을 하고, 국내 VoIP 기술 수출의 통로를 열고 있다.
특히 일본 협력회사 애니유저서비스(www.anyuser-ip.com)는 일본 최대 기간통신 사업자 NTT와 제휴, 미쓰비시상사 및 히카리통신 등과 본격적인 공동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송용호 사장은 “IT839전략은 우리나라 선진 IT서비스를 수출할 때 의미를 더한다고 본다”며 “VoIP를 통해 세계 20여개국에 우리 IT 노하우를 심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인터뷰-정대현 SLD텔레콤 사장
“2003년 서비스 시작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도 베트남 시내망과 연결이 안됐습니다. 일단 7월 1일 서비스 시작이라고 선언해 놓고 배짱으로 밀어붙였죠.”
이렇게 시작한 서비스가 1년 반이 지난 지금 10만명으로 가입자를 늘렸다. 올해는 50만명, 내년은 1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대현 SK텔레콤 베트남 지역본부장·상무(42·SLD텔레콤 사장)는 첫 가입자가 들어올 때부터 지금까지 베트남 시장 개척에 나선 일등 공신이다.
시장은 매력적이었지만 처음 발을 들일 때만 해도 고생이 적지 않았다. “전화망 연결은 베트남 정부의 도움으로 다행히 서비스 시작에 맞춰 이뤄졌지만 다른 사업자에 문자메시지(SMS)를 보내는 것은 1년 뒤인 올해 성사됐죠. 후발사업자 배려가 한국에선 섭섭했지만 베트남에선 아쉬웠습니다.”
문화도 달랐다. 경품 마케팅의 경우 잘 먹히지 않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경품 추첨에 대해 불신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경품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반면 선불요금을 받고 단말기를 공짜로 빌려주는 마케팅을 벌이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해 베트남 시장에서 새 마케팅 바람을 일으킨 것이 주효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격전장인 국내시장에서 쌓은 내공으로 현지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젠 충분히 생겼다. “베트남 정부가 내년까지 1, 2위 사업자가 아닌 후발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SK텔레콤의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죠. 베트남 국민 중 50%인 30대 미만 젊은 층에게 이미지도 아주 좋습니다.”
정 본부장은 “해외 진출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현지 파트너의 질도 소홀히 해선 안될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로비력, 사업을 보는 관점과 같이 여러 측면에서 원하는 수준과 마음이 맞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 시장진입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베트남 사업으로 얻은 노하우가 인도네시아·필리핀과 같은 동남아시장이나 중국·미국과 같은 거대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인터뷰-송우찬 NTC 사장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철수할 때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시내 중심가에 엔테카(NTC의 현지어) 거리가 있을 만큼 현지화한 것이 회사를 키운 비결입니다.”
연해주 1위 이동통신 사업자 NTC(KT의 현지 자회사)의 송우찬 사장은 러시아 진출 8년 만에 연해주 지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부상한 이유로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현지화를 꼽았다.
러시아·동유럽 등 경영이 불확실한 국가에서 과감한 투자 결정과 기업 친화적인 현지화는 우리나라 기업의 공통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NTC는 직원 중 대부분을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 세운 러시아 극동대학교 출신으로 구성하고, 연령도 평균 30세의 젊은 인재를 채용해 상호 불신풍조, 조세 회피 관행, 현실도피적 근무태도 등을 일소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경영을 접목했다.
“러시아 시장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없는 대신 행정 절차 규제는 까다로운 편입니다. 여기에 적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송 사장은 러시아 이동통신 사업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러시아 중앙정부의 정치적 배려 없이 KT가 추진하는 극동지역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전국 사업자(NTC는 지역 이통사업자)가 충분히 치고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KT 본사에서 극동지역 진출을 위해 사업 지원을 하기도 하고 정통부에서 직접 차관이 와서 러시아 정부에 허가를 요청하는 등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없다면 이만큼의 성장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향후 한국의 우수한 IT 서비스를 접목, 러시아 유무선 통신시장의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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