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게임산업진흥법 연내제정 `딜레마`

문화관광부가 올초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게임산업진흥법 연내 제정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은 문화부가 게임산업을 핵심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한 것. 게임산업 진흥과 건전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독자적인 법체제 정비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국무조정실이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를 영상물등급위원회로 일원화할 것으로 권고한 데 이어 지난달에 문화부와 정통부가 업무협력합의서(MOU)를 체결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정통부에서 문화부가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있다. 정통부는 최근 담당 사무관이 문화부 실무 담당자에게 전화 통화로 불만의 뜻을 전달한데 이어 기존 법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화부가 마련한 게임산업진흥법 초안은 정통부와 논의를 해서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문화부가 당초 계획했던 대로 게임산업진흥법을 정부입법으로 제정하기 위해서는 일단 부처간 조정 작업을 거쳐 최종 법안을 마련하고 이를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윈회에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절차를 거친 연후에 국무회의의 인가를 거쳐 국회에 상정해야 한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통과해야만 새로운 법으로 제정이 된다. 이런 절차를 모두 거치려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더구나 국회에 상정이 됐다고 해도 자칫 정국이 어지러워 국회가 공전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다음번 정기국회로 이월돼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해 연내에 독립된 게임관련 법으로 제정하겠다던 문화부의 계획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돼버렸다.

# 기대반 우려반의 게임산업진흥법

문화부가 마련한 게임산업진흥법은 사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면서 내용면에서는 상당부분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우선 게임산업진흥법 자체는 규제 중심인 음반·비디오및게임에관한법률(음비게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법체계를 갖춤으로써 게임산업 중흥의 기틀을 마련해 줄 것이라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등급분류를 민간자율로 넘기는 과도기적인 성격의 등급분류기관 지정제도를 신규 도입한데 이어 e스포츠 활성화를 처음으로 법에 명시한 점은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전문인력 양성(제6조) △기술개발의 추진(제7조) △유통활성화(제10조) △국제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 △세제지원(제14조) 등 그동안 문화부가 주축이 돼 추진해온 산업진흥 정책을 모두 명시, 향후 산업육성책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난 9월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초안은 등급분류에 관한 조항은 비교적 세세하게 정리된 반면 정작 산업진흥에 대한 내용은 미흡해 ‘무늬만 진흥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진흥법 추진기관이 아예 빠진데다 여러가지 진흥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확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등 알맹이는 없고 선언적인 의미만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진흥법 초안은 60% 가량이 등급분류 및 처벌에 대한 내용이고, 정작 진흥과 관련된 내용은 30%에 지나지 않아 진흥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 정통부 왜 반대하나

정통부가 게임산업진흥법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은 최근 들어 게임산업은 문화부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국무조정실에서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를 영등위로 일원화하라고 권고한 것은 그동안 벌어진 양 부처간의 알력다툼에서 문화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최근 들어 온라인게임에 대한 이중규제 문제가 논란을 빚으면서 정통부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부가 지난달 정통부와 게임관련 국제전시회를 함께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하면서 큰 양보를 했다는 인식을 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그동안 온라인디지털콘텐즈산업발전법(이하 온디콘법)을 토대로 게임산업에 관여해온 정통부로서는 게임관련 독립법이 제정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주도권은 문화부로 완전히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정통부가 문화부에 진흥법 초안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지적한 부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제로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문화부가 마련한 게임산업진흥법 초안은 전체적으로 너무 엉성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조심스레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게임산업진흥법은 온디콘법과도 상충되기 때문에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해서는 문화부와 최대한 합의하되 정통부 입지를 적극 개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규제위원회도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는데 정통부도 참여할 수 있지 않느냐. MOU 체결로 문화부도 함께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형태로든 정통부가 게임산업에 깊이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 정부입법 강행이냐 의원입법 선회냐

이같은 정통부의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문화부는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통부가 제기한 문제는 이미 예상했던 바인데다 어차피 부처간 논의는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정통부의 의도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양 부처간의 논의 과정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문화부로서는 게임산업진흥법을 연내에 정부입법 형태로 제정하겠다는 방침 자체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물론 문화부로서는 정통부와 협력을 위한 MOU까지 체결한 마당에 또다시 부처간 이기주의를 내세워 알력다툼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꺼려해 겉으로는 느긋하게 보이려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정통부의 반발을 예상했음에도 진흥법의 연내 제정 방침을 정한 데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문화부가 정부입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연초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를 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정통부의 문제 제기로 정부입법 형태로는 연내 제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의원입법으로 선회해 빨리 처리하자는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통부의 온디콘법도 의원입법으로 제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부로서도 의원입법을 꺼릴 이유가 없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게임산업진흥법은 의원입법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하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 전개될 양 부처간의 세부적인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문화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게임산업진흥법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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