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그래픽카드]`라데온` vs `지포스` 진검승부

 ‘라데온(RADEON)이냐, 지포스(Geforce)냐’

그래픽 칩셋 업계의 양대 산맥 ATI테크놀로지스와 엔비디아가 국내 시장에서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ATI와 엔비디아는 각각 ‘라데온’과 ‘지포스’를 대표 브랜드로 치열한 시장 점유율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주요 무대도 PC에서 게임, 게임에서 다시 가전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스트레이트’와 ‘잽’을 쉴새없이 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 면에서 ATI가 다소 앞서는 듯 하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점유율 경쟁 뿐 아니라 기술과 마케팅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영원한 승부처 ‘PC시장’ = 성장률 면에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PC는 칩셋 업체의 가장 군침 도는 시장이다. 특히 PC의 활용 범위가 계산이나 문서 처리 기능에서 그래픽 표시나 오디오 재생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쪽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면서 그래픽카드는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지표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게임은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바로 알수 있는 잣대라는 면에서 ATI와 엔비디아는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업체는 게임업체와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법의 게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 해 엔비디아는 엔씨소프트와 제휴해 ‘리니지2 마케팅’을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이에 자극 받은 ATI는 ‘포트리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CCR과 손잡고 이 회사의 최신 3D게임 ‘RF온라인’의 공동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ATI는 ‘라데온 9550·9600XT’ 기반의 그래픽 카드와 RF온라인 설치CD·동영상CD를 게임 캐릭터로 디자인해 국내 시장에 공급했으며 RF온라인 게임 대회 협찬사로 참여했다. 엔비디아는 리니지 2에 이어 3D 1인칭 슈팅게임 ‘둠 3’ 구동을 시연해 제품의 성능을 과시한 데 이어 대작 게임과 연계한 후속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PCI 익스프레스 선점 경쟁 ‘후끈’ = 두 업체는 새로운 시장 표준으로 떠오른 PCI 익스프레스 16배속 시장에서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6800 울트라·GT, 지포스 PCX 5900·5750·5300 등 5종의 PCI 익스프레스 지원 칩셋을 선보이고 선공을 날렸다. ATI도 라데온 X800 XT플래티넘·X800프로·X600프로·X600·X300·X300SE 등 6종의 PCI 익스프레스 지원 칩셋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그래픽 카드 업체에서는 엔비디아와 ATI의 경쟁 구도와 관련, 그래픽 카드 표준이 기존 AGP 방식에서 PCI 익스프레스 방식으로 넘어가는 초기 1년이 전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ATI는 자사 제품이 PCI 기술을 완전히 지원하는 ‘단일 칩’ 기반인 데 반해 엔비디아 제품은 기존 AGP방식의 그래픽 칩셋에 PCI 버스를 이어주는 ‘브리지 칩’ 방식을 합친 것에 불과하다며 기술과 성능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 측은 자사 신제품이 성능 면에서 ATI 제품을 앞선다며 ATI의 주장을 일축하는 상황이다.

◇통신과 가전은 전략 시장의 부상 = PC가 과거와 현재의 시장이었다면 모바일·핸드헬드는 ATI와 엔비디아의 가장 군침도는 미래 시장이다. 이미 제품 라인 업을 갖추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ATI는 핸드헬드와 디지털TV 등 새로운 시장을 위해 국내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하고 휴대폰 업체에 기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력도 지금의 20∼30명에서 60명 선까지 늘릴 계획이다. 10명으로 구성된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 그룹을 운영해 각 휴대폰에 맞게 인터페이스도 조정할 방침이다. 엔비디아도 모바일 멀티미디어 칩셋 ‘고포스’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 해 미디어큐라는 코덱 전문회사를 인수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으로 선보인 이 칩셋은 MPEG 구현과 카메라 인터페이스 기능을 칩에 내장해 성능이 뛰어나고 전력 소모량도 낮은 것이 강점이어서 시장 선점을 자신하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 인터뷰 - 박우현 ATI테크놀로지스코리아 사장

“그래픽 칩셋 업체의 지금 당장 시장이 PC라면 미래는 디지털TV·핸드헬드·게임 분야라고 확신합니다”

박우현 ATI 코리아 사장은 “PC에서 쌓은 화려한 그래픽 기술은 결국 영화·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쟝르와 결합해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가전·통신·게임업체와 제휴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국내 가전·게임업체와 연구 개발, 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서로 보조를 맞춰 왔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앞선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파트너 입장에서는 보다 선명하고 화려한 영상 처리를 위한 칩셋 기술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주요 가전과 게임업체와 물밑에서 활발한 기술 교류가 있었으며 내년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는 원년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되면 PC업체를 통한 매출 성장세가 주춤해도 디지털TV와 게임 쪽 매출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ATI코리아의 위상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자신했다.

박 사장이 ATI 코리아의 비전을 확신하는 데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때문이다. 그는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5년 미국에서 ATI 사가 설립할 때 부터 국내 대리점을 개설해 20년 동안 칩셋 한 우물만 고집해 왔다. 지난 9월에는 대리점 수준에 그쳤던 RTC인터내셔널을 ATI의 현지법인인 ATI 코리아로 격상하고 새로운 시장 공략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ATI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검증된 시험 무대입니다. 연구 개발 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 만큼 한국의 디지털TV·게임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는 거죠.”

박 사장은 “지금까지는 워밍업과 시행착오의 기간이었다” 라며 “실제 시장이 열리는 내년에는 올해 보다 무려 배 이상 성장한 1억 5000만 달러 에서 2억 달러 매출은 거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 인터뷰 - 한석호 엔비디아코리아 사장

“엔비디아 칩셋 기술의 강점은 전력 소비량이 다른 제품에 비해 불과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그래픽 칩셋의 새로운 시장인 모바일과 핸드헬드 분야에서 그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한석호 엔비디아 코리아 사장은 “PC 분야에서는 경쟁업체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신규 시장 만큼은 오히려 기술력 면에서 앞서가고 있다”라고 장담했다. 이는 결코 빈 말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IT기업으로 불린다. 지난 해 ‘포천(Fortune)’으로부터 초고속 성장한 회사로 선정됐고, 2001년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대 기업 중 주가가 단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기업으로 뽑혔다. 지난 99년 이 후 매년 100% 가까이 매출이 늘었다. 지난 해 매출은 18억 2000만 달러.

“엔비디아는 지난 96년부터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제품을 소개했으며 지난 2002년 엔비디아 코리아를 설립했습니다. 아직은 코리아 매출은 본사 전체의 5%도 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국내 핸드헬드와 가전 시장에서는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 사장은 지난 7월 엔비디아코리아 사령탑을 새로 맡았다. 인텔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이미 다국적 기업의 생리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처음에는 엔비디아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 적지않게 당황했다.

“국내로 보면 벤처기업이라고 할까요. 의사 결정이 빠르고 일 자체를 즐기는 직원이 많습니다. 애사심도 강하고 회사도 직원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예비 취업생 설문 조사에서 실리콘밸리 내에 같이 입주해 있는 인텔을 제치고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뽑힐 정도니까요”

한 사장은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기업 문화와 우수한 인재” 라며 “국내에서도 ‘1위 기업’이라는 엔비디아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겠다” 라고 말했다. 특히 핸드헬드와 PCI 익스프레스 방식의 제품 보급에 앞장서 이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 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 ATI테크놀로지스는

그래픽 칩셋 분야의 기술 선도 기업인 ATI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85년 설립됐다. 그래픽 카드 칩셋 업체로 출발해 지금까지 오직 한 우물 만을 고집, 비주얼 칩셋 프런티어’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PC·맥캔토시· 워크스테이션과 노트북 시장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핸드헬드 디바이스· 셋톱 박스· 디지털 TV 등 다양한 방면에 최첨단 비주얼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8월 회계 기준으로 ATI는 전년 대비 44.1% 증가한 2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본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으며 프랑스· 독일· 홍콩· 영국· 미국 등 전세계 지사에 2900여 명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 85년부터 한국 시장에 제품을 소개했으며 ATI코리아는 올 9월 정식 설립됐다.

◆ 엔비디아는

엔비디아는 지난 93년 후발업체로 그래픽 칩셋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 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단기간에 ATI와 선두 다툼을 벌일 정도로 초고속 성장했다. 엔비디아의 칩셋 기술은 소비자와 기업용 PC·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디지털 콘텐츠 제작시스템· 노트북· 군사 네비게이션 등 다양한 컴퓨팅 플랫폼에서 사용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에 2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96년부터 지포스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선보였으며 지난 2002년 엔비디아코리아를 설립했다. 회계 기준 매출로 지난 해 18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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