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e-Biz클럽 토론회]국내 IT산업의 SI비즈니스 전략

 전자신문과 한국커머스넷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전산원과 서울대 e비즈니스기술연구센터가 후원하는 ‘제27회 e-Biz 클럽 토론회’가 27일 서울 르네상스 클럽에서 ‘국내 IT산업의 SI 비즈니스 전략’이란 주제로 열렸다. 김현수 한국SI학회장의 주제 발표를 시작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산·학 전문가들은 수익성 문제는 물론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는 SI 산업의 체질 변화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정부나 민간기업이 좀 더 투자에 적극 나서서 시장을 키우고 비현실적인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특히 SI 업체들은 이제 무조건 프포젝트를 수주하고 보자는 영업 위주의 경영 대신, 전문화와 기술 역량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보다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또 건설업과 유사한 SI야말로 대형 SI 업체의 역할과 중소업체 및 솔루션 업체와 협력 모델 등으로 엄격히 역할이 분담돼야함은 물론 상생의 방안을 찾는데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김현수 /김준호 <마인드브랜치 부사장>/이철환 <삼성SDS 상무>/권재석 <신세계아이앤씨 사장>/김규동 <핸디소프트 사장>/김상훈 <광운대 교수>/권영식 <동국대 교수>/사회 = 이상구 회장<서울대학교 교수>

△사회(이상구 서울대 교수) = IT 먹이사슬(밸류 체인) 구조상 맨 앞에 있는 SI는 결국 해당 기업들의 역할과 움직임이 솔루션 업체들의 생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위기에 봉착한 SI 산업의 돌파구는 없는지, 또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풀어야할 문제는 무엇인지 토론해 보자.

 △권재석(신세계아이앤씨 사장) = 현재 SI 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처해 있고, SI 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극에 닿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우선 시장에 비해 업체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신기술 전파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지속적인 수입원을 어떻게 만드느냐도 중요하다.

△김규동(핸디소프트 사장) = SW 산업 육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보자. 국내 시장에서 패키지 SW 매출로 20위권에 드는 기업 중 단 5개를 빼고 모두 미국계 기업이다. 국내 업체들의 총 매출 점유율은 7.6% 정도이고 93% 가량을 외산 SW가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대로 SI는 한국IBM(4위), 한국HP(6위)을 제외하고 10위권에 드는 기업이 모두 국내 기업이다. 한국 기업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지표는 역설적이게도 80%를 장악하고 있는 국내 SI 업체들이 90%의 외산 SW를 국내에 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제대로된 국산 SW가 없기 때문에 최고 수입원으로 삼아야할 패키지 SW가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 결국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SI 수익성 해결하기 위한 큰 대안 중 하나로 한국의 SW를 살리고 키워나가야 한다.

△김상훈(광운대 교수) = 업무영역을 정리하는 게 시급하다. 큰 업체나 작은 업체나 모두 유사한 업역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다. 우리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특화해 핵심 역량을 키우는 작업이 중요하다. 업체들간 상생적 제휴 관계도 중요하다. SI 업의 특징은 ‘소싱업’이다. 파트너를 잘 소싱하고, 파트너로서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대형 SI사는 때로는 일거리가 없어도 중소형 SI나 솔루션 업체에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모델이 나와야 한다. 또 시스템 성공 여부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려야 한다. 6개월, 1년 뒤 사업 평가를 해 성공적으로 평가되면 프로젝트 비용을 기준으로 20∼ 30%의 성과보수를 주는 그런 제도도 도입할 만하다. 사업 관리가 과정 중심보다는 성과 중심으로 옮겨갈 때가 됐다.

△ 김준호(마인드브랜치 부사장) = 수출 또한 살 길이라고 말하고 싶다. 올 상반기 수출이 잘됐다고 하지만 SW가 차지하는 비용은 절대적으로 적다. 국내 SW 생산 규모는 80억 달러인데 이 중 수출은 3억 달러로 3% 정도에 그친다. 수출 물량이 84%인 아일랜드나 75%의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와 비교하면 대단히 뒤지는 수치다. 수출 전략으로는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다. 성장성 있는 디지털콘텐츠 퍼블리싱 분야에 SI 업체가 관심을 둘만 하다. 디지털콘텐츠 제작은 독립스튜디오 측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지만, 퍼블리싱은 기획, 마케팅, 기술, 글로벌 제휴 등 대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에 사업을 검토해볼 만 하다.

△ 이철환(삼성SDS 상무) = 위기상황은 제대로 인식하지만,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업체의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체질개선, 직무, 직급 정비 움직임, 내부 프로세스 정비, 베스트플랙티스 축적 등 다양한 개선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기업들이 전문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른 업체와 달리 고객을 선도하는 게 SI의 역할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기술을 제공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하고, 선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객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역량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SI 업체 스스로 우리 산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비하하는데, 이런 인식을 다시 전문가 집단이 운영하는 산업으로 바꿔야 한다. 즉 프로세스 관리, 유지보수 등의 특정 영역에서 SI 만한 전문가 집단이 없다는 인식으로 바꿔야 한다.

△권영식(동국대 교수) = SI는 다양한 구성요소가 필요한 산업이고, 업체는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중소 SW 전문 업체와 역할 분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볼 때 현재 ‘밸류 체인’상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수출 전략은 전적으로 찬성하는데, 무엇보다 금융, 제조 등 특정 업종에서 전문화된 노하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 대기업이 SI 업체를 운영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일부선 필요악이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재석 = 대기업이 국가 프로젝트를 독식하고, 적자 경쟁을 이어가다 보니 중소기업 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나오는 문제의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김상훈 = 오히려 더 대형화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국내 10대 SI를 다 합쳐야 IBM이나 EDM 인력만큼도 안 된다. R&D 투자력 있는 업체들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로 보면 결국 대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다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어서 각각 특화된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필요하면 직접 교육도 시키고, 물량도 확보해 주고, 대기업의 역할과 특화 역량을 전제로 한 중견, 중소기업의 공조가 이뤄져 야할 때다.

△김현수 = 우리나라 SI는 캡티브(그룹) 물량 때문에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없었다면 대형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했을 거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들이 중소기업을 거느리고 영업위주의 사업을 펼친 것이 문제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술력을 강화하고, 전문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 준비는 개별 기업이 해야하지만 조직적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해당 산업 주체들조차 몸담고 있는 산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여기에 경기까지 이 모양이니 공동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사이클로 바꿔야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 전문가를 키우고, 요소 기술력도 키우자. 정부 차원의 지원이 분명히 나와야 한다. 내년에는 공공부문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SW 솔루션과 IT서비스 시장에 잠재력이 많은데 신성장동력 중심에서 빠져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보완돼야 한다.

△ 사회= 오늘의 주제 발표와 열린 토론이 SI 산업 발전에 일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바쁜 시간에 이렇게 찾아 주신 여러분께 주최측을 대신해 감사드린다.

  정리=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주제 발표 - 김현수 한국SI학회 학회장>

시스템통합(SI)의 개념은 IT서비스와 본질적으로 같다. 물론 SI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지의 문제는 남아있다. 최근 SI의 확장된 개념은 구축형 SI와 유지보수형 SI로 구분할 수 있다.

 SI 중요성은 IBM의 회생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즉 IBM이 기술 주도의 기업에서 IT서비스 주도 회사로 전환했기 때문에 회생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90년대 IBM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IDC와 KIDC 전망에 따르면 올해 SI 시장은 지난해 11조 5000억원에서 올해 16조 1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2006년경에는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하고 2007년에는 22조 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연평균 17%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잠재 시장은 이에 두 배 정도로 예측된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팽배하지만 SI 산업 선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초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과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기준 변경 등 SI 산업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고 지난 6월 경제장관간담회에는 SI 산업의 수출 육성 방안이 안건으로 상정될 정도로 SI 산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지대하다.

SI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당면 과제는 SI 수요 창출과 해외 수출 확대다. 전자정부 사업 외에 금융· 국방·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내수 활성화와 함께 적극적인 해외 수출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

 SI 산업이 과거의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도 성장 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SI 업체 스스로 각성과 변신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SI 업체의 전문화를 유도, 기술력 향상 토대 및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감사, 수·발주, 프로젝트 관리 등 기존 관행도 시급하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SI 업체는 지속적인 기술력 향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관리시스템 선진화를 비롯한 계약 기술 등 실무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SI 산업은 그간 계획의 비현실성, 수행상의 시행착오, 고질적인 저가 수주, 납품 차질, 형식적 감리, 유지 보수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을 반복해 오고 있다. 이는 SI 업체간 과잉경쟁과 최저가 입찰을 좋아하고 잦은 과업 변경을 자행하는 발주기관의 몰이해와 몰상식이 빚어낸 결과라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수익성 중심의 비즈니스 전개와 CMMI 및 6시그마 도입 등을 통한 관리 선진화, 지식 자산 관리 등은 SI 업체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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