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맥스 정영희 사장(41).
그는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었다. ‘창세기전 신화’로 한껏 주가를 올릴 때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신규 시장을 개척할 때도 그에게선 왠지 모를 힘이 느껴졌다. PC게임 ‘마그나카르타’가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를 맞았을 때도 그는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와 소프트맥스가 무언가를 도모한다면 항상 묵직한 무게가 실렸다.
‘마그나카르타-진혼의 성흔’이 일본에서 파란을 일으킨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가진 모처럼의 인터뷰. 그는 여전히 당당했다. 지금까지 하나의 이미지처럼 느껴진 소프트맥스의 힘도 점점 실체가 잡히는 기분이었다.
“결국은 콘텐츠 파워의 싸움이에요. 콘텐츠 파워만 있으면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할 수 있죠.”
‘진홍의 성흔’이 소프트맥스의 지나간 10년을 총정리하고, 다가올 10년을 예비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이제 소프트맥스의 힘을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펼쳐보이겠다고 다짐했다.
# 화려한 부활의 노래
정 사장은 ‘부활’이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2002년말 PC게임 ‘마그나카르타’ 리콜 사태 이후 그와 소프트맥스(이하 소맥)는 적지 않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등 새로운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데에는 힘이 부쳤다. 게임업계에서도 소프트맥스하면 ‘이제 한물갔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최연규 개발실장이 ‘진홍의 성흔’을 개발하면서 홈페이지에 ‘소프트맥스의 부활’이라는 글을 올렸어요. 그 만큼 자존심이 상했던 거죠.”
그는 ‘진홍의 성흔’이 일본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무엇보다 값진 것은 ‘명예회복’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당당한 그지만 ‘진홍의 성흔’ 일본 출시를 앞두고는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게임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5만장만 팔려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홍의 성흔’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되자 마자 나흘만에 12만장이 팔렸고, 2주간 PS2 타이틀 판매순위 1위자리를 꿰차는 성적표를 냈다.
“텃새가 심한 일본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판매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정말 이례적인 사건이에요. 지금같은 추세면 올해 일본시장에 발매된 700여종의 PS2 타이틀 가운데 판매순위 20위권안에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그는 ‘진홍의 성흔’이 일본에서 20만장(140억원 규모)까지 팔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일까. 한동안 국내에서 시들했던 소프트맥스의 인기도 점점 상승세다. 12월초 출시될 ‘진홍의 성흔’ 한글판 예약판매가 반나절만에 매진된 것은 대표적인 케이스. 그렇게 바라던 부활의 노래가 결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 이제 세계로 간다
그는 ‘진홍의 성흔’이 소프트맥스 10년의 역사를 총정리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가올 10년을 예비하는 작품이 바로 ‘진홍의 성흔’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게임시장은 시리즈물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소비자들이 이미 검증받은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이죠. 그 만큼 새로운 게임이 진입하기 힘든 구조에요. ‘진홍의 성흔’의 성공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의미해요.”
그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영광을 ‘마그나카르타’ 시리즈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것은 PC에서 콘솔로 플랫폼이 바뀐 거죠. 시장도 한국에만 머물지 않을 거에요. 일본 PS2 타이틀시장은 일단 검증받은 게임의 후속작은 전작보다 더 많이 팔리는 경향이 있어요. 북미나 유럽에도 일본에서 성공한 RPG를 선호하는 유저층이 두터운 편이에요.”
이를 반영하듯 소프트맥스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내년의 화두는 ‘마그나카르타’ 후속작 개발과 북미·유럽시장 진출이다.
“‘마그나카르타’ 후속작 기획은 벌써 시작됐어요. 내년초면 소프트맥스가 처음으로 북미와 유럽에서 매출을 올리는 사건도 벌어질 거에요.”
# 콘텐츠 파워가 가장 중요
하지만 소프트맥스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온라인게임이다. ‘테일즈위버’로 신고식을 치렀지만 패키지게임 명가의 명성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어요. 빠르면 내년 말이면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아요. 콘솔게임은 해외에서 엄청난 로열티를 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에요. 그렇다고 내수시장의 주류인 온라인게임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
그러나 그는 게임은 플랫폼보다 내용물인 콘텐츠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일러스트, 캐릭어 모델링, 전투시스템 등에 대한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있으면 플랫폼이 어떻게 바뀌던 상관없다는 것. 원소스 멀티유즈도 진정한 콘텐츠 파워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제 온라인 서버기술이나 운영 노하우는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어요. 결국 클라이언트 개발력이 온라인게임에도 중요해진 셈이죠. 중요한 것은 패키지 게임 개발력이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겨간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는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등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면서 쌓아온 콘텐츠 파워를 새로운 온라인게임에 그대로 녹여내겠다고 말했다. 또 다소 답보 상태에 있는 게임 커뮤니티 ‘포리프’에도 ‘주사위의 잔영2’와 같은 새로운 게임을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게임개발사가 온라인게임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때 그는 콘솔게임 개발을 고집했다. 보다 큰 해외시장을 공략해야한다는 그의 지론은 ‘현실론’에 부딪혀 설득력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의 신념을 현실로 보여줬다.
“2006년쯤이면 소프트맥스가 준비중인 각 플랫폼별 프로젝트가 포도알 영글듯 풍성한 결실을 얻을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소프트맥스가 어떤 전략을 수립 중이었는지 무릅을 치게될 거에요.”
언제나 그렇듯 신념에 찬 그의 말투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PC게임에 이어 콘솔게임에서도 보란듯이 성공한 그이기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더욱 무게가 느껴졌다.64년 04월 경북 성산 출생
동국대 경영학 전공
85년 06월 효성인포메이션 시스템
93년 12월 소프트맥스 대표이사(현)
94년 10월 게임산업정책자문위원
98년 12월 벤처기업인상 수상(중소기업청)
99년 12월 SW 산업발전 유공자 표창(대통령상)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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