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요아킴 佛CEMES 책임연구원
“광학현미경의 발명으로 의학이 비약적 발전을 이뤘고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전자·재료 공학이 도약한 것처럼 원자 수준의 현미경이 등장하면 새로운 나노의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프랑스 재료소재연구센터(CEMES)의 크리스티안 요아킴 박사는 나노 기술은 아직 미지의 세계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 연구에 있어서 눈앞의 상업적 이용 방안을 찾는 것보다 기초 연구의 자유로운 진행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요아킴 박사는 유럽 나노 과학계의 대표적 연구자. 그는 나노 기술을 적용한 나노메카닉스·전자공학·커뮤니케이션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나노 기술의 정확한 활용을 위한 측정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분자 수준에서의 컴퓨팅이나 커뮤니케이션, 각종 디바이스의 제작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요아킴 박사는 CEMES의 수석 연구책임자이며 ‘분자 단위 나노과학 및 피코(1㎚의 1000분의 1) 기술 연구 그룹’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요아킴 박사는 “2㎚ 크기의 수레나 분자 수준의 컴퓨팅 등을 생각해 보라”며 “하나의 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자의 갯수를 몇개까지 줄일 수 있을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노 과학은 물리학·화학·이론 등의 각 분야 성과를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분자 수준의 컴퓨팅·메카닉스·통신·측정 등의 분야로 가지를 쳐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 컴퓨팅(molecular computing)은 분자들을 이어갈 때 생기는 서로 다른 상태를 이용해 연산을 수행, 분자 수준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것. 요아킴 박사는 이를 통해 소형화의 한계에 부딪힌 기존 트랜지스터 기반 컴퓨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분자로 된 소자가 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 현재는 하나의 분자나 원자를 일부 통제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10∼20년이 지나야 하나의 원자로 된 메모리 등 나노 소자가 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요아킴 박사는 전망했다.
그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은 한계가 있으며 이제 새로운 방식의 연산법을 찾아야할 때”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나노 기술을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아킴 교수는 노광 기술을 이용한 기존의 소자 제작법으로는 트랜지스터 크기를 5㎚ 이하로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본다. 노광 기술은 “너무 먼지가 많기 때문(too dirty)”이다. 이때 나노 기술을 사용한 분자 컴퓨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는 이를 위해 IBM·후지쯔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화학·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또 요아킴 교수는 나노 메카닉스와 화학 등을 적용한 분자 로봇(molecular robotics)분야가 나노 기술의 새로운 활용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미세한 로봇은 표면 조직 처리 등에 쓰일 수 있으며 크기가 주변의 화학적 환경과 같은 스케일이라 환경친화적인 것이 장점이다. 요아킴 교수는 “D램 하나 만드는데도 엄청난 양의 물이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친환경적 나노 메카닉스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요아킴 박사는 이런 기술의 실현을 위해 결국 ‘나노 이하 수준’으로 연구가 심화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약 50피코(0.05㎚) 수준에서 재료소재를 통제하고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된다. 실제로 그는 연구소에서 피코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원자 단위에서의 정확한 물질 통제를 위한 측정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피코 단위가 아닌 그 이상에서 물질을 다루는 이른바 ‘빅 나노’(big nano) 분야에 학계와 산업계의 투자가 집중되는 상황이다. 요아킴 박사는 실제로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움직일 수 있는 ‘스몰 나노’(small nano)를 제대로 연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10여 그룹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아킴 박사는 “피코 연구도 환상적인 이론이며 다양한 산업적 적용 분야를 찾아낼 수 있다”며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진단은 한국 나노 학계에 대한 아쉬움으로도 이어졌다. 요아킴 박사는 “한국 학계가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으며 특히 재료 분야 등으로 연구 범위가 확대된 것이 인상적”이라면서도 “곧바로 산업화해 성과를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자유로운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나노 ‘기술’뿐 아니라 근본적인 나노 ‘과학’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는 “나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 많은 새로운 분야로 이 기술의 어떤 요소를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노 기술의 연구와 창의적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요아킴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요구되며 기업·대학 간의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요아킴 박사는 “최고의 인프라는 바로 잘 교육받은 인력”이라며 ‘이들이 새로움으로 가득찬 나노 과학의 세계를 펼쳐 보여 우리 삶을 바꿀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요아킴 박사는 누구?
크리스티안 요아킴 박사는 프랑스 재료소재연구센터(CEMES)의 책임연구원이자 ‘분자 나노과학 및 피코 기술 연구 그룹’(the GNS)의 책임자이다.
그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나노 기계’에 관한 유럽연합(EU) 프로젝트의 간사이며 2차례에 걸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첨단 나노과학 워크샵을 주도한 유럽 나노 학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요아킴 박사가 주도하는 GNS는 화학과 물리학, 이론을 결합시켜 나노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분자컴퓨팅, 분자 기기, 통신, 측정 등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바텀-업 방식을 통한 나노 기계를 제작, 환경 등의 분야에 활용하는 기술이나 1개의 원자나 분자로 연산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식의 컴퓨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원자 수준에서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측정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를 행하고 있다.
그는 원자 및 분자의 행동과 이를 활용한 나노 기기의 제작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단분자 전자기기와 나노 로봇 등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요아킴 박사는 지금까지 170편 이상의 논문을 썼으며 IBM프랑스상(1991), 파인만상(1997), 프랑스나노기술상(1999) 등을 수상했다.
*요아킴 박사가 바라본 나노 기술의 미래
요아킴 박사는 분자나 원자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나노 기술의 연구를 통해 단분자(unimolocular)로 이루어진 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가 기존의 컴퓨터 소형화 추세의 극단이라고 한다면 생명과학에 나노 분자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그는 생체의 화학적 스케일과 비슷한 크기의 나노 로봇이 부작용 없이 인체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자정 기능을 가진 친환경 나노 물질이 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나노 기기에 오염 물질 제거 기능을 부여, 자정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
바텀업 등 나노 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 기기의 새로운 제작법이 등장, 초미세 전자 제품의 새로운 생산 기법을 도출해 산업과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전망도 갖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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