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유료화 모델 대안은 무엇인가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가늠하는 최대요소로 흔히 게임성과 서비스 안정성을 꼽아왔다. 하지만 사실상 무한경쟁에 접어든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여기에 한가지 요소를 더 추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게임과 궁합이 맞는 적절한 유료화 방안을 강구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 방안 모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객관계관리(CRM)라고 강조한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그에 맞는 과금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게임을 즐기는 세대별, 특징별로 다양한 과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유저층별로 직장인이나 학생, 남성, 여성 등 각 층에 맞는 차별화된 요금제를 떠올릴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정액제와 종량제 방식으로는 게임을 즐기는 다양한 유저층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격모델도 게임 사용 시간대별로 접속이 많은 시간은 할증 요금을 적용하는 반면 접속이 적은 시간에는 할인을 적용하는 탄력성도 필요하다.

게임 장르별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FPS게임은 기존 MMORPG 게임과 비교할 때 게이머들의 사용패턴이 큰 차이를 보인다. FPS 게임은 클랜 중심의 대전이 흥행의 관건인 만큼 커뮤니티 운영을 유료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게임은 무료로 사용하돼 클랜룸 개설비와 유지비를 부과할 수도 있다.

그동안 게임포털에서 활용했던 캐시 서비스도 온라인 게임 유료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MMORPG 분야는 무료게임의 수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요금제로 변화되고 있다. 정액제, 종량제 모두 가격이 인하되는 추세다. 캐시 서비스는 저가 게임에 적당한 일종의 변형 종량제라 할 수 있다.

3000∼5000원 단위로 캐시를 충전한 후 게임 사용시간에 따라 캐시를 감하는 방식이다. 이미 게임포털을 운영하는 업체라면 기존 캐시 서비스를 MMORPG에 적용할 수도 있다. 또 결제시 기본 장비가 셋팅되거나 랜덤으로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안, 캐쉬에 이자률 같은 걸 적용해 한번에 많은 캐쉬를 충전해 놓을 수록 보너스 캐쉬를 지급하는 방법 등 유저들의 결제를 유도할 부가 서비스도 다양하게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이용층을 분석해 그에 맞는 세분화된 과금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가장 효과적인 유료화 방식을 찾기 위해서는 기획 초기부터 수익모델을 게임과 결부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온라인 게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동시접속자 5000명을 유료화의 기준으로 삼았다. 오픈베타 테스트 기간 동시접속자가 5000명을 넘으면 무난히 월정액제 방식의 유료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정론이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동시접속자가 3만명을 넘어도 유료화 안착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시장이 급변했다. 2000년에 비해 서비스되는 게임 수가 수배로 많아져 경쟁이 격화된 데다 경기침체가 가중되며 유료이용자를 잡기가 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씰온라인’ ‘트라비아’ ‘디오’ 등 올해 월 정액제 유료화를 시도한 MMORPG 게임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이 실례가 될 수 있다. 이때문에 신작을 내놓은 대부분의 업체는 적절한 유료화 모델을 찾지 못해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유료 정책의 잦은 변동만 봐도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얼마나 유료화방식 선택에 혼선을 빚고 있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RF온라인’을 서비스하는 CCR(대표 윤석호)은 지난달 21일 이 게임의 유료화 일정을 발표하면서 월정액 요금을 하루 이용시간에 따라 9900원(100분), 1만6500원(6시간), 2만9800원(24시간)등으로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이 게시판을 통해 거세게 가격인하 요구를 하자 요금제를 1일 24시간이용권(1만6500원)과 1일 12시간이용권(9900원)의 두가지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유저들의 요구에 못이겨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부터 가격을 대폭 인하한 조치다.

무협 온라인게임 ‘디오(d.o)’을 서비스하는 씨알스페이스(대표 최원제)도 상용화초기 2만7500원의 월정액 가격을 1만9800원으로 인하한 바 있다.

‘탄트라’ ‘위드’처럼 유료로 서비스되던 게임을 무료로 전화하는 사례도 최근에는 빈번하다. 이같은 유료 정책 변동은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재조정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갖는다. 하지만 게임과 유료화 방식 별개로 인식해온 우리 업체들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유저들의 불신을 가중시켜 과금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좋으면 성공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더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아무리 좋은 유료화 모델도 게임과 맞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는 만큼 게임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료화 모델을 게임에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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