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해외 전략시장을 가다](10/끝)정부도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의 전자정부 솔루션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데 중앙부처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치단체들이 알아서 해외 진출을 모색합니다”(서울시 관계자)

“정부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조금만 더 도움을 주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모 국가의 통신사업권을 따낸 기업 관계자)

정부의 해외 수출 지원에 대해 시각이 이처럼 엇갈린다. 전반적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있어 그간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고 미미했지만 앞으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자신문이 ‘IT해외전략시장을 가다’라는 주제로 미국,중국,베트남,러시아 등지를 현지 취재한 결과도 이와 대체로 일치했다.

최근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 미국의 선진 업체를 제치는 낭보가 잇따랐다. 문제는 해외시장에서의 선공이 삼성,LG 등 극히 일부 기업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일부 중견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틈새 시장을 개척해 선전했지만 자금력과 낮은 지명도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IT확산은 새로운 전환점이다.

각국이 우리나라를 모델로 삼아 경쟁적으로 IT 인프라를 확대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에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외국인들은 우리의 앞선 IT제품과 신규 서비스를 보기만 해도 반하는 눈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중남미 ABC3국 순방에서 이를 확인했다.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경쟁력있는 IT품목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치밀하게 짤 경우 90년대 가전 제품 수출에 이어 제2의 황금기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우리 산업 구조를 하이엔드 IT제품과 연구개발(R&D) 및 생산 중심으로 고도화하는 발판으로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내수가 협소하고 글로벌 경쟁 체제가 정립한 상황에서 아무리 중소벤처기업이라도 세계에서 통할 제품을 갖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정보통신협력진흥원 설립 등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조직을 확충한다. 그렇지만 조직 보다도 기업을 헌신적으로 돕겠다는 게 봉사정신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해외 주재원들은 “아무래도 현지에선 외국 기업인 우리가 유형 무형의 ‘핸디캡’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우리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도록 도와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현지의 절박한 사정이 우리 정부엔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IT해외수출민관협의회를 민간 의견 수렴의 창구로 확대 발전하는 한편 현지 대사관의 상무관 등 주재관들도 IT수출을 돕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들도 바뀌어야 한다. BRICs가 뜬다고 하자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무턱대고 덤볐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냥 일개 기업의 실패로 끝나면 좋겠지만 깔끔하지 않은 마무리로 인해 나중에 진출하는 기업에게도 곧잘 짐이 된다.

이 점에서 한 러시아 주재관의 말을 곱씹어볼 만하다. “일본과 유럽 기업은 비록 중소기업일지라도 철저히 러시아 시장을 분석해 승산이 보일 정도로 걸림돌을 제거한 다음에 도전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일단 들어가보고 ‘이게 아니다’ 싶을 때에도 막연한 기대를 갖고 버티는 경향이 짙습니다.이래 갖고선 100이면 100 실패합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IT코리아 일등공신 `통신서비스` 수출 한국 첨병 기대]

우리나라를 IT강국을 만든 일등공신은 통신서비스다. CDMA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없이 이렇게 발달한 네트워크 구축은 불가능했다.

어느 곳에서도 속된 말로 ‘잘 터지고’ 요금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데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사업자들이 내수 시장만 치중한 것도 하나의 큰 이유다. 왠만해선 통신사업을 외국 기업에게 내주지 않는 사정을 알 리도 없다.

내수 업종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사업자들이 최근 해외 사업을 적극 추진중이다. 워낙 높은 ‘통신주권’의 장벽을 뚫기가 영 쉽지 않지만 가능성을 찾았다. 베트남과 연해주에서다.

SK텔레콤과 LG전자,동아일렉콤이 베트남에 설립한 이동전화사업자 SLD텔레콤은 지난 9월 1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고작 10만이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보급률이 5.1%인 420만 명에 불과하고 마케팅 규제가 많은 데다 제3의 후발사업자가 상용화한 지 14개월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10초 단위 과금, 컬러링 서비스, 단말기 할부제 및 대여폰 등 선발업체의 서비스에선 볼 수 없는 각종 부가 서비스가 20∼30대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라고 SLD텔레콤 관계자는 설명했다.

러시아 연해주의 1위 이동전화(GSM) 사업자는 엔떼까(NTC)다. KT가 지난 97년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서 점유율 꼴찌에 만년 적자였지만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50% 이상의 점유율과 276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문제는 MTS, 메가폰 등 러시아 이동전화 1위, 3위의 사업자들도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사업권 반납 시점도 다가왔다. KT는 사업권 다시 따내는 한편 이동전화 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을 결합한 러시아 첫 융합 서비스로 경쟁사의 도전을 물리친다는 방침이다.

통신서비스 수출로 실제 혜택을 누리는 것은 후방산업계다.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함께 중계기·교환기·단말기 등을 덩달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S폰 대리점에선 에니콜·싸이언·스카이 등의 국산 휴대폰을 잘 팔린다. 사업자는 물론 후방산업계와 정부가 서비스 수출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과 연해주는 예외적인 성공 사례이며 실제로 통신서비스 수출은 쉽지 않다. 현지 규제도 문제지만 투자 이후사업의 지속성을 확신할 수 없어 투자를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보다폰,텔레포니카 등 해외에 적극 진출하는 외국 유수의 사업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잘 풀어줘야 한다.

정대현 SLD텔레콤 사장은 “우리 통신 서비스는 해외 어느나라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라면서 “산업 파급력이 큰 만큼 서비스 수출에 업계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현지의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현지인이 본 한국 IT기업과 제품>

-한국 휴대폰이 멋지다. 비싸긴 하지만 디자인과 성능이 최고다. 동영상폰이 나오면 또 살거다.(베이징 시민)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한국 휴대폰을 보고 찍어놓고 모스크바에 들어와 사려 했더니 품절됐다.(모스크바시민)

-삼성이 일본 회사?(모스크바 시민)

-한국 휴대폰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모스크바 판매원)

 <해외 현지 시장과 정부의 역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사업이 이제 정착했다. 성공 가능성 있는 기업들로 선별하고 지원사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예정이다.

-투자 대비 효율성(ROI)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원해야 할 기업이 많지만 성공률이 낮기 때문이다.

-개도국은 통신 인프라와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하다. 사업자 단독으로 진출에 무리가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중국은 아직까지 정책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중국인들의 눈으로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제조 단일 상품 보다는 서비스 운영상품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 더 이상 건질 게 없다는 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IT제품이 특히 그렇다.

-러시아는 중국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한 시장이다.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물건을 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동반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러시아만 해도 기초과학이 강해 부품소재 분야에 약한 우리에겐 좋은 파트너다.

-러시아의 IT인프라 수요가 커질 것이지만 정부 조직 정비로 인한 예산 집행이 늦어져 당장은 아니다. 그래도 준비해야 한다.

-브랜드 지명도가 낮은 업체로선 경쟁이 덜한 지방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 주의점]

-2000년 당시 IT버블 바람을 타고 너도나도 중국 현지 사무소를 냈지만 채 2년도 안돼 대부분이 철수하거나 전업했다. 현지어로 된 매뉴얼 하나 없이 왔다가 와 손털고 나간 기업이 수없이 많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의 콜센터 구축을 수주했는데 차별화한 시장분석과 신뢰도 높은 SI업체 등 현지 거래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즉시 대응이 가능한 기술인력을 비치해 고객들의 각종 AS를 해결하고 있다. 심지어 콜센터 구축에 필요한 현지 전화국과의 민원처리도 대행해주기도 한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꽌시’도 필요하지만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업무 형태를 아는 게 중요하다.

-검증하지 않은 제휴선을 믿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를 볼 것.

-현지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결코 ‘가격’으로 승부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현지 규범에 맞게 인력을 관리하고 브랜드 지명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지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無順)

<중국>△넥서스커뮤니티 중국법인 백은석 차장 △조성제 모바일컴피아 사장 △차양신 주중 한국대사관 정보통신 참사관△주효양 삼성전자 중국법인 상무 △모영주 아이파크 베이징소장 △존 류 SK텔레콤차이나 사장

<베트남>△정대현 SLD텔레콤 사장 △박원규 LG전자 베트남 정보통신 총괄 지사장 △부반훙 안뚜 사장

(미국)△송문섭 팬택 사장 △이성호 팬택 상무 △박철민 팬택 과장 △이병기 LG전자 부사장 △김기영 LG전자 책임연구원 △이종훈 아이파크 산호세소장

<러시아>△장착덕 삼성전자 CIS법인장 △김승구 삼성전자 CIS법인 부장 △최희중 차장 삼성전자CIS법인△이종태 LG전자 러시아법인 부장 △정석준 부장 △박창용 과장 △정상민 팬택 러시아사무소 상무 △이찬문 팬택 러시아사무소 부장△송우찬 NTC 사장

<기타>현지 주재원 및 소비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