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이공계 교차지원 금지 등 이공계 살리기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고 졸업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과학고 졸업생들의 의대 진학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의 이공계 유입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이공계 살리기 정책이 실제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이 호기심의 보고이자 지적 즐거움의 원천이라는 점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 과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 27명의 어린 시절을 소개한 이 책은 이공계 위기를 원점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고, 과학자가 되고자 이공계를 지원하는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적인 도서 저작권 대행사 브록만사의 대표이자 저명한 과학서 편집자인 존 브록만이 엮은 이 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과학, 즉 수학과 물리학, 진화생물학, 뇌과학, 신경생리학,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 등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머리 겔만과 퓰리처상을 받은 주디 리치 해리스, 공생 진화설로 진화론의 역사를 바꾼 린 마굴리스, 로봇공학의 아버지 로드니 브룩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 등 당대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의 어린시절 모습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는 데 있다. 어떤 이는 과학계의 명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어떤 이는 아버지의 푸줏간에서 쇠고기를 다듬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또 어떤 이는 이혼 가정에서 병마와 싸우며 콤플렉스와 따돌림에 맞서야 했고 다른 이는 부모의 후원과 도움으로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워갔다.
산골마을에서 현대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자란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유년 시절을 보낸 이들은 지금 세계 과학계를 이끄는 과학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과학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과정,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와 불리한 처지를 극복한 이야기, 그들의 과학적 업적 배후에 있는 세계와 과학을 보는 관점 등은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주는 즐거움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또 부모와 사회가 어떻게 해야 훌륭한 과학자를 키워낼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이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에 ‘놀랄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과학자 27명이 밝히는 이야기들은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다윈 이후 최대의 진화생물학 저술가로 명망을 날리고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생물학자에 대한 꿈이 동물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책 ‘닥터 두리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며, 데이비드 버스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뉴저지의 기사 식당에서 일할 때 겪은 인생의 단면들을 이야기한다.
우주와 사랑에 빠진 재너 래빈은 어린 시절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상상하던 우주 여행이 자신을 우주론 연구자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런 놀랍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은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과학자 위인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과학자상을 보여준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며 동시대의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 모습과 인생의 전환점, 주변사람들의 영향, 갈등, 부모와의 관계 등을 알려주는 이 책은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출발점 역할을,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과학영재 교육의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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