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눈이 아주 많이 온 점심 때였다.(내 기억에 그날 밤 지하철 요금이 공짜였다. 그러나 나는 밤 늦게까지 당직을 서야 했다.)
“뭐 먹을까?” 동료들과 메뉴를 정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오늘 같은 날은 소주에 삼겹살을 먹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
‘점심 때 무슨 삼겹살이냐’ ‘그 집 별로더라’ 의견이 분분했지만 우린 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를 뚫고 삼겹살이 참 맛있다는 그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식당이라기보다는 정육점을 겸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였다.
열댓 명이 앉고 나니 벌써 식당은 꽉 차서 다른 사람은 들어올 수가 없어 전세를 낸 듯한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장소와는 달리 맛은 황홀했고, 같이 나온 파무침 또한 최고였다.
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혹시라도 젖을까봐 조심스럽게 갔던 것과는 다르게 어느 선배의 눈덩이 공격을 시작으로 신발 속에 눈이 다 들어가 축축해질 정도로 눈장난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금 그때 그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그날의 기억은 눈이 오는 날 다시 생각나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추억이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2004년의 끄트머리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추억도 한 개 두 개 더 생겨 참 좋다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기억할 추억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최소한 불행한 사람은 아니다.
마이라이프/출처: http://blo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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