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분배와 성장, 그리고SW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된 ‘성장과 분배’ 문제가 이제는 이념공방에까지 이른 것 같다. 최근 논란거리인 ‘수도권 집중’으로 효율성을 택하느냐 ‘수도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택하느냐 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역사적 해석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세계의 역사는 시대별로 역할분담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 왔다고 본다.

 예를 들면 로마의 경우 노예계층이 생산을 맡고 로마인은 그것을 바탕으로 고급문화를 만들었다. 중세시대에는 왕권과 담합한 봉건 지주가 농노에게 생산의 역할을 맡기고 지배계층은 종교와 전쟁 그리고 기사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중상주의시대에는 절대왕권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약탈한 식민지의 생산력으로 자국의 번영을 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예를 덧붙이면 더욱 자명해진다. 계층 간의 이동은 자유롭지만 이민족 간의 계층적 분업에 의존한 생산모델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3D 업종은 가장 최근에 유입된 민족이, 소규모 자영업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가, 대규모 사업은 일찍 정착한 유태계와 유럽계가, 그리고 앵글로색슨계 신교도가 정신적 지주로서 정치를 맡는 등 계층 간 역할 분담이 뚜렷하다.

 하지만 로마의 노예제도는 만인평등을 기초로 하는 기독교에 무너졌고, 봉건주의 중세시대는 상업과 도시의 발달로, 중상주의시대는 식민지의 민주 의식 발달로 붕괴했다. 이런 일련의 역사적 현상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새로운 정신과 문명,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 사회의 효율성은 물론 집단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그렇지 못한 집단을 붕괴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수단은 지배·피지배 민족 혹은 신분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었는데, 기차와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계급 차이가 허물어지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역사적으로 계층 간의 역할분담이 문명 발달의 한 축이었지만 그보다도 기존의 집단보다 효율성이 높은 공유모델에 의해 무너지면서 더욱 진보된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던 것이다.

 새로운 질서에 의한 기존 질서의 타파는 단순한 역사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정보통신의 발달은 지식산업이 산업의 주요 축으로 발돋움하면서 국가, 경제모델을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시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효율성과 공유’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통신은 패권국가나 지배계층이 독점해 왔던 정보나 지식을 나누어 갖게 하는 혁명적인 도구이며 새로운 산업과 정치구조의 태동을 알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정보통신과 접목한 지식산업은 부존자원은 적지만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우리가 쌓아온 세계적인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응집력을 발휘해 효율성을 높인다면 새로운 분배모델의 창출과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을 바탕으로 한 업그레이드된 산업구조로 재편할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다행히 90년대 이후, IT제조업 위주의 산업은 우리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IT제조업처럼 생산설비에 의한 규모의 경제보다는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SW)산업이 자원이 부족한 작은 국가들이 강소국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W산업은 지역과 계층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국가의 균형 발전과 응집력을 높이는 마법의 촉매일 수 있다. 따라서 SW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분배 및 성장의 논란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작지만 큰 열쇠가 될 수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가능케 하고 또 지식산업시대의 기간산업인 SW산업을 집중 육성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열었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hjko@softw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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