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8)인터넷 음란물

지난 5월 경남 지방경찰청은 캐나다 등 비자없이 입출국이 자유로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포르노 방송국을 운영해온 5개 업체 72명을 검거했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기존에 1∼2명이 운영하던 구멍 가게식 음란 사이트와 달리 국내·외에 자금책, 모집책, 웹프로그래머 등까지 두고 업무를 분담하는 이른바 ‘기업형 국제 인터넷 포르노 방송국’이다. 수법도 날로 대담해져 미성년자를 포르노 쟈키로 고용,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실시간으로 인터넷 생방송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국, 인터넷 음란물 천국=지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경찰이 실시한 단속에서는 이같은 인터넷 포르노 방송국을 포함해 파일공유 서비스를 중심으로 음란물을 유포한 1151명이 검거됐다. 전세계적으로 ‘청소년 인터넷 음란물 접속률 1위’, ‘미국에 이은 음란 사이트 공화국 2위’ 등의 오명을 얻고 있는 한국에서 인터넷 음란물 유포 사범이 이처럼 대거 적발됐다는 사실은 이제 별로 충격적인 뉴스도 아닐 정도다.

특히 해외 음란 사이트 이용자는 날로 늘어나 업계에 따르면 캐다나·홍콩 등에 서버를 둔 음란 사이트로 연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외화가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음란물 유통의 절대적인 수치도 날로 급증하는 추세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 2000년부터 올 6월까지 심의한 불법유통정보 중 64%가 음란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음란물의 비중이 2000년 전체 심의 대상 중 47%에서 올해 80%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무엇보다 각종 게시판이나 성인 인증 절차가 허술한 사이트 등을 통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이나 초등학생까지 비정상적인 성행위 등이 담긴 음란물을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다는 점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실정이다.

 ◇경찰·정보통신윤리위, 음란물과 전쟁 선포=사태가 이쯤 되자 올해 정부와 수사 당국은 그 어느 해보다 불법 음란물 유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경찰의 지난 5월 단속은 P2P를 통해 개개인에서부터 대규모 사이트 운영자에 이르기까지 공공연하게 자행됐던 음란물 공유에 대해 처음으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사례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집중 단속 외에 상시적으로 전문 모니터링 요원들이 음란 사이트는 물론 음란물이 게재된 게시판 등에 대한 감시를 지속하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인터넷 및 모바일 등을 통해 전송되는 각종 선정적, 음란 콘텐츠, 스팸 메일 등에 대해 심의해 시정 조치를 내리는 활동을 전개한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둔 한글 및 외국어 음란 사이트에 등급을 부여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것도 윤리위의 주요 활동에 속한다.

 특히 윤리위는 해외 등급 DB의 경우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총 544개의 사이트를 DB로 구축, 감시 및 관리했으나 9월부터는 이들 중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255개 사이트만을 추려냈다. 그동안 DB를 누적해 관리했던 것과 달리 활발히 운영중인 사이트 위주로 모니터링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고 성매매 알선 경로로까지 활용되는 커뮤니티나 채팅방을 운영하는 주요 인터넷 기업들도 자정 작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채팅을 하는 도중 청소년들이 원치 않는 음란물이나 음란 대화를 발견할 때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장치를 보다 편리하고 쉽게 만드는 작업 등이 그것이다.

 ◇이용자들 자발적 정화가 최선=이처럼 정부 차원의 방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용자들 스스로 인식을 변화하지 않고서는 음란물 천국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한글 음란 사이트에 대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사이트 차단을 요청한 뒤에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쳐 일단 차단했던 사이트를 다시 열어주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상반기 경찰에 적발돼 사이트를 닫았던 대표적인 성인 사이트 ‘S넷’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다시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사례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같은 한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보통신윤리위 관계자는 “차단 자체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할 경우 솔직히 막을 방법이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차단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것도 국제 사회의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쉽지 만은 않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IP를 추적해 내 차단 요청을 하더라도 주소를 변경해 사이트를 오픈하는 사업자들과의 숨바꼭질이 계속된다”며 “음란 사이트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감시, 사용자의 자발적인 노력 등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김종윤차장(팀장),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

*e클린 지킴이: 송병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팀장

“음란물에 빠진 이용자들이 항상 새로운 것을 찾다보니 음란 콘텐츠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유통 경로도 지능적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같은 콘텐츠에 청소년들이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입구에는 ‘완벽한 사이버 치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방문객들을 먼저 맞이한다. 이 센터에서 기획수사팀을 진두지휘하는 송병일 팀장은 온라인 치안 중에서도 인터넷 음란물 분야에서만큼은 올 한 해 철저한 치안을 실현한다는 다짐이 남다르다.

 송 팀장은 지난 상반기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음란물에 대해 첫 집중 단속을 전개해 1000여 건이 넘는 불법 음란물 유통 사례를 검거했다. 그는 “검거 건수도 대규모였지만 그동안 개개인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P2P를 이용해 대량으로 음란물을 공유하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단속 이후 지방 경찰청 단위로 상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의식 변화 없이는 음란물이 쉽게 뿌리뽑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송 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음란 스팸 메일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다 보니 최근에는 성인 사이트가 아닌 각종 게시판으로 음란 동영상들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사이트의 개폐가 용이한 인터넷의 특성을 악용해 단속을 교묘히 피해다니며 음란물을 유포하는 사이트 운영자와 경찰이 힘겹게 시소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부당 이득을 챙기는 사업자를 적발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송 팀장은 “인터넷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정부, 사용자, 기업 등이 합심해 노력하지 않고서는 인터넷 공간이 정화될 수 없다”면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인터넷 음란물에 빠져 있지 않은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며 정보통신부는 P2P가 건전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경로로써 활용될 수 있도록 차단 기술 개발 등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도 이르면 올 연말까지 인원을 대폭 늘리고 국내 디지털 증거 분석의 구심체인 사이버포렌식센터가 설립되면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24시간 불법 음란물 감시 및 수사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클린캠페인-모바일로 이동하는 음란물

 “수년 전 CD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음란 콘텐츠가 이제는 P2P, 게시판, 커뮤니티 등 각종 매체로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더니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통한 음란 광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상반기 집중 단속의 메스를 들이댔던 P2P에 이어 최근 주목하는 것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급증하는 음란 광고이다. 지난달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성매매의 무대가 옮겨지면서 060,080 등 전화 서비스가 무차별 음란 스팸 메일의 경로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마저 이같은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달 초 서울·대전 남녀 고등학생 4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휴대전화를 통해 음란 광고를 수신한 적 있다’고 답했다. 여학생의 겨우 수신율이 56%로 남학생(47%)에 비해 더 많았다.

 이같은 음란 스팸을 막으려면 각 이동 통신사의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어 060 등이 사용되는 발신 번호의 수신 차단을 요청하면 된다.

 한편 정부도 불건전 전화 정보 서비스에 대한 대책 수립 차원에서 올 하반기 내에 ‘불건전 전화정보서비스광고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고시’ 등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