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자사 PC 부문을 레노보(중국명 롄상)에 판매하기 위해 처음으로 레노보와 접촉한 것은 3년전이다. 하지만 그 때만해도 레노보 경영진은 해외 진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노”라고 답했다. 대신 레노보는 제품 다양화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년간 레노보의 PC부문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레노보 경영진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3년전 IBM의 제안이 떠올랐다. 세계 PC산업사에 탄생한 또 하나의 대형 빅딜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1984년 설립된 레노보는 중국 과학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중국과학회 출신 연구원 10여명이 단돈 2만5000달러를 투자해 만든 기업이다. 창립 초기 레노보는 IBM 컴퓨터와 HP 프린터를 판매하다가 점차 외연을 확대, 지금은 PC를 비롯해 소비자 가전·프린터· 스토리지 등에도 손을 대고 있다.
90년에는 자체적으로 PC를 디자인하고 생산할 뿐 아니라 ‘레전드’라는 브랜드로 PC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94년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도 했다.
작년 기준 레노보와 IBM PC사업부문의 총 매출은 120억달러이다. 판매대수는 1190만대에 달한다. 기존 레노보의 규모보다 4배나 커졌다. IBM의 PC 사업을 인수한 뉴 레노보는 매출의 72%를 이제 외국에서 올리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한다. 뉴 레노보는 전세계 PC시장에서는 3위 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아시아 지역과 중국에서는 1위이다.
향후 5년간 IBM의 브랜드를 사용할 레노보는 IBM이 보유한 전세계 160개국의 영업 유통망을 십분 활용,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뉴 레노보의 야망은 IBM PC 사업 인수 발표시 선언한 양 위안칭 사장의 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 넘버3에 만족할 수 없다”면서 델과 HP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임을 시사했다. 올 1분기 기준 뉴 레노보의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7.2%(IBM 5.2%, 레노보 2%)로 세계 시장 1, 2위인 델(16.4%)과 HP(13.9%)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하지만 레노보는 IBM이라는 세계적인 브랜드와 자신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저가를 무기로 델과 HP 추월에 고삐를 죌 예정이다. 두 회사 합병 작업은 내년 2분기중 완료될 예정인데 가트너 애널리스트 레슬리 피어링은 “만일 인수 작업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IBM의 대표적 PC 브랜드인 싱크패드의 가격 경쟁력이 이전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밝게 전망했다.
“새우가 공룡을 삼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번 딜은 세계 PC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 IT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건은 경제적인 것보다는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 신호탄이라는 상징적의미가 더 크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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