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환율하락과 유가하락, 내수침체의 3중고에 시달리는 상황과 달리 디지털 셋톱박스 업계는 세계적인 디지털방송 수요와 맞물려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맥스를 비롯해 홈캐스트·토필드·현대디지탈테크·가온미디어·열림기술·티컴앤디티비로 등 디지털셋톱박스 업체들은 작년보다 30∼40% 이상씩 성장하며 입지 구축에 성공하고 있다.
홈캐스트·토필드·가온미디어·현대디지탈테크 등은 휴맥스의 뒤를 이어 1000억원 고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내년에도 유사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등 셋톱박스 업계가 구조적인 안정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발판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셋톱박스 업계의 성장은 각 국가와 방송사마다 채택하고 있는 디지털방송 규격이 다르고, 셋톱박스와 가전제품이 융·복합되면서 새로운 고부가 형태의 셋톱박스 수요를 낳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세계적인 셋톱박스 회사인 톰슨, 필립스, 모토로라 등이 셋톱박스에 대한 핵심기술만 보유하고 기술개발 및 제조를 외부에 아웃소싱하려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셋톱박스 업계의 성장은 일체형 디지털TV로 인해 셋톱박스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던 예상에서 벗어나 셋톱박스 시장에 대한 재조명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휴맥스(대표 변대규)의 경우 올 매출은 작년(3600억원)보다 11% 늘어난 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럽과 중동 수출은 줄었으나 미국과 호주 수출이 늘면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HMS(홈미디어서버), PVR과 같은 고부가 제품의 비중을 늘려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이다.
홈캐스트(대표 신욱순)는 올 매출을 1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770억원)과 비교하면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셋톱박스 전체 제품 라인업과 자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이 회사의 강점. 중동에 이어 유럽지역 매출이 올라간 것도 올해 매출상승을 견인했다.
토필드(대표 이용철)는 지난해 577억원에서 두 배 가량 성장한 1000억원을 올해 목표로 정해 놓았다. 3분기까지 매출이 726억원에 달해 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저가 셋톱박스보다 디지털방송 수신기능이 내장된 고부가 PVR(매출의 30%)을 집중적으로 드라이브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ASIC을 통해 기술을 차별화하고 자사 브랜드 강조에 주력했던 것도 매출확대에 기여했다는 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과 중국이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고부가 제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높다”며 “셋톱박스 분야는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갖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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