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칼럼]청바지가 좋은 이유

처음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필자의 ‘화려하지 않음’에 놀라거나 반가운 표정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너무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또 좀더 친근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활짝 웃는 얼굴로 그들과 마주 앉는다. 그렇게 사는 게 좋다. 편안하게 만나고 반갑게 대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사는 일상이 너무 좋다.

필자는 갑부로 꼽히는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원래 자유로움을 찾아 다니는 성격이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예술의 세계를 기웃거렸으니 사업이니 갑부니 하는 말들은 ‘지도에도 없는 나라’와 같았다. 오히려 유명한 예술가가 되어 인정받는 당당한 삶을 꿈꾸었다. 그것이 내가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벤처라고는 해도 기업을 일구는 사람인데, 그것도 신문지상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갑부라는데 내 모습은 어디에도 그런 중후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내 외모에 조금 의아한 얼굴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화장기도 전혀 없고, 제대로 갖춰진 옷을 입을 줄도 모르고, 권위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으니 의아한 시선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청바지다. 일주일에 닷새 정도는 청바지를 입는다. 무엇보다 편하지 않으면 움직이기 싫어하는 내 성격 때문이고, 뭔가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 공들이는 것이 귀찮은 까닭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정장을 챙겨 입기 위해서는 헤어스타일을 신경 써야 하고, 화장을 하고, 옷에 맞는 가방과 신발을 골라야 한다. 그런 일이 번거롭다. 뾰족구두를 신고 하루 종일 뛰어다닐 생각을 하면 뒷머리가 지끈거린다.

캐주얼에 대한 예찬은 남다른 편이어서 중요한 세미나가 있거나 투자자들의 모임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정장 차림을 하지 않는다. 평소의 나를 보여 주는 쪽에 오히려 점수를 주는 편이다. 캐주얼은 편해서 좋고, 몸이 편하면 일이 잘된다.

필자는 또 새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몸을 맞추는 습관도 있다. 청바지가 아무리 많아도 정작 내가 입는 것은 세 벌 정도다. 내게 ‘간택’을 받은 청바지들은 편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스타일을 연출해 주는 것들이다. 그렇게 청바지를 즐겨 입는 덕에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과다한 찬사도 곧잘 받는다. 그래서 청바지가 더 좋아진다.

필자의 아침에는 언제나 ‘15분의 법칙’이 적용된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15분 이상을 써 본 적이 없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옷 입고, 간단한 식사까지 마치는 데 드는 시간이 딱 15분이다. 더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차라리 잠자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상당히 실속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사장 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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