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브와의 두번째 만남은 기분 좋게 시작됐다. 기자가 해브 스승으로부터 필살기를 하사받은지 1주일 만에 L3 레벨로 올라간 데다 드리프트도 초보수준을 말끔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180도로 연속 꺾이는 ‘빌리지 손가락’ 맵에서 드리프트 실력을 보여주자 해브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와! 장족의 발전인데요. 이렇게 빨리 실력이 느는 사람은 별로 못 본 것같아요”
“ㅋㅋㅋ”
하지만 뿌듯함에 자만하던 시간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호의 주제인 아이템전 강의가 시작되자 기자는 일순간 초보로 돌변하고 말았다. 아이템전은 달리기에만 치중하던 스피드전과는 너무 달랐다.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유도탄과 물파리, 거기에 우주선과 물폭탄까지. 레이스 초반 1등으로 달리다가도 금새 꼴찌로 추락해 버리곤 했다.
“헉, 이거 장난 아닌데”해브로부터 대략적인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장 실전에 들어갔다. 아이템전은 여러가지 설명보다는 실전을 통해 경험을 익히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템을 획득할 때마다 무작정 써버리는 기자에게 해브의 따끔한 지적이 이어진다.
“아이템은 상대를 조준해야 하는 것도 있고 자동으로 표적을 따라가는 것도 있죠. 유도탄이나 물폭탄 같은 것은 조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또 무작정 앞에 사람한테 쏘는 게 아니라 레이스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죠”
여러가지 아이템 중에서도 조준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것은 바로 물폭탄이었다. 상당히 먼 거리에 발사되는 물폭탄은 앞의 선두 그룹의 위치에 따라 정확히 조준하지 않으면 공갈탄으로 그치기 일쑤였다. 여기서도 고수와 하수의 실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해브는 물폭탄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미니맵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일반 시야로 보는 것보다 미니맵을 보고 판단해 물폭탄을 던지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아이템전은 레이스 도중 수십번 순위가 변동되죠. 서로 아이템 공격으로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초반에 선두에 나섰다고 이를 지키기는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각 아이템을 얻을 때마다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레이스 승리의 관건입니다.”
물폭탄 다음으로 해브가 전략 아이템으로 꼽은 것은 자석과 대마왕이다. 자석은 조준한 상대를 빠른 시간에 추격할 수 있는 아이템. 직선 주로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잡으면 하위권에서 금새 선두로 치고 나올 수도 있다. 해브는 자석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팀도 사사했다. 코너 부근에서 자석을 이용해 정확하게 부딪히면 상대는 페이스를 잃고 벽에 부딪혀 심하게 흔들렸다. 엄청난 속도를 이용한 일종의 ‘박치기’ 개념. 단 자신도 페이스를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도 잊지 않았다.
일정시간 상대의 좌우키를 바꾸는 대마왕 아이템도 추격을 위한 효과적 아이템으로 꼽았다. 다만 평지 보다는 장애물이 많은 지역이나 코너 직전에서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아이템전은 요지경과 같았다. 한참 선두로 잘 달리다가도 집중 공격을 받으면 금새 추격당하고 만다. 중위권에서 호시탐탐 선두추격을 노리고 있을 때는 어이없이 후미권의 공격을 받아 선두를 놓치는 일도 쉽게 발생했다.
“아이템전은 수없이 많은 변수가 뒤따르죠. 2.9부스터를 이용해 막판에 역전하는 스피드전 보다는 훨씬 복잡하다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선두에 있는지, 후미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해요”
우선 선두권에 있을 때는 바나나, 먹구름, 실드 등 방어 아이템을 잘 써야한다고 한다. 바나나는 넓은 길보다 좁은 길, 직선주로 보단 곡선주로, 점프대 보단 점프 후에 착지하는 지점에 놓아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급격한 오르막 경사의 중간지점이나 코너, 지형에 가려 보이지 않는 지점 등에 놓는다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먹구름은 코너 진입 직전이나 장애물 앞에서 사용한다면 뒤에 쫓아오는 상대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
레이스 후반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면 바나나, 구름 같은 아이템 보다 실드를 2개 모아 놓을 것을 권했다. 우주선이나 대마왕만 아니라면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며 선두를 유지한 채 골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위권이나 후미에 떨어져 있다면 공격 아이템을 모아 적절히 사용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이 방법은 일종의 물귀신 작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아이템전을 하게 되면 가끔 1등이 혼자 쭈욱 독주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신나게 치고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1등과 밑의 그룹의 거리가 벌어져 나머지 사람들이 몰려 서로 출혈경쟁을 벌이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공격아이템으로 1등을 겨냥하는 것이 좋다는 것. 선두와의 거리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면 결승점을 코 앞에 둔 마지막 코너에서도 얼마든지 역전의 가능성이 남아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해브는 여기서 한가지 팁도 알려줬다. 물파리 혹은 물폭탄 공격으로 자신의 카트가 잠시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면 당황하지 말고 좌우 방향키를 연타하라는 것. 더 빠른 시간에 물방울을 탈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유도탄에 맞았을 때는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전진키를 눌러 순간 부스터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아이템은 트랙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달라져요. 상대를 공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적절한 회피하기 위해서도 트랙을 익히는 것은 필수죠.”
물폭탄은 트랙의 중심부에 떨어지게 때문에 되도록 좁은 길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반대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항상 주로의 가장자리에서 달리는 것이 필수.
또 대부분의 공격아이템은 오르막지형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충고한다. 오르막에서 공격당해 멈추게 되면 속도를 쉽게 만회하지 못하며 심하면 언덕을 오르다 아래로 밀려내려 가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해브는 L3 이상의 고난도 맵에서는 아이템의 실력 뿐만 아니라 맵을 숙지하고 있는 정도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맵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을 권했다.히딩크가 국가대표팀을 맡고 가장 강조한 것이 멀티플레이다. 어떤 포지션에서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 해브도 아이템전에 임하는 기자에게 바로 멀티플레이를 강조했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실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운드를 잘 듣고 있어야 해요. 유도탄이나 물파리 공격이 가해지면 고유의 효과음이 나오거든요. 따라서 화면과 함께 사운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죠”
멀티 플레이의 중요성은 개인전보다 팀전에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팀전은 1등을 어떤 팀에서 배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중위권에 있는 선수들의 상대의 추격을 적절히 막아주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자신의 레이스에만 집중해서는 절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우리팀이 어떤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 좌측 상당부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 또 미니맵을 보면서 우리팀의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순간순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해브의 말처럼 레이스 화면과 미니맵, 사운드를 한꺼번에 살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팀전에서는 조준을 잘못해 우리편을 공격하는 실수도 연발.
“스피드전과 달리 아이템전은 승리의 필살기라던지 아니면 필승 전략 같은게 없다고 할 수 있죠. 많은 레이스 경험을 쌓아 순발력을 키우는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꾸준히 상위권에 들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 밖에 다른 정도는 없습니다” 고수의 길은 역시 멀고도 험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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