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사내 동호회는 ‘위닝일레븐’을 좋아하는 사원들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지만 뛰어난 실력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자랑한다. 타 업체의 도전은 언제든지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들을 더 게임스에서 만나봤다.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면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팀, 운영팀, 현지화팀 등 각 팀에서 조용히 자리를 빠져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는 PS2 전용 컨트롤러인 형형색색의 듀얼 쇼크 2 패드가 쥐어져 있다.
상기된 표정으로 PS2와 대형 LCD TV가 설치된 회의실로 모인 이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PS2의 전원을 올리고 ‘위닝일레븐 8’을 삽입한다. 그리고 곧 사무실이 떠나가도록 함성을 지르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총 9명으로 구성된 FC 그리곤, ‘위닝일레븐 8’을 즐기는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사내 동호회가 그들의 정체다.
#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해요
“‘위닝일레븐’의 마력에 한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골의 짜릿함과 승리의 쾌감을 아는 분만이 저희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죠. 그리고 일단 들어오면 근무 부서가 달라 서로 잘 모르던 사이일지라도 금방 친해집니다. 친목도모로 아주 굿이죠.”
동호회의 리더인 오현진(22세)씨의 말이다. 그는 마케팅팀에 소속돼 있으나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위닝일레븐’ 프로게이머다.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하기 전 각종 ‘위닝일레븐’ 대회에서 17번이나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와 한번 붙기 위해 찾아오는 유저도 간혹 나타날 정도다.
약 일년 전에 입사한 그는 첫 출근 때부터 사내에 화제가 됐으며 그가 등장하자 곳곳에 숨어 있던 위닝 마니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고, 그렇게 해서 FC 그리곤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모임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성 전사들도 있다. 이성인(24세), 박자희(23세), 안은주(25세) 등은 자신만이 사용하는 전용 컨트롤러까지 소지한 ‘위닝’ 열혈 팬이다.
“전 원래 온라인 게임만 좋아하고 콘솔 게임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회의실에서 ‘위닝’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빠지고 말았죠.”
비서실에 근무하는 이성인씨는 이제야 PS2 패드가 손에 익숙하게 됐다며 중급 이상의 화려한 개인기를 기자에게 뽐냈다. 다른 남자 회원에 비해 전체적인 실력은 떨어지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 무조건 돈 걸고 시합, 회식비로 사용
FC 그리곤의 특징은 치열한 경기와 회식을 위해 돈을 걸고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 있다. 일대일로 붙거나 팀플레이로 진행해도 무조건 천원씩 걸고 플레이한다. 그렇게 해야만 긴장감이 생기고 오기가 발동해 실력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승리한 편이 판돈을 담아 가는 것은 아니고 차곡차곡 모아 동호회 회식비로 사용한다. 일주일에 한번 펼치는 정기전 외에도 틈만 나면 위닝 CD를 돌리기 때문에 한 달이면 꽤나 많은 돈이 모인다. 처음에는 돈을 걸고 이긴 사람이 그냥 가져갔으나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오씨와 내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회식비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운영팀의 구동욱씨는 자신의 동호회에 대한 자랑이 대단했다. “전 롤러브레이드나 수영, 헬스 등 여러 가지 취미가 있는데 그중에서 여기(FC 그리곤)가 제일 재미있고 신납니다.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었던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쳐요. 몸은 가만히 있는데 진짜 전후반 45분을 필드에서 뛴 것 같다니까요.”
이들도 이젠 제법 이름이 알려져 다른 게임 업체의 ‘위닝일레븐’ 유저가 도전해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국내 유명 게임웹진에서 도전했는데 개인전과 팀플레이에서 모두 이겨 돌려보냈다면서 ‘승부결과를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약속했는데 큰일났다’며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오씨는 게임은 혼자하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며 노는 방식이 제일 재미있고 꾸준히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며,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 줄 용의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힘들고 고단한 게임 개발사에서 근무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도 즐기고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푸는 모습은, 진정한 게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동호회, FC 그리곤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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