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게임 돌파구 찾나

시장 형성 자체가 요원한 문제로 여겨지던 에듀게임이 e러닝을 접목한 기능성 게임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재미’가 목적이 아닌 ‘교육 또는 훈련’에 목적을 둔 기능성 게임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으로 나아갈 방향 역시 흥미 위주가 아닌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 다르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시도한 온라인 게임에 학습을 접목하려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학습이 목적인 교육 콘텐츠에 게임성을 가미한 시도만이 남았고, 그것이 에듀게임이 나아갈 새로운 길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 최후의 보루 온라인 에듀게임

에듀게임의 역사는 길게는 10년 전 패키지 형태의 교육용 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얀마음백구’처럼 PC기반의 패키지 에듀게임이 시장에서 한때 크게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지만 몇 년 새 패키지 게임 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업계라 불릴 정도도 못되지만 현재 국내 에듀게임업계의 관심은 온라인이다. 동접수 십만 단위의 대박 온라인 게임이 여전히 벤치마킹 대상처럼 자리잡고 있으며 일(교육)과 여가(놀이)를 두 축으로 사회 생활 전반이 온라인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도 이유다.

게임산업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에듀게임 중 CD롬 타이틀은 10여 종에 10억원 안팎의 시장 규모를 보인 반면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에듀게임은 20여 종에 250억원 이상, 2005년에는 800억원 가까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에듀게임에 대한 접근은 게임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각각 게임업계와 교육업계라는 두 가지 다른 업종에서 출발점을 갖는다.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재미있는 게임에 학습 효과까지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공부를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면’이라는 멋진(?)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에듀게임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수익 발생 모델인 온라인 비즈니스를 연결한 것이 다름 아닌 온라인 에듀게임으로 불린다.

초기 에듀게임으로는 ‘재미나라’, ‘지니키즈’, ‘아리수한글’ 등 대부분 유아를 타겟으로 한 게임이다. 이후 ‘푸르넷’, ‘와이즈 캠프’, ‘에듀퍼즈’ 등 초등학생용 과외 학습게임이 주류를 이루다 지난해부터 중·고등학생용 영어 및 토익용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에듀게임 개발에 나선 게임회사나 온라인 교육업체의 목표는 온라인을 통한 게임과 교육의 절묘한 조화, 즉 흥미와 학습의 통합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등장한 온라인 에듀게임 중 성공한 케이스는 아직 없다. 게임 개발을 위한 투자나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재미와 학습이라는 전혀 다른 두 이질적인 성향을 인위적으로 합친, 전혀 다른 상상 속의 상품을 만들려 했다는 점에 있다.

# 재미가 아닌 학습효과가 목적

에듀게임 ‘토익넷’ 개발사 ESL에듀 안문환 사장은 “에듀게임의 목적은 재미가 아니라 학습 효과에 있다. 기능성 게임의 출발 자체가 일반 게임과 다르듯 에듀게임의 목적은 재미 추구가 아니라 공부다. 이를 기본으로 경쟁과 순위, 성장시스템 등 게임 요소를 넣어야 하며 이 또한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에듀게임을 통해 나타난 갖가지 환상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이는 극단적으로 에듀게임은 ‘재미없어도 된다. 공부되면 한다’는 얘기다.

ESL에듀에서 선보인 에듀게임 ‘토익넷’과 ‘영어공략왕’이 게임과 교육시장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학습효과를 앞세운 기능성 게임의 목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영어공략왕’을 온라인 교재로 사용해 진행중인 ‘제1회 교육부장관배 전국 초등학교 e러닝 체험대회’는 초등학생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로 에듀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온라인 상에서 애니메이션화 된 영어문제를 놓고 여러 명이 승부를 겨루는 게임 방식이 학생들로 하여금 경쟁을 통해 재미를 맛보면서 궁극적으로는 ‘영어실력’을 향상시켜 준다. 중독성 온라인 게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교사와 게임 좀 그만했으면 하는 학부모까지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한다. 폭력적인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쏟는 어린이들이 이런 교육적 게임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다”고 말할 정도다.

국내 에듀게임의 이론적 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대 유승호 교수는 “가능성이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해도 부모나 교사가 반대하는 게임과 역으로 부모나 교사가 하라고 해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공부의 접점을 잘 찾은 것 같다”고 평했다.

# 에듀게임이 노린 새로운 타겟층

특히 ‘영어공략왕’을 이용한 e러닝 체험대회는 에듀게임의 가능성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시장과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2가지 조건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먼저 ‘공부가 된다’는 교육적 효과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심지어 정부의 관심을 유도해 냈다는 점이다. ESL에듀 안 사장은 “에듀게임을 개발할 때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적 요소라도 학습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제외시켰다”며 “학습이 목적인 게임이기는 하지만 게임이라는 점을 너무 강조하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되므로 대외적으로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라는 말을 앞세웠다”고 밝혔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상 초유의 수능시험부정 사태에서 보듯 한국 사회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주 목적을 교육에 둔 에듀게임이라면 성공을 위해서는 피교육자(유저)뿐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까지 타겟층을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에듀게임 관계자들은 “학생들 뿐 아니라 교육관계자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 형성은 따논 당상”이라 말한다.

또 하나는 초기 시장형성 전까지 당분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 역시 게임을 내세우기보다 교육이라는 면을 강조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영어공략왕’이 게임으론 처음 교육부장관 타이틀이 걸린 학습진흥대회에 메임 게임으로 채택돼 사용되는 것 역시 이러한 방향과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e러닝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교육이 현재 국내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교육부는 물론 문광부, 정통부, 산자부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에듀게임에 고무적인 일이다. 정부차원에서 e러닝 관련 진흥법 제정 및 대규모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바로 여기서 교육적 효과를 목적으로 한 에듀게임의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 볼 수 있다.

# 재미와 학습의 인위적 결합은 실패

교육과 게임 양쪽에서 접근한 에듀게임은 현재 교육 쪽으로 그 무게 중심이 쏠렸다. 사실 게임업계에서 바라 본, 흥미 위주의 에듀게임은 실체가 없는 신기루처럼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지금도 교육업계는 지명도 높은 우수한 학습 콘텐츠를 어떻게 게임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지난달 교육용 캐주얼 게임 ‘버블슈터’의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엔로그소프트는 온라인 에듀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온 대표적인 게임개발사 중 하나다. 2001년 처음으로 온라인 에듀게임 ‘워드마스터’를 선보였고 이후 지금까지 에듀게임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엔로그소프트 김록윤 사장은 “게임 쪽에서 접근한 에듀게임은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기 어려워보인다. 재미없는 게임은 인기가 없는데 교육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기존 온라인 대작게임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재미있게 만들려면 학습 효과를 줄여야하고 반대로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재미가 떨어져 결국 게임도 아니고 학습 도구도 아닌,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양이 돼버리기 쉽다”고 토로했다. ‘버블슈터’를 교육과 게임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눠본다면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국내 최초의 캐릭터 육성 온라인 퀴즈게임 ‘퀴즈퀴즈’를 만약 에듀게임 범주에 넣는다면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둔 사례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퀴즈’라는 형식은 모든 게임분야에서 일반화됐고, 또 개인의 상식을 넓혀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것 역시 모든 게임에 들어있다는 약간의 교육적 효과일 뿐 학습 효과가 궁극적인 목적인 에듀게임은 아니다.

# 게임과 교육의 진정한 컨버전스

‘영어공략왕’ 등 몇몇 게임이 온라인교육과 접목돼 성공의 단초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것 역시 에듀게임이 찾고 있는 여러 시장형성의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진정한 에듀게임이란 무엇인가, 에듀게임의 방향을 놓고 여전히 각론이 많다. 혹자는 게임은 게임이고 교육은 교육일뿐 이라며 에듀게임의 실체에 대해 부정한다. 또 에듀게임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게임과 교육업계에서 더 관심을 가져줘야 에듀게임이 설 수 있다고 말한다.

21세기는 컨버전스 시대다. 기기의 융합부터 방송과 통신의 융합, 생산과 소비의 융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교육과 게임에서도 학습과 놀이의 통합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에듀게임에 대한 접근 방법과 그 목적이 무엇이든 교육과 게임의 융합이 에듀게임이라면 그 미래는 밝다.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문화산업이 게임이고 교육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유승호 교수는 “열린교육과 대안교육이 확산되고 여가문화가 바뀌는 등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아동은 물론 성인층까지 놀이와 교육, 여가와 일이 융합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에듀엔터테인먼트로서 에듀게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에듀게임의 목적은 재미가 아닌 교육이다’를 외치며 에듀게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영어공략왕’이 에듀게임의 첫 성공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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