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내가 작년 말에 회사를 옮기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 절차를 밟으면서 작성한 서약서의 내용을 보면, 원천 기술 개발에 종사한 자는 2년 이내에 동종업계로 자리를 옮기지 못하며 모든 이직자는 근무시 알게 되었던 사내 비밀에 대해 함구할 것을 서약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애정을 가지고 몸 담았던 곳이기에 파렴치하게 배신행위를 할 일이야 있겠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퇴직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나의 의무에 대해서만 서약한 듯싶어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본주의의 장점은 시장논리에 의해 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그런 허상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절대권력에 구속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회사라는 굴레, 월급이라는 굴레, 그래서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에서 평생 근무하는 게 행복이라 생각하면서 회사의 번창을 지켜보며 나의 행복으로 착각하고 대리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회사가 분명 우리의 적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봉계약을 앞두고 항상 떳떳함보다는 비굴함과 긴장이 앞서는 것은 노비근성 때문일까.
뽀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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