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격현실화…싫으면 떠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KT의 선로설비 평균 원가 대여료

KT가 지난주 21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선로설비(전주·관로 등) 대여 계약 해지 통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KT는 SO에 보낸 공문에서 “(SO들의)설비임대계약 재계약 체결 지연은 결국 재계약 제결 협상을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이에 당사는 민법 제639조 제1항 단서, 제635조 제1항에 따라 위 설비임대계약의 해지를 통고한다”고 밝혔다. KT는 또한 “본 해지 통고에 의한 설비임대계약 해지의 효력발생일전까지 귀사가 사용하고 있는 임차목적물에 설치된 귀사의 시설물을 전부 취거할 것”을 요구했다. KT측은 계약 해지 통고 후 이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할지 법률 자문 중이며 대략 6개월후인 내년 4월께 물리적으로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KT와 SO간 설로설비 대여료 인상을 놓고 빚었던 논란은 이번 KT의 초강경수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9월 8일자 참조>

◇KT, “대여료가 비싸면 다른 선로 써라”=KT는 그동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여료를 받고 21개 SO에게 전주·관로·광코어 등을 빌려줬다며 이번에 가격을 현실화한다는 입장이다. 이강원 KT 부장은 “한국전력의 전주 이용료는 (방송용으로 사용할 경우) 개당 약 950원인 반면, KT는 평균 40원대에 불과하다”며 “더구나 강원도 일부 SO는 개당 10원에도 미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 참조>

KT측은 “선로설비 대여료는 협상 대상이 아니며 만약 SO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한국전력의 선주를 쓰든, 직접 깔든지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에 해지 통고를 받은 21개 SO의 경우 올 상반기 기존 계약이 만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KT의 인상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4월전까지 KT의 선로설비에서 자사의 가입자망 등을 철거해야한다.

◇SO, “법적 대응 모색하나 뚜렷한 묘수없어”=이번에 대상이 되는 SO는 서울의 경우 관악·강남·양천·동대문·노원(씨앤앰)·마포(씨앤앰)·송파(씨앤앰)·강동(씨앤앰)·구로(씨앤앰) 등이며 지방은 부산시 해운대기장, 인천시 새롬, 대구시 서대구·동구, 전남 서남, 전북 한빛전주, 충북 씨씨엔청주, 제주 KCTV제주, 대전시 대전, 강원도 강원 등이 21개 SO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KT의 전신주 등을 사용하는 SO는 5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파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SO측은 KT의 선로설비 대여료 인상폭이 너무 높은데나 자의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SO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기존 대여료보다 500%∼1000%에 달하는 막대한 인상폭을 과학적인 기준 제시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한상혁 차장은 “KT는 지난 9월에야 재계약과 관련된 대여료 가격 통지를 해왔다”며 “3개월도 채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해지 통지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측은 이번주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고 해당 21개 SO의 의견 수렴을 거친후 다음주께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로선 KT의 초강경수에 마땅히 대처할 만한 묘수는 없는 상황이며 KT의 안을 받아들이거나 법적 대응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KT의 SO 길들이기?=SO업계 일각에선 KT가 급속하게 성장 중인 SO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등을 견제키 위해 잇따라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또 KT가 내년이나 2년후 IPTV 상용화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SO와 힘겨루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SO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경우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수를 현상태로 유지하며 사용료를 높여 수익을 늘리려고 하는데 저가 공급하는 SO가 눈엣가시”라며 “KT가 선로설비 등 가격을 높여 SO를 압박해 사용료 인상을 이끌려내려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IPTV의 경우 각 지역별 경쟁자가 될 SO들의 원가 상승 요인을 만들어 향후 KT가 방송서비스 시장 진출시 가격 경쟁력을 담보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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