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군주 게임자키 임혜영·하지현

“신문사는 처음 와봐요.”

온라인게임 ‘군주’에서 인터넷 방송 자키로 활약 중인 임혜영씨와 허지현씨가 더게임스를 찾았다. 스물 세살 동갑내기인 그들은 인터넷 방송에 매료된 지 벌써 4년 째라고 했다.

그래서 일까. 처음에는 다소 수줍은 듯 말수가 적던 그들은 어느새 막힘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사진 촬영도 처음엔 ‘절대 사양’이라며 펄쩍 뛰더니 정작 촬영에 들어가자 싱글벙글 웃으며 포즈를 잘 잡아줬다.

온라인게임 ‘군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임속 방송자키. 그들과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시간이나 이어졌다.

# ‘게임자키’ 알아요?

“게임속에서 우리를 ‘GJ’라고 불러요. 게임자키를 줄인 말이죠. 게임에 접속하면 캐릭터가 GJ라는 글자가 새겨진 하얀 모자를 쓸 수 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건네와요. 한마디로 스타가 된 기분이라니까요.”

그들은 ‘게임자키’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고 자랑했다.

‘게임자키’는 게임속 인터넷방송국에서 활약 중인 음악방송 자키다. 그동안 채팅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활약한 인터네방송 자키와 거의 흡사하지만, 활동무대가 온라인게임 속으로 옮겨온 것이다.

현재 온라인게임 가운데 유일하게 ‘군주’에서만 인터넷 방송을 위한 방송국이 설립돼 있다. 현실의 정치와 경제시스템을 게임 속에 잘 구현한 이 게임은 방송국과 신문사 등 언론 기관도 갖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10여명이 운영하는 ‘군주방송국’은 웬만한 지상파 방송국처럼 국장도 있고, 부장도 있다.

“방송은 매일 정오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계속돼요. 자키 한명이 보통 2시간씩 진행을 하구요. 보통 1400명까지 동시에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 거의 만원사례라니까요”

‘군주방송’은 일반 라디오 방송처럼 사연을 받아 읽어주고, 음악을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시간짜리 한 프로그램에 보통 10편 정도의 사연이 소개되는데, 사연이 폭주하는 날도 종종 있다.

“게임속 방송이라 대부분 게임과 관련된 사연이 많아요.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마을 홍보나, 게임에 도움을 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편지들이 가장 많죠. 더러는 매일 사연을 보내는 열혈 청취자들도 있어요.”

# 인터넷방송의 마력

임씨와 허씨는 군주방송국 자키로 활약한 지 이제 4개월과 2개월 정도 됐다. 하지만 둘다 인터넷 방송경력이 올해로 4년째인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해서 시작했어요. ‘윈 엠프’라는 프로그램만 PC에 깔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제 목소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는 게 짜릿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방송을 하면 실시간으로 청취자들이 반응한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허씨는 실시간으로 청취자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즐거웠다고 말했다.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방송을 시작했다는 임씨도 마찬가지다.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은 청취자도 그렇고, 진행자도 지루해질 수 있잖아요. 인터넷방송은 사연도 사연이지만 실시간으로 바로 청취자와 진행자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훨씬 다이내믹한 것 같아요.”

그러나 임씨와 허씨의 방송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둘다 50∼60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엄청난 MP3 음악파일을 소장하고 있지만 임씨는 주로 최신가요를, 허씨는 팝송을 주로 틀어준다.

방송시간도 허씨가 오후 12시∼2시, 임씨가 오후 4시∼6시다. 현재 대학 졸업반인 임씨가 다소 시간에 쫓기는 반면, 휴학중인 허씨는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 군주방송국 GJ 모집 중

임씨와 허씨는 방송과 별도로 게임 ‘군주’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임씨는 태종서버 해주마을 역참행수(ID 아엠홍련)로도 활약 중이다. 역참행수는 요즘같으면 우체국 국장 정도된다. 유저들의 메일을 대신 보내주고, 수수료 수입을 버는 셈이다.

이제 게임을 시작한 지 2개월 정도된 허씨(세종서버, ID 소리짱)는 ‘게임자키’라는 잇점을 살려 벌써 73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웠다. 유저들이 게임자키들에게 친절하게 게임을 가르쳐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게임자키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거에요. 인터랙티브 방송을 통해 청취자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게임 속에서도 일단 게임자키라면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니까요. 종종 목소리 너무 감미롭고 매력적이라며 작업을 해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하…(임씨)”

“그렇다고 게임자키가 마냥 좋은 건 아니에요. 방송이 마음에 안들거나 자신의 사연이 소개되지 않으면 자키를 비방하는 글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니까요. 욕설까지 들으면 하루종일 우울하다니까요.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허씨)”

군주방송국은 새로운 게임자키도 모집 중이다. 게임자키를 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다. 다만 오디션과 음질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채팅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터넷방송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환영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 게임자키로 활약하고 싶다는 그들은 “많은 사람이 군주방송국 게임자키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끔은 유명한 라디오 진행자도 부럽지 않다니까요.”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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