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세계 휴대이동방송 시장 제패를 위해 ‘로열티 무료’와 ‘미국 시장 상용화’라는 두 카드를 선보임으로써 한국도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특히 퀄컴은 차기 휴대이동방송 자리를 놓고 자사의 로열티가 경쟁 상대보다 낮다는 강점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국내 휴대폰업체의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과시, 향후 국내 휴대이동방송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전략을 담고 있다.
◇‘로열티 제로’=폴 제이콥스 퀄컴 무선인터넷그룹 사장이 “CDMA 라이선스를 가진 휴대폰제조업체에게 플로의 별도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퀄컴의 플로는 경쟁 규격인 지상파DMB, 위성DMB, DVB-H 등보다 로열티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됐다.
지상파DMB의 경우 기반이 되는 규격인 유레카147 사용료로 단말기당 약 2.4유로달러를 지불한다. 위성DMB의 경우 올해 도시바가 단말기당 2%를 요구했다가 국내 반발에 막혀 일단 보류한 상황이다. DVB-H는 DVB-T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DVB-T 로열티에 일정부분을 더한 금액이 책정될 예정이다.
다른 규격의 단말기가 퀄컴의 MSM칩를 채택하면서 별도의 자체 규격용 베이스밴드칩을 사용하는데 비해 퀄컴은 ‘MSM+플로’ 원칩 개발을 통해 휴대폰업체의 칩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퀄컴측은 “초기에는 플로 베이스밴드칩을 별도 제작하지만 향후 원칩화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휴대폰업체엔 도움=세계 휴대이동방송 시장은 노키아 주도의 DVB-H와 퀄컴의 플로가 격돌하는 가운데 도시바가 내세운 위성DMB와 국내 지상파DMB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유럽의 DVB-H vs 미국의 플로’ 대결 구도가 유력하다. 따라서 국내 휴대폰제조업체로선 휴대폰 시장 경쟁상대인 노키아의 DVB-H보다 칩제조업체인 퀄컴이 시장을 주도하는 편이 유리하다.
롭 챈더 퀄컴 부사장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플로를 채택한 휴대폰(이른바 플로폰)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이미 개발 회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협력중인 휴대폰업체에 휴대방송규격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는 노키아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퀄컴의 미국내 상용화 발표는 ‘퀄컴-삼성·LG 간 협력 라인’이 노키아보다 빨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제이콥스 사장은 “플로를 상용화한 휴대폰은 미국에선 오는 2006년 나올 예정이며 한국의 경우 (규제 문제가 없어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기술적으론 내년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코리아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은 휴대폰이 완성된 후 출시까지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우리나라는 이런 지체가 짧아 기술적 개발 이슈들만 고려할 경우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차기 휴대방송규격으로 부상(?)=방송위와 정보통신부가 고심중인 차기 휴대방송규격으로 퀄컴의 플로가 부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방송위는 차기 휴대방송규격으로 ‘DVB-H’만 검토할뿐 플로는 아직 검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차기 휴대방송을 위한 주파수 여력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여기에 먼저 상용화될 예정인 지상파DMB와 위성DMB 사업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이콥스 사장은 “퀄컴이 직접 주파수를 구매해 미국내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플로라는 기술의 확산을 위해서”라며 “플로의 상용화를 위해 전세계 CDMA 및 3G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제안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미국)=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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