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결승전에서 만났다. 입버릇처럼 “스승인 임요환과 결승전에서 붙고 싶다”고 말해 온 최연성의 꿈이 이루어진 셈. 임요환은 무려 25개월만에 결승전에 진출, 자신이 가르쳐온 제자와 승부를 겨루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꿈의 무대는 오는 20일 ‘에버컵 스타리그’ 결승전이 벌어지는 대전 무역전시관. 두 선수는 함께 전략과 타이밍을 만들어온 사제이자 팀동료라 서로에 대해 훤하게 알고 있는 관계로 승부는 예측할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결승무대에 서 본 경험이 많아 승패는 당일의 컨디션과 전략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번 임요환과 최연성의 사제 대결은 지난 12일 벌어진 임요환과 홍진호의 준결승전에서 임요환이 승리하면서 이루어졌다. 최연성은 그 전주에 박정석을 어렵게 누르고 결승에 선착해 있었다.
특히 임요환은 홍진호를 상대로 한 준결승전에서 3경기를 모두 똑같은 전략으로 승리를 따내며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며칠밤을 새워가며 저그를 상대로 한 필승전략과 타이밍을 연구한 효과를 본 것.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임요환은 테란종족이 암울하던 시절에 이같은 필승전략을 수도 없이 쏟아내며 테란을 최강 종족으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라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임요환이 전성기 때의 전략적인 필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요즘 최고의 기량의 선보이고 있는 최연성으로서는 자신의 우상이자 스승인 임요환과 결승전에서 만난 것이 더 없는 영광이자 스승에게 일취월장한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실 이번 임요환과 최연성의 사제 대결은 같은팀 선수라는 점에서 다소 맥이 빠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사실 이 두 선수는 신구세대를 대표하는 절정의 선수들이라 요즘 보기 힘든 최고의 매치가 될 전망이다.
‘테란의황제’ 임요환은 이번으로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에만 무려 5번을 오를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최고의 프로게이머다. 최연성 또한 양대리그를 석권할 정도로 막강한 테란유저로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두 선수의 차이점이라면 임요환이 전략의 귀재인 반면 최연성은 물량의 대가라는 점. 하지만 이런 차이점은 두 선수가 함께 전략을 짜고 연습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크게 좁혀진 상태다.
임요환이 ‘형만한 아우가 없다’며 자신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3번째 우승 신화를 일구어 낼지, 최연성이 ‘청출어람 청어람’을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줄 지 결과는 당일 경기가 끝나봐야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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