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T뉴딜이 성공하려면

 IT뉴딜이 현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국가 어젠다로 채택됐다. 전자신문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IT뉴딜의 필요성을 주창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14일 IT뉴딜정책에 대한 공식명칭을 ‘디지털 국력 강화대책’으로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가정책에 가급적이면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주문 때문에 명칭이 변경됐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IT뉴딜은 ‘국력강화’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경제회생의 선봉에 서게 됐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아무리 어젠다가 그럴 듯해도 분명한 방향성과 실행력을 담보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저 민심달래기의 구호성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IT뉴딜의 요체는 시장창출이다. 새로운 시장을 많이 만들어 내수를 일으켜 보자는 취지다. 현재의 위기는 소비침체에 따른 투자부진으로 생긴 결과다. 원인을 들여다보면 돈을 쓸 만한 신규시장이 없어서다. 이 점만 본다면 IT가 분명 해법을 갖고 있다. 국내 총생산(GDP)의 14%, 총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수치상의 위력 때문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IT산업의 역동성이다. 초고속인터넷이나 휴대폰의 예에서 보듯이 IT시장의 증가세는 양과 질면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한번 불이 붙으면 침체 분위기를 일소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경기활력은 분명 바람이다. 어디서 물꼬를 터주기만 하면 짓눌렸던 수요는 폭풍처럼 몰아친다. 멀리는 PC방이 그랬고 가까이는 디지털카메라와 MP3가 그랬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린 지금 봇물의 계기가 될 만한 시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자없인 불가능하다. 특히 신규시장을 만들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기존시장 대부분은 포화상태다. 여기엔 아무리 투자해도 대규모의 신규수요가 생기지 않는다. 기업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신규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IT뉴딜정책의 지향점은 자명하다. 기업들이 신규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도와주면 된다. 더 나아가 정부가 선도투자에 앞장선다면 그 방향은 신규서비스들의 장(場)이 되는 디지털 인프라 성격이어야 한다. 이것저것 생색내기식 투자로 힘을 분산시켜서도 안 된다.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돼 시장형성이 가능해지면 콘텐츠나 장비 등의 후방효과는 물보 터지듯 저절로 생성된다. 마치 고속도로를 만들면 자동차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디지털 서비스인프라를 강조한 것은 임계점에 다다른 기존 시장을 대체할 서비스가 컨버전스(복·융합)을 빼놓고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금융과 통신, 방송과 통신의 예처럼 산업간 융합, 혹은 PC와 휴대폰, PDA를 결합하는 기기 간 융합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개인화와 편리성을 강조하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들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유비쿼터스를 이루는 이 모든 서비스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 대박을 터뜨릴지 모르는 것뿐이다.

 또 그 대부분은 세계 최초가 될 것이다. 그 점도 매력이다. 내수로 경쟁력을 쌓아 수출로 돈을 버는 구조는 우리나라 산업의 특징이다. 세계 최초의 서비스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장비와 콘텐츠들은 세계시장에서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아날로그식 법·제도로 시장창출의 뒷다리를 잡는 우를 더는 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힘을 적극적인 IT외교로 모아서 기업들의 수출길을 열어주는 데 써야 한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 또 실기도 할 만큼 했다. 가는 방향이 맞다면 웬 만한 후유증은 감수하고 가야 한다.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뒷다리 잡는 논쟁은 정치권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력을 IT뉴딜에 올인하자.

 김경묵부국장@전자신문, km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