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LGT 괴담` 일파만파

모바일게임업계에 ‘LGT 괴담’이 나돌기 시작했다. 디지털 음악시장을 놓고 SK텔레콤·KTF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LG텔레콤이 음원을 대거 사들여 공짜로 서비스하는 ‘뮤직온’을 론칭하자 불똥이 게임쪽으로 옮겨붙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LGT측은 이에 대해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며, 절대 그럴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지만, 여러 정황상 여전히 개연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만에 하나라도 LGT가 음원처럼 게임콘텐츠를 대거 사들이거나 용역 개발을 통해 무료로 뿌린다면 국내 모바일게임산업이 뿌리 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LG텔레콤측의 전면 부인에도 불구, 모바일게임업계가 몹시 걱정하는 것은 그 ‘가능성’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뮤직온’과 같은 형태의 공짜 게임 서비스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번호 이동성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가입자 확보에 비상이 걸린 LGT 입장에서 보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콘텐츠 다운로드 부담을 대폭 줄여서라도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야할 절박한 상황이란 의미이다.

특히 벨소리 등 모바일 음악콘텐츠업체들의 강력한 발발에도 불구하고 ‘뮤직온’을 론칭한 LGT가 게임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모바일 음악 콘텐츠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 무료로(음악) 뿌리는데, 돈을 내고 다운로드할 사용자가 어디 있겠느냐”하며 “같은 콘텐츠라도 음악과 게임의 속성히 다르긴 하지만, 해당 CP 사정을 외면한 채 ‘뮤직온’ 론칭을 강행한 LGT가 ‘게임온’(?)이라고 론칭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 LGT, 대체 왜 이러나

LGT의 모바일게임 공짜 서비스화 검토 소문이 나돌자 모바일 게임 CP들은 “설마 그럴리가?”하면서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수는 포기해야 한다”고 걱정하고 있다. LG가 비록 CP들에게 개발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단순 용역 시장만 보고 사업을 계속할 CP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얘기다. LGT가 공짜로 서비스한다면, SKT와 KTF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낮은 다운로드 가격과 경기침체로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모바일게임 산업이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시들 것이란 비관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소문은 도대체 왜 불거져 나온 것일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LGT가 이동통신시장에서 처한 환경이 특단의 조치를 단행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를 못본 LGT로선 내년에 번호이동성 제도의 완전 개방 이후 그나마 기존 가입자들마저 SKT나 KTF로 대거 옮겨간다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다시말해 음악·게임 등 모바일 콘텐츠의 무료화 등 할 수 있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가입자를 확보해야할 판이라는 얘기다.

SKT 등 경쟁사들이 3세대 이통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자체 디지털 콘텐츠 확보 전쟁에 돌입한 것도 LGT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3대 이통사들은 최근 음악 콘텐츠는 물론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 콘텐츠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SKT 경우 그룹 차원에서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 입도선매를 추진 중이라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완전 무선망 개방이 이루어질 경우 온세통신을 비롯한 후발 모바일 서비스 프로바이더의 출현으로 가장 큰 타격이 얘상되는 게 LGT일 것이란 점에서 이에 대응한 포석으로 파격적인 서비스 전략의 일환으로 공짜 게임 서비스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캐리어(이통사)들은 아직도 (가입자)숫자놀음에 주력할 뿐 게임 등 모바일 콘텐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칫하다간 LGT가입자 확보 전략에 밀려 모바일게임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공짜는 No, 초저가는 Yes(?)

LGT를 둘러싼 여러 가지 정황과 관련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LGT가 당분간 ‘뮤직온’ 같은 개념의 ‘선 저작권 확보, 후 무료 서비스’라는 공짜 게임 BI를 론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음악의 경우 한번 저작권을 획득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단발성’의 성격이 강하지만 게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새로운 버전의 출시 등 ‘연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간이 흘러도 콘텐츠의 가치가 그대로 유지 또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음악과 달리 게임은 한번 서비스됐가가 내려지면 그 가치가 급락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LGT가 공짜 게임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면 대신에 파격적인 가격의 초저가 게임 서비스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LGT는 주요 협력 MCP(BA)를 대상으로 기존 ‘이지아이’ 내의 다운로드(VM)형 또는 네트워크 게임서비스와는 별도로 국내외 저가 모바일 게임 콘텐츠를 특정 카테고리로 묶어 파격적인 가격의 월정액제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GT의 관계자는 이와관련 “‘뮤직온’ 형태의 무료 게임 서비스는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신에 용량 60Kb 이하의 아주 라이트한 퍼즐·보드게임을 한데 모아 월 3000원 정도만 내면 마음껏 게임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주요 BA를 통해 중국산이나 흘러간 게임을 주로 론칭한다는 방침”이라며 “서비스는 휴대폰의 메뉴창에 디폴트돼있는 ‘이지아이’와 달리 ‘##XXX’ 같은 별도 식별번호나 URL을 치고들어가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가격질서 붕괴의 예고편

LGT가 새로운 차별화된 모바일 게임 서비스 방향이 공짜로 가든 초저가 정액제로 가든 이같은 파격적인 모바일 게임 서비스 전략은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업계 우려대로 완전 공짜로 갈 경우 CP들은 단순 ‘하청공장’으로 전락하고 모바일게임 가격 구조는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 통화 퀄리티의 차이가 무의미해지고, 완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으로 이통사간 고객 이동이 장벽이 힘없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LG가 공짜 콘텐츠 서비스 전략을 들고 나온다면 SKT와 KTF를 앉아서 당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초저가 정액제 카드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T가 추진하고 있는 저가 정액제의 이용료는 게임수에 상관없이 월 3000원. 현재 다운로드 게임 가격이 개당 2000원 안팍인 상황을 감안하면 아무리 게임의 질이 차이가 난다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못할 만큼 파격적이다.

물론 그동안 이통사들이 이벤트성으로 공짜게임을 출시한 적 있으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기본 메뉴창이 아닌 별도 식별번호를 거쳐야 하지만, 월 3000원이면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업체 관계자는 “LGT는 물론이고 SKT도 내년에 다양한 가격시스템을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캐리어들의 이같은 전략이 자칫 양질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 조차 수익성이 없어지는 상황을 초래할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3대 이통사들의 무한 경쟁에서 비롯된 모바일 게임콘텐츠 가격 질서 붕괴 예고로 내년에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을 다시한번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질의 3D 대작게임이 내년부터 봇물터지듯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여 자연스럽게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모바일게임 산업 태동 이래 최대의 격변기”라며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수한 CP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는 풍토 조성이 선행돼야 시장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점을 캐리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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